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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M코칭랩 Dec 05. 2019

성희롱과 변화수용

에이~ 이게 무슨 성희롱이야..!

우리땐 그거 그냥 농담일 뿐이야…


성희롱으로 인사부에 신고가 접수된 50대 중반의 A부장을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하자 대뜸 웃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아직 무슨 일이 벌어 진 것인지 현실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A부장은 조금 화려하게 옷을 입고 온 20대 후반의 여직원에게 ‘오늘따라 굉장히 섹시한데? 남자 친구가 밤에 좋아하겠어’ 라는 농담을 했을 뿐인데 성희롱이라며 신고가 접수되었다는 이야기를 인사부로부터 들은 것이었습니다. A부장은 더 놀라운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자신이 복수의 직원으로부터, 그것도 남자 직원까지 포함하여 성희롱 행위자로 지목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A부장은 자신은 기억도 하지 못하는 몇몇 발언들과 별 거 아닌 행동들이었는데 성희롱이라고 하니 좀 어이가 없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인사부에 신고라니? 억울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평소에 챙겨 준다고 챙겨 준 부하 직원들에게 마치 뒤통수라도 세게 갈겨 맞은 듯한 괘씸한 심정이었습니다.  


부장이 아니 임원이 대리에게 성희롱으로 신고될 수 있는 세상


회식 장소에서 ‘여자가 따라주는 술이 맛있다’ 며 동석한 여직원에게 술을 따르게 한 일, 회사 체육대회때 몸에 촥 붙는 트레이닝 복을 입고 온 30대 초반의 체격 좋은 남자 직원에게 ‘여자를 좀 울렸겠는데? 나도 B대리 같은 튼실한 남자가 좋단 말이야~’ 라는 이야기 등을 했다면서 성희롱 행위자로 신고가 접수 되어 공식 조사를 받아야 했고, 중한 인사징계는피했지만 자신을 신고한 부하 직원들에게 모두 사과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 되었습니다. 주위에서는 그 정도로 마무리 된 것이 다행이라고들 했습니다. 



지금 위 내용을 읽고 계신 중장년분들의 심정은 어떠신가요? A부장의 잘못이 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뭐 그 정도로 신고까지? 라는 생각이 드실지..아니면 저런 발언으로 화를 초래(?) 한 것은 당연해라는 생각이 드실지..


‘성희롱’에 대한 세대간의 인식 차이는 우리 사회의 엄청난 변화를 보여 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성희롱 사건 조사를 나간 적이 여러 번 있는데 20, 30대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시각을 비교해보면 세상의 변화와 세대간의 인식 차이가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솔직하게 적어보자면 위에 언급된 발언들은 필자가 그들만한 20, 30대 나이때 흔히 접할 수 있는 말들이긴 했습니다. 말하는 사람은 그저 농담일 뿐이라며 호탕하게 굴었으며 듣는 입장에서는 문제 삼으면 왠지 쪼잔해 보이는 거 같아 좀 마음 내키지 않아도 서로 함께 하하호호 웃으며 넘기곤 했던 사안이었음도 맞습니다.  


그러나 위 발언들은 지금은 명백하게 성희롱에 해당이 되며 자칫하면 그동안의 커리어를 끝장 낼 수 있을 만큼 무시무시한 결과로 이어질 수가 있습니다. 우리 젊을 때는 별거 아니었는데 왜 그러느냐? 고 아무리 항변해봤자 소용 없는 일입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별 문제 없이 수용되었던 일들이 지금은 문제가 되는 세상.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까요? 


성희롱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세상 변화의 수용적 태도에 관련된 문제


필자는 성희롱과 관련된 중장년들의 뒤쳐진 인식을 단순히 ‘성희롱을 하지 않도록 조심합시다’ 라는 도덕적 관점을 넘어서서 일종의 ‘변화수용과 관리’라는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세상의 주류적 시각이 변했을 때 그 변화를 수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개인의 몫이며, 수용하지 못했을 때 뒤따르게 될 불이익 역시 개인이 감당할 몫이라는 것입니다. 


오래 전, 기억에 의존하는 시점이라 부정확하지만 15년 정도는 되었을 것 같은 예전의 한 신문 칼럼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386세대의 여성과 남성은 인식의 큰 차이가 있다. 386 여성들은 본격적인 고등교육을 받기 시작한 첫 세대이며 변화 수용에 재빠르다. 그러나 동년배의 남성들은 아직도 재털이를 가져 오라는 심부름을 하며 시대에 계속 뒤떨어져 가고 있다.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남성들은 점점 사회에서 도태되어 갈 수 밖에 없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최근 페미니즘은 매우 예민하면서도 메이저 이슈이며, 특히 급진적인 래디컬 페미니즘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할만큼 과격해진 요즘이지만, 제 기억 속에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오래 전 칼럼의 주요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과거에는 문제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문제가 되는 많은 것들이 세상에는 많습니다. 

 

재털이에 대한 비유 대신 지금은 성희롱에 대한 인식의 차이 정도로 다루는 소재는 달라졌지만 결국 중요한 포인트는 변화를 수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귀결됩니다. 성희롱이라는 것을 알면서 성희롱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성희롱이라는 인식이 그다지 없이 그간의 통념으로 인한 관성적인 태도로 성희롱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글은 후자에 가까운 분들에게 예방적 차원에서 들려 드리는 내용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고 하여 별 생각 없이 행동하다가 낭패를 당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20여년 전 필자가 일본 전자 부품 박람회 패키지 투어에 끼어 마지막 코스로 아키하바라에 들렸던 일이 기억납니다. 아키하바라의 진열대에는 소위 ‘야동’ 들이 널려 있었고, 여러 명의 출장객들이 앞다투어 샀습니다. 대절 버스에 탑승하여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초입에 그 중 한 명이 제게 낯뜨거운 양해(?)를 구했습니다. 구입한 테이프를 틀어도 되겠느냐고. 그 버스에 여자는 저 혼자였습니다. 거절하기가 사실 힘들어서 별 반응을 하지 않자 아니 할 수 없자 승락으로 편하게 해석하고 테이프를 틀더군요. 저는 이어폰을 귀에 꼽고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한 20여 분 영상이 나갔을까? 다른 출장객이..아..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끕시다…하시더군요. 지금이라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 분들은 지금의 변화된 세상을 어떻게 수용하며 살아가고 계실까 자못 궁금합니다. 


성희롱과 변화된 세상, 변화 수용의 자세로까지 연결 짓는 것이 과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세상의 변화를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는 사례가 아닌가 싶어서 적어 보았습니다. 몇 해 전 광풍처럼 몰아친 ‘me too’ 열풍. 억울한 분들도 있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목숨을 끊은 불행한 경우도 몇 건 있었습니다. 성에 점점 관대한 세상이 되어 가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쌍방의 합의에 의한 것이지 일방에 의한 행위는 오히려 더욱 강경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회식 후 2차로 노래방에 가서 더 이상 블루스를 추려고 하시다가 또는 술자리에서 술 따를 것을 요구했다가 혹은 분위기 띄우려고 조금 야한 농담했다 낭패를 당하는 일을 겪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으며 그러한 세상의 변화를 수용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문득, 이런 기억이 떠오르네요. 교생실습으로 학교를 찾아오는 아직 선생이 아닌 선생과 같은 대학생들에게, 그때의 학생들에게 교생도 엄연한 선생님이었지요. 여튼 지금 생각해보면 겨우 20대 중반 되었을 분들에게 ‘선생님 해(?)봤어요?’ 라고 당돌한 음담패설을 내던졌던 오래 전 고딩들. 그러면 교생선생님들은 어쩔 줄 몰라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는데…지금 와 보니 참 성희롱스러운 농담이었네요. 저는 그런 말을 했던 적이 없었지만, 그런 시대를 살아 왔던 세대가 지금도 그때의 감성(?)으로 자칫 잘못하면 성희롱으로 신고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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