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도서관에 간다.
문을 여는 9시에 맞춰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탄다.
다니던 직장과 한 정거장 차이다.
잘하면 직장동료를 마주칠 수 있다.
햇빛을 가리려고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 때문에 나를 알아보기는 힘들 것이다.
알아본다한들 대수로운 일이 아니지만
어색한 눈 맞춤, 어쩔 수 없이 몇 마디 나누는 대화는 상상만 해도 부담스럽다.
잘 피해 다녔다고 자부했는데 어제 아침 J를 만났다. 아니 J를 보았다.
지하철에 올라타 문을 향해 돌아섰을 때 J가 뒤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긴 생머리에 흰 피부, 날씬한 몸매, 깔끔한 옷차림.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모자 챙 아래로 그녀를 보았다.
J를 처음 만난 것은 그녀가 입사한 4년 전이었다.
애교 있는 말투에 잘 웃던, 생기 넘치는 대학생 같던 그녀.
한번은 양복차림의 60대 남자가 업무 때문에 J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 남자는 J와 대화하다가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
J는 당황했고 그럴수록 남자는 기세등등했다.
일방적으로 소리 지르던 남자가 나가자 J는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터트렸다.
다른 사람이 그녀의 등을 쓸며 달래주어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첫 직장생활에서 겪은 첫 눈물 사건이었을 것이다.
지하철 조명 아래에서 본 J는 어딘가 달라보였다.
차분한 표정에 진중한 눈빛. 그 간의 경험이 내려앉은 듯 약간 처진 입 꼬리.
화장법이 달라진 건가 싶었는데 4년의 시간만큼 변한 모습이라고 해석하는 게 타당해 보였다.
볼수록 내가 잘못 봤나 싶은,
기억 속 훌쩍이던 앳된 얼굴과 겹치지 않는,
낯선 얼굴이었다.
잠시 후 00역에서 J가 내렸다.
직장으로 걸어가는 경로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지하철 문이 닫혔다.
나는 그곳에 가지 않아도 된다. 안심이 된다.
도서관 앞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주로 나이든 남자 몇 명이 줄을 서고 있다.
도서관 직원들이 카트를 끌고 나와 출입문을 연다.
줄줄이 안으로 들어가고 직원들은 책 반납기 쪽으로 간다.
나는 앉던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시계를 봤다.
9시. J는 업무를 시작했겠지.
시야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고요하고 지루한 이곳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성실하게 일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의 업무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