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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와 핫도그 Nov 16. 2020

내 집 찾아 삼만리

결혼하지 않아도 내 집은 필요해

  지금 전세로 살고 있는 우리의 스윗 홈은 내년 4월까지 계약이 만료된다. 이 아파트 단지는 집 값의 변동이 없는, 꾸준히 잘 안 오르는 아파트로 유명했지만 올 한 해 집 값 폭등의 파도를 타고 매매가가 몇천만 원은 올랐다. 자연스럽게 집주인 할머니께 연락이 왔다. 내년 4월 본인이 입주하실 것이기 때문에 집을 비워달라는 이야기였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주는 안락함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지만 주인이 들어온다니 어쩔 수 없다. 눈물을 훔치고 이제 이사 갈 집을 알아봐야 한다. 전세 값은 치솟고 있지만 매물이 없다. 요즘은 전세가 나오면 집을 보지도 않고 예약을 걸어놨다가 바로 채가는 구조라고 한다. 전셋값이 오르고, 전세는 귀해지고, 집 값은 오르고 뭐 그런 상황이다.


서울 주거용 건물들

   

  올 한 해 치솟는 집값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참 많다. 이번에 결혼한 내 친구는 같은 금액으로 2년 전이면 매매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택도 없는 가격이 되어서 전세부터 시작해야 함에 박탈감을 느낀다고 했다. 취직 후 강남에서 자취를 시작한 친구는 매일 밤 부동산 어플을 둘러보며 서울에 내 집 마련은 힘들겠다는 생각에 뜬눈으로 밤을 새운다고 했다. 비혼을 결심한 친구 중 한 명은 서울에 내 집 마련은 포기했다. 오르는 집 값을 보며 내 돈으로, 이번 생에는 어렵겠다고 생각한다. 또 어떤 친구는 결혼과 동시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대출을 풀로 땡기는 것)을 해서 서울 안에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물론 갚아 나가야 할 빚이 많다고는 한다. 얼마 전 브런치 대상을 받은 책도 생애 첫 주택 구입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은 '주택 구입 표류기'인 것을 보면 사람들의 주택 구입을 위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 지를 느낄 수 있다.


  주변을 둘러봤을 때 젊은 나이에 집을 마련하는 경우는 보통 이러한 조건들의 교집합인 경우가 많다. 내가 모은 돈이 있고, 배우자가 모아 온 돈이 있고, 자녀의 신혼집을 위해 돈을 보태줄 수 있는 부모님이 있고, 여기에 대출이 잘 나오는 직장까지 있으면 베스트다. 이 다양한 조건들을 모두 달성한다는 게 사실은 쉬운 일이 아니다.(달성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 시대의 행운아! 축하한다!) 만약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앞으로 결혼할 날이 아득히 멀어 보인다면 더욱 달성하기 힘든 조건이다. 그렇다면 결혼과 거리가 먼 사람들은 내 집 마련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내 생각은 다르다. 혼자 살아도 집은 필요하다. 아이가 있는,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된 소위 말하는 '정상가족'의 형태여야지만 주거의 안정성이 필요한 건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늙고, 자연스럽게 근로 소득이 없어지고,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집 한 채다. 그래야 소득이 없어지더라도 주택연금이라도 받을 수 있다. 나이 들어서 나를 부양해 줄 수 있는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닌 싱글들에게는 오히려 주거의 안정성이 더 필수적이다. 그리고 기왕이면 그 집이 혼자 살기에도, 여자만 살기에도 안전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목표는 내 집 마련이다.




내 집 마련을 향해 가는 길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로 비유하자면 크게 세 가지 길로 이야기할 수 있다.


첫 번째. 청약


  첫 번째 길인 청약은 쉽고 빠른 길이지만 문이 잠겨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요즘에는 하늘의 별따기다. 청약, A.K.A 로또 청약(청약에 당첨되는 게 로또만큼 힘들다는 의미)은 청약 통장이 있어야지 가능하다. 청약은 인터넷 홈페이지 '청약 HOME(https://www.applyhome.co.kr/)'에서 공인인증서만 있다면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가능하다. 청약홈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캘린더에 청약 일정도 잘 정리되어 있다.


  청약 통장에 꾸준히 돈을 입금해 온 세대주라면 주택청약이 가능하다.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어 있을 때에는 청약 경쟁률도 엄청나게 높아진다. 한마디로 당첨되기 더 힘들다는 소리다. 가점제와 추첨제로 나뉘는데,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이 길고, 나이가 많거나, 부양하는 부모가 있거나, 자식의 숫자가 많을수록 가점이 높아진다.


 청약 중 일반 공급에 비해 비교적 경쟁률이 낮은 특별 공급에 '생애 첫 주택 구입'이라는 분야가 있지만 내가 생애 첫 주택 구입이더라도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해당사항이 없다. 그럴 거면 '신혼부부 생애 첫 주택구입'으로 하지 왜 이름을 생애 첫 주택 구입으로 해서 멀쩡한 사람을 설레게 하는지 모를 일이다. 슬프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청약 가점제로 청약에 당첨되는 건 거의 가능성이 0으로 수렴한다(노부모 부양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도, 추첨제는 로또 당첨되는 걸 바라듯 노려볼 수 있다. 추첨제는 무주택 세대주고 해당 지역에 살았다면 1순위로 청약이 가능하다. 내가 당첨되기를 비나이다 비나이다 물을 떠다 놓고 빌면서 꾸준히 찔러보는 수밖에. <대한민국 청약지도> 책을 읽어보면 청약 시스템에 대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두 번째. 경매


  두 번째 길인 경매는 샛길 같은 거다. 이게 길인가 싶을 정도로 험할 수도 있지만, 험한 길을 헤치고 올라가면 빠르게 정상에 도달할 수도 있다. 조금이라도 집을 싸게 사기 위한 각고의 노력. 그것이 바로 경매와 공매의 길이다. 경매나 공매는 해당 집의 주인이 빚 또는 세금이 많이 밀려서 갚을 수 없을 때, 그 집을 팔아서 빚을 갚기 위해 경매/공매 시장에 나온다.


  경매를 통해 집을 구매하다 보면 시장가보다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황이 어려워진 사람의 집을 매수하게 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지금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을 나가게 하는 명도의 과정 등이 쉽지 않아 진입장벽이 높다. 최근에는 이 경매시장도 과열되어 시장가보다 높게 받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경매는 워낙 시중에 학원들이 많다. 경매와 비슷한 공매도 있다. 공매는 경매와 거의 동일하나 '세금'이 밀린 집들이 공매로 나온다. 경매와 공매는 학원을 다니면서 방법을 익히는 것도 좋고, 요즘은 인터넷 강의도 잘 나와있다. 잘 설명된 책들을 읽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경매는 대한민국 법원 법원 경매 정보(https://www.courtauction.go.kr/) 사이트에서,

공매는 온비드(https://www.onbid.co.kr/)에서 확인 가능하다.



세 번째. 매매


 일반적으로 집을 사는 방법이다. 길로 치면 넓고 잘 닦인 등산로다. 부동산과 친해지고, 급매 나오는 물건들을 노린다면 매매를 통해서도 시장가보다 조금 더 싼 가격에 매수가 가능하다. 돈만 있으면 사실 편하게 부동산 가서 매매하면 된다. 매매도 말은 쉽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해 임장을 다니고, 부동산에 들어가 살펴보는 모든 과정은 사실 쉽지 않다.

처음 부동산 문을 열기까지, 이 문이 얼마나 무섭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나는 이곳저곳 돌아다닐 때 습관처럼 호갱노노 어플을 펼쳐서 그 지역의 시세, 집값을 확인해보는 편이다. 친구들과 지방에 여행 갔을 때, 내가 살고 싶은 지역에 놀러 갔을 때, 긴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 중에 심심할 때 호갱노노 어플을 켜서 주변을 둘러본다. 이렇게 오며 가며 시세를 익혀놓으면 대강이라도 집 값의 흐름을 알 수 있다. 평소에 네이버 부동산, 호갱노노, KB부동산 등의 사이트와 친해지고 관심 있는 지역의 아파트 집 값의 등락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부동산 공부가 된다. 부동산 커뮤니티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이야기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동산과 친해질 수 있다.


네이버 부동산 - https://land.naver.com/

호갱노노 - https://hogangnono.com/

KB부동산 - https://onland.kbstar.com/

 




빼곡한 아파트 사이에 내 집 한 채는 생겼으면


어디서 나의 길이 열릴지는 모르기에 세 가지 길을 다 공부하고 있다. 청약도 꾸준히 넣어보고, 경매에 나오는 물건들에는 무엇이 있나 기웃기웃 본다. 돈이 있고 확신이 있다면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인 부동산에 가서 매수를 할 생각도 있다. 요즘은 관심 가는 아파트가 있으면 나의 반려인 K와 함께 동네 구경할 겸, 나들이를 갈 겸 임장을 가기도 한다. 간 김에 그 동네에 맛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구경도 하고 돌아온다.


빠른 시일 내에 내 집을 마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거다. 법정스님의 '무소유' 정신처럼 평생 집 한 채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숭고한 정신의 소유자라면 좋겠지만, 나라는 미생은 그렇지가 않다. '결혼 안 하면 외롭고 쓸쓸하게 늙어 죽는다'라는 말에 "아닌데? 내가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를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집도 있고, 돈도 있고, 외롭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결혼하지 않는다고 하면 염려와 걱정으로 얼룩진 한숨을 쉬는 부모님께도 당당하고 싶다. 2년마다 이사 다니지 않아도 되는 내 집 한 채를 소유하고 행복하게 늙어가고 싶다. 혼자서는 숨이 차오를 때도 있는 오르막길이겠지만, 함께 공부해 나가는 반려인 K가 있어서 외롭지 않다.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 부를 ' 갖는 힘을 믿는다. 우리는   있다!



Written by. 토핫(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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