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듬뿍 느끼고 싶을 때 읽는 책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저

빈틈없이 사랑스러운 책. 나는 모든 사람들이 한아만큼 듬뿍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한 명 한 명이 그만큼 애정과 관심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고 있다. 한아는 어쩐지 질주하는 이 미친 신자유주의에서 약간 비껴난듯한 인간이다. 생각해보면 요즘 한아만큼 환경을 생각하는, 자기만의 색과 생계 설정이 뚜렷한 젊은이들이 참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비록 내가 쓴 책은 아니지만 바치고 싶다. 당신의 다정한 마음이 있어서 지구가 조금 더 건강해졌다고. 그래서 고맙다고. 

 <지구에서 한아뿐>은 표지가 참 예쁘다. 이 책은 이 표지가 아니면 안 돼! 하고 (혼자 굳게) 믿고 있다. 표지에 앉아있는 여성이 한아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하여간 이 작고 가볍고 귀여운 책은 만듦새까지 참 좋다. 감상문을 쓰다 보니 한아라는 이름 너무 좋은걸.. 언젠가 쓸 기회가 있으면 써먹어야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외계인 경민이 안 돌아올 줄 알고 한아의 세계가 점만큼 아주 작아졌다가, 경민이 돌아오자 조금씩 확장되어서 경민이를 중심으로 아주 커지는 장면이다. 어쩌면 사랑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내 세계를 지탱해주고, 확장해주는 것. 오로지 그 사람이 있기에 가능한 것.

 "남겨진 날 좀 이해해줘. 너 없이 어떻게 닳아가겠니."

 밝히기 부끄럽지만 나는 사랑을 다룬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드라마에서 웃기지도 않게 아무데나 끼워넣는 건 싫어하지만, 사랑에 빠지게 된 사연, 사랑을 듬뿍듬뿍 주고 받는 과정, 사랑으로 행복한 시간들과 괴로운 시간들, 몸부림치는 모습을 활자로 읽고 있자면 내 마음의 빈 공간에 내가 읽은 그 사랑을 쑥쑥 채워넣는 기분이다. 몸이 허해졌을 때 링겔이나 포도당 주사를 맞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내 허기진 마음을 채운다. 그러면 다시 퍽퍽한 일상을 살아갈 힘이 조금 나는 것이다.. <지구에서 한아뿐>은 로맨스에만 집중한 소설이 아니어서 더 좋았다. 그러나 가장 좋았던 장면은 한아의 심장이 멎어갈 때 몰래몰래 제 2의 플랜을 준비하고 있던 외계인 경민이가 우는 장면이다. 나는 사랑을 잘 모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다음에도 평화롭게 혼자서 잘 먹고 잘 사는 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촌스러운 사람이다. 나는 정세랑 작가님의 표현과 그의 감성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데, "너 없이 어떻게 닳아가겠니." 이 부분도 참 좋다. 옮겨 적지는 않았지만, "한아의 오래된 심장이 철렁했다." 이 부분도. 

 올해 정세랑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은 하나의 큰 수확이다. 작가님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된 것 같다. 지금은 <피프티 피플>과 <목소리를 드릴게요>를 읽고 있는데, 단편집에 나온 천사와 고양이 인간, 납치당한 인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으나 그것도 뒤늦게 다른 감상문을 보면서 알아챈 거고, 실은 이 책 저 책을 마구잡이로 동시에 읽다보니 천사 이야기도 이 책에서 나온 줄 알았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정세랑 작가님의 <이만큼 가까이>도 좋은 평이 많던데, 오랫동안 아껴서 읽고 있는 <잠옷을 입으렴>을 다 읽고, 감상문까지 끝내면 시작해볼 예정이다. 6/14까지 휴관에 들어간 도서관이 그때쯤 다시 문을 열련지, 여러 권의 책을 정신없이 읽고 있는데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몇 개 시작해버린 내가 이 모든 것을 잘 병행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