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생각

by 한요고

봄은 짧고 꽃은 빨리 진다.

도처에 꽃이 피고 연한 잎이 돋고 있다.

길다고 투덜댔는데 겨울은 갑자기 사라졌고 눈앞에 풍경이 바뀌었다.

느린 것 같으면서 빠른 게 시간이구나.

열심히 생장을 하고 있는 자연과 대비되는 나.

오늘도 책을 펴고 노트북을 켜고 뭔가 하고 있는데 손에 잡히는 건 없다.

무형이니 당연한 것이겠지. 글은 생각이고 생각은 심연 속에 건져 올리는 무엇일 테니.

잡히는 것 없이 빈 그물만 던지고 있다.

글을 써보겠노라 결심했지만 흰 눈이 녹고 세상이 초록빛으로 변하고 있는데 나의 계절은 변할 줄 모르고 있다.

원래 이런 건가 봐. 그렇다고 손 놓으면 안 되겠지?

혼자 묻고 답하는 동안 또 시간이 지나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그는 한 번도 글을 써 본 적 없었는데 야구를 관람하다가 공이 ‘딱’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순간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 순간이 내게도 오지 않을까.

해가 지고 어둑해질 무렵, 도로에 늘어선 가로등이 일제히 불이 켜지는 순간이라든가.

여행을 가기 위해 올라탄 기차가 덜컹하고 달리기 시작하는 순간 이라든가.

서랍에서 발견한 옛날 앨범에서 중학교 봄소풍 사진을 봤을 때라든가.

내게도 소리가 들리는 일상적인 순간을 상상해 본다.

“만약 당신이 뭔가를 자유롭게 표현하기 원한다면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라는 것보다 오히려 ‘뭔가를 추구하지 않는 나 자신은 원래 어떤 것인가.’를,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이 좋을지 모릅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책장을 넘기다 손과 머리가 동시에 멈칫했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뭔가를 추구하지 않는 나 자신은 나비처럼 가벼워지고

추구하는 것에만 몰두하면 이야기는 무거워진다는 문장이 ‘딱’ 소리와 함께 포물선을 그리며 내 일상으로 날아들었다.


벚꽃이 바람에 날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꽃잎은 바람을 타고 떨어진다.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자연을 따라 흘러가고 있다. 제 속도로 가고있는 것을 모르고

빠르다고 느낀 것은 내 착각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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