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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Nov 25. 2020

좋아하는 것을 힘껏 좋아할 수 있는 힘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 : 그것이 덕질의 즐거움>, 정지혜 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인생의 한 장면이 전개될 때마다 사는 게 참 재밌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음 장면에 전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나의 세계'는 '나라는 인간의 경험치'로 구성됩니다. 내가 손을 뻗은 마늠, 발을 내디딘 만큼이 내가 경험하는 세계의 전부이지요. 이번 여행으로 스스로 그어두었던 한계선이 보다 넓어진 것을 느꼈습니다. 그만큼 내가 나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세상도 커진 거겠지요. 

  -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 : 그것이 덕질의 즐거움>, 정지혜 저




 사적인서점은 내가 잠실에 갈 때마다 꼭 들리는 곳이다. 교보문고보다 오히려 작고 아늑한 그 공간에서 보물처럼 귀한 책들을 건져올릴 수 있다. 같은 책이어도 왜 사적인서점에서는 더 재밌어보이고 흥미가 가는지 모르겠다. 정지혜 책처방사의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거야>도 그렇게 발견하게 됐다. 원래도 이 책의 존재를 알았지만, 색연필로 밑줄이 쫙쫙 그여져있는 걸 보면 나도 이 책을 꼭 읽어야만 한다는 강력한 동인을 얻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가진 큰 그릇의 사랑에 놀랍기도 하고, 사랑이 삶의 폭을 얼마나 넓고 깊게 만드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내게도 그런 한결같은 사랑의 원천들이 있기에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사랑은 사람을 살게 하고, 삶을 살만하게 만들고, 몰랐던 세상까지 넓게 뻗어나가도록 만든다. 





 동시에 사랑에 기꺼이 빠져있기로 결정하는 것 역시 사람의 선택에 달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사고처럼 불시에 우리를 습격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주의를 가지고 무엇으로부터 기쁨을 느끼고 뭘 할 때 즐거워지는지 관찰하여 끊임없이 사랑이라는 감정 안에 빠져있을 수 있도록, 그리고 더 깊은 감정의 폭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스스로를 허용하며 이뤄지는 사랑도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한 출판사 대표님으로부터 작가가 받은 메일이 인상깊었다. 그렇게 따뜻하고 정확한 감사의 말들이라니. 깊은 진심이지만 전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말들이었다. 그러나 용기를 내서 상대방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선택하는 것, 그 작지만 큰 선택들이 이 세상을 조금 더 살만하게 만든다. 누군가에게 진심을 담은 한 마디의 말, 먼저 건넨 다정한 손길이 우리에게는 두고두고 꺼내볼 기억으로 남는다. 내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는데, 나도 이제는 누군가에게 늘 가지고 있었던 내 진심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그냥 아무 말씀 없이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서점원의 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책의 운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사무치게 깨닫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몇 년 전 친구들과의 주된 화두가 사랑은 감정에 불과한 것이냐는 주제였던 적이 있다. 그때 우리가 주로 하던 말들은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Love is not just a feeling", 끊임없이 상대(또는 대상)을 더 알아가고 감정을 교류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의 발현을 통해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삶을 살아가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치 않으나, 좋아하는 것을 힘껏 좋아할 수 있도록 매일 스스로 촛불을 킬 수 있는 여유는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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