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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 Jan 23. 2022

내가 안 쓴다고 했지

이 글은 업체를 그만둬야 되나 생각이 들 만큼 나를 힘들게 했던 객에 관한 에피소드다.



공동구매 현장[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잘하는 입주 품목 업체들을 여러 군데 선정해 입주민들에게 다양한 서비스와 가격 면에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드리는 박람회]을 참여하게 되면 초반에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다.

아직 업체에 대한 정보가 없는 고객들에게 초반에 시공한 집들의 후기로 업체의 시공능력이 판가름 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신경 써서 일하게 된다.

물론 언제나 한 집 한 집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지만, 그야말로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떤 실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청소 및 그 이외에 품목들의 기본적인 퀄리티는 기본이고 팀원 관리에도 힘쓰고 고객 상대에도 최대한 강단 있되 예의 있게 행동해야 했다.



항상 공동구매에서 제일 시끄러운 품목이 청소 품목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클레임이 발생될 수밖에 없고, 준비되지 않는 업체들이 멋모르고 공동구매에 참여했다가 뭇매를 맞고 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입주율이 높은 아파트를 기준으로 1000세대 중 70~80%의 세대들이 2~3개월 안에 모두 입주를 앞둔 분들이기 때문에 이런 품목들에 관심이 많고 입주자 카페를 통해서 업체들의 정보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공유를 하기 때문에, 공동구매에 들어가는 것은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현장이긴 하지만 그만큼 살얼음판을 걷는 듯 예민해져야 하고 진상고객을 잘못 만나면 한순간에 업체의 이미지가 추락할 수도 있는 현장이라 양날의 칼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Y시에 있는 한 아파트 공동구매 현장이었다.

이 아파트는 3차였는데 1000세대가 넘는 2차 아파트 현장에서 우리 업체가 굉장히 잘한다 소문을 들은 3차 입대위 대표님이 개인적으로 3차에도 꼭 들어와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같은 지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팀원들을 데리고 매일 먼 곳까지 출퇴근하기가 버거웠던 나는 말씀은 너무 감사하지만 사정상 힘들다고 정중히 거절했으나 계속적인 권유로 그 당시 Y시에 입주청소업체로서는 최고가인 평당 1만 원에 공동구매로 참가할 수 있었다.

당시 공동구매 청소 가격이 평당 8000~9000원이었던걸 감안하면 참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그래서 참여하는 데 있어서의 책임감도 만만치 않았다.

2차보다 조금 더 높은 금액을 받는 대신 더 책임감 있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다.



7월로 기억한다.

대기는 찜솥 위에 올라앉아있는 듯 푹푹 찌는 공기에, 온도계는 38도로 치솟아 있었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였다.

당일 검수를 원칙으로 했으나 그날 고객님이 일이 생겨 저녁에 가서 확인하겠다 하셔서  검수를 하지 못하고 퇴실했다.

그날 나는 일이 있어 현장에 가지 못했기 때문에 팀장에게 마무리 잘하고 올라오라고 얘기했다.

책임감 있게 제일 잘하는 팀이었고 문제가 됐었던 적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마무리하고 잊고 있었는다.


그날 저녁 문자메시지가 띠링띠링 울리기 시작했다.

몇 장의 사진과 정말 실망스럽다는 메시지가 와있었다.

사진상으로 확인한 결과 미흡한 부분이 보여 나는 바로 전화를 드리고 일단 입주를 앞두고 마음 쓰이게 해 드려서 너무 죄송하고 내일 오전에 바로 방문드려 다시 깨끗하게 마무리해드릴 것을 약속드리고,

신경 쓰시지 않게 마무리 잘해드릴 테니 푹 주무시라고 인사하고 전화를 끊었다.

청소라는 직종은 A/S는 불가피한 직업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있어서 일일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지속적으로 일하기 힘들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신경도 쓰이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100이면 100의 모든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팀원뿐만 아니라 나 또한 실수를 많이 하는데 사람이 하는 이상 실수는 어디서든 발생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클레임의 발생 그 자체가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클레임을 걸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서비스해드리느냐가 그 업체가 얼마나 책임감 있는 실력 있는 업체임을 증명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 사람은 새벽까지 1시간 간격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물론 잘못한 것은 맞지만 실수한 부분을 인정하고 다시 해드리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이쯤 되면 그냥 사람을 괴롭히겠다는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거다.

그렇게 밤을 꼬박 새우고 더운 날씨에 안 그래도 체력적으로 지쳐있는 팀원들을 데리고 얼른 하고 나오자며 격려하면서 현장으로 갔다.



보통 a/s 가 발생하면 팀장이 혼자 다시 가서 금방 마무리하고 나오는데 느낌상 그런 모습은 무성의하다고 생각할 듯하여 그날은 그냥 팀원 3명을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3시간 동안 집안 모든 곳을 다시 청소해 드렸다.

그 고객은 맨발로 싱크대 상판 위에 올라가서 돌아다니며 다시! 다시! 다시!라고 소리치고 틈새에 끼어있는 먼지 하나까지 다시 닦으라고 소리쳤다.

솔직히 살면서 그런 류의 사람을 처음 만났을뿐더러 더운 날씨와 긴장감 속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인격의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으니 머리가 핑 돌았다.

더 이상은 할 것이 없어서 팀원들을 먼저 내보내고 고객과 얘기를 했다.

여러 번 말씀드린 것처럼 어제 청소가 미흡한 부분은 정말 죄송하다. 오늘 이렇게 팀원들이 다시 와서 전체 청소를 마무리해드렸으니 저희가 실수한 부분은 양해 부탁드린다고

그랬더니 알았다며 어쨌든 더운 날씨에 수고 많으셨다고 말씀하셨고 나는 정중히 인사하고 나왔다.

그리고 그날 팀원 중 2명이 더운 날씨에 긴장하며 청소한 탓에 일사병으로 쓰러졌다.

그날 나는 이제 청소업을 그만둬야 하는 날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힘들어하는 팀원들을 먼저 보내고 남은 팀원들과 그날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밤 11시까지 현장에서 일했다.



그날 밤에 그 고객에게서 문자가 왔다.

자기는 이 청소가 평당 1만 원짜리 청소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는 청소비의 반만 내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때는 이미 우리가 제공한 서비스의 품질과 대가는 차치하고 이 스트레스로 인해 다른 일들마저 피해가 가는 것이 더 싫어서 그저 한시라도 빨리 이 사람과의 관계를 마무리 짓고 싶었다.

그래서 고객님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어쩔 수는 없지만 저희 업체는 처음의 실수는 인정했고 죄송하다고도 말씀드렸고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최선의 청소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말하며 나의 입장을 다시 한번 말씀을 드렸다.

이차저차 따지고 하는 것도 이제 지쳐서 금액은 청소비의 반액만을 받았다.

그렇게 한시라도 빨리 그 일은 잊어버리고 남아있는 예약 건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끝났구나 하며 한시름 놓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아파트 입주자 카페에는 그 사람이 작성한 글이 인기글로 떡하니 올라와 있었다.

최초에 실수했던 부분들을 부각해놓은 사진들을 올려놓고 이런 업체가 어떻게 공동구매 업체로 선정되었는지 모르겠다며 입대위까지 욕하고 다른 분들은 이런 피해를 보지 말라는 식으로 욕을 한 바가지 적어 놓았다.

순간 눈앞이 아찔했다.

최초의 실수는 우리가 잘못한 것이 맞다.

하지만 실수에 대해 거듭 사과를 드리고 할 수 있는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거기에 더불어 청소비용까지 반밖에 받지 못한 입장에서 이건 정말 부당하고 억울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당황한 마음에 그 고객에게 전화했다.

저희가 고객님이 겪으신 불 편만큼에 상응하는 보상과 서비스를 최대한 제공해 드렸고 고객님도 분명히 알았다 수고하셨다 말씀하시지 않았냐. 그리고 약속했던 금액의 반을 받은 건 그것으로 서로의 합의는 끝난 것 아니냐. 이런 글이 올라오면 저희 업체는 선입견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고 계속해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으니 글을 좀 내려주셨으면 한다라고 부탁드렸다.

그 사람은 그건 당신네들이 먼저 실수한 거고 나는 이런 사실을 입주민들과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당당하게 나오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상대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입대위 대표님에게 연락해서 부끄럽고 죄송스럽지만 부탁을 드렸다.

입주민 분과 잘 말씀하시고 글을 좀 삭제해 주셨으면 한다고.

얘기를 듣고 그분과 통화한 대표님 또한 통화해보니 어떤 사람인지 대충 느낌이 온다며 자신이 더 미안해하며 맘고생 많으셨겠다고 위로하고 해당 글을 삭제해 주시기로 하셨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당 글은 지워졌다.



그리고  그다음 날이었다.

어제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똑같은 글이 올라왔다.

그 사람의 와이프 명의로 보이는 아이디[입주민들은 닉네임 앞에 동호수를 붙인다]로 똑같은 글을 올린 것이다.

그 상황을 보고 있자니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거였다. 그야말로 어떻게 이렇게 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상황이었다.

그 글은 나보다 대표님이 먼저 발견하셨고, 너무 어이가 없었던 대표님은 그분께 다시 전화해서 왜 글을 다시 올렸냐고 물어보았는데.

그분이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내가 안 올린다고 했지,
내 와이프가 안 올린다고는 안 했잖아요!


몇몇 분은 우리도 그 부분은 별로였다라고 댓글이 올라오자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래도 다행히 많은 분들이 <우리 집은 아주 만족했다>, < 너무 친절하셨고 이제 청소는 무조건 여기 맡길 거다>, < 너무 만족해서 소개도 많이 했는데 다들 만족하셨다>라는 여러 댓글을 달아주셔서 마녀사냥은 피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그 와이프란 사람도 그런 댓글이 계속해서 달리면 ‘우리 부부가 좀 예민한가’할 수도 있었는데 댓글마다 "우리가 혼 좀 내놨더니 이제 정신 차렸나 보네요."등의 댓글을 열심히도 달고 있었다.

참… 그렇게 자신들의 인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처참하기까지 했다.

'후안무치'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그런 식으로 모든 서비스를 다 제공받아 놓고도 청소 대금은 자기 마음대로 50프로밖에 지불하지 않았던 정황들을 글이라도 하나 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쯤 되면 이건 정상적인 대화로 상대할 수 없는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날씨에 팀원들은 스트레스와 더위로 허덕이고, 그 한집으로 인해 팀의 사기는 점점 떨어지고 나 또한 집중력도 떨어지고 사람에 대한 환멸이 느껴졌다.

그때 나는 이제 청소업을 그만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업체는 늘 고객 앞에서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입주민들은 아무리 별난 입주민이라 해도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업체가 입주민을 상대로 분란을 일으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또한 공동구매 현장에 계속해서 참여하려면 ‘입주민과 싸웠던 업체’라는 주홍글씨는 되도록이면 피해야만 했다.


생각보다 큰 타격이 있을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그 글로 인해 두, 세 건 정도의 예약만 취소되었고, 그 글을 보신 입주민들은 오히려 사장님 맘고생 많으시겠더라. 우리 옆집도 너무 잘해주셔서 저도 여기 맡겼는데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그런 욕까지 먹고 너무 힘드시겠다며 위로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좋은 분들은 늘 이렇게나 많은데 멘털을 흔들어 놓는 건 꼭 한 명이다.

그리고 이번엔 정말 멘털이 나갈 정도로 강력한 상대를 만나버렸고.



어쨌든 나는 우리 업체를 경험해보지도 않고 누군가의 말만으로 이상한 업체라 낙인찍히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기존의 청소업체와는 다른 전문성과 서비스와 책임감으로 스스로 늘 최선을 다하는 업체란 자긍심에 이런 식으로 억울하게 흠집을 낼 수는 없었다.

앞으로 다른 공동구매 현장에 못 들어가게 되더라도 우리 업체의 명예는 회복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업체명을 노출시키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우리 업체임을 알 수 있는 상세한 설명으로 적어놓은 글은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해서 업체에 피해만큼 그 사람을 고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인인 경찰에게 물어봐서 이런 경우 업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서 말해달라 했다.

그리고 실제로 고소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알아보니 누가 봐도 그 업체임을 알 수 있는 표현이나 업체명을 노출시킨 경우에는 1회당 50만 원에서 300까지 벌금이 나올 수 있고, 그것으로 피해본 금액을 증명할 수 있다면 모두 다 청구할 수 있다는 대략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상황은 이렇게 돌아갔고, 그 사람을 고소하기 전에 입대위 대표분께는 상황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 미리 얘기를 했다.

대표님은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공동구매 업체가 입주민을 고소했다는 사살이 밝혀지면 입대 위쪽에서도 좋을 것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이 한 번 더 중재를 해보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입대위 대표분이 그분께 전화해서 당신이 지불해야 할 벌금만 몇 백단위에 달한다라고 말해주자 그 글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평당 1만 원의 청소 대금도 너무너무 아까웠던 그 사람에게 제일 무서운 존재는 결국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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