나 이나간 빗
대나무였다 오랫적에 닳아 헤진 참빛.
조갯빛깔 무늬 닳아
손때 묻어 쓰임 없고
버림없이 님 그리는 주인따라
뭘 빗는지 그리는지
한 많아 쓰다듬어
쌓여 얹어 나 일어나
주인 나 일어나니 누우시오
당신 은덕에 나 돗가비요
빗음 없어 빗인지 무엇인지
그리해서 내가 이리됐나
백골되어 내가 쓰다듬어
나 모를 한 대신받아 주인 기리오.
그 님 늦어 이제오네.
얼쭝덜쭝 발걸음이 나 모르나 당신이네
무서운 저 본적없이 주검 앉아 엉엉우니
딱하지만 매맞아라 서글프니 뭐하겠나
옆에 없어 무엇하나 나도 인제 쓰임없어
네 한인지 내 빗인지 나 돗가비오
매가 되어 빗이 되어
매를 맞아 아픔인지 빗을 보니 슬픔인지
엉엉울매 주인 기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