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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Mar 21. 2021

3월, 당신의 식탁에는 어떤 음식이 함께 하는지

내가 먹는 음식이 어떤 나를 만드는가에 대하여 생각하는 즐거움

현명한 식생활을 위한 나의 세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디테일이 중요하다. 
2.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3. 크리스털 꽃병을 깨뜨리지 말라.

 ―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 : 이제부터 당신 메뉴에 ‘아무거나’는 없다>, 마틴 코언 저




 이번 달도 안녕하세요?

 봄을 어떻게 맞이하고 계신지, 또 완연한 봄을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최근에 봄나물을 먹고, 꽃봉오리를 구경하는 재미에 지내고 있습니다. 향긋한 냉이나물과, 민들레, 취나무 등등이 함께 들어있는 섞어나물, 그리고 된장찌개라면 어떤 호화로운 밥상도 부럽지가 않아요.

 다만, 가만히 봄을 기다리고 있던 제 평탄한 일상에 큰 변화가 인 것은, 얼마전 크게 앓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그렇게 아파본 적이 없었는데, 그런 큰 고통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허물어뜨리며, 또 사람의 일부분을 영영 변화시키나 봅니다. 입맛도 어쩐지 조금 변하여 매일 하나씩은 꼭 먹던 계란을 입에 대지도 않고 있답니다.





 나이가 들면서 식성과 입맛이 변한다는데, 저는 조금씩 더 자연에 이끌리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제게 음식은 주는 사람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척도였으며, 엄마와 아빠의 허용 안에 있는 음식만을 먹을 수 있다는 큰 제약이 있었지요. 그래서 조르기도, 몰래 먹고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온전히 제 마음에 따라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의 한계 내에서 얼마든지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다만, 이제 음식은 곧 나 자신이며, 나의 내일을 만들 것임을 잘 알기에 선택에 있어서 너무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영양성분과, 한껏 소박해진 저의 소화능력과, 내일도 출근해서 일해야 하는 나의 몸 상태를 동시에 고려할 수밖에 없어졌으니까요.





 시대의 흐름도 이 복잡한 마음에 한 몫을 단단히 합니다. 누군가는 유제품은 몸에 좋지 않다고, 완전 채식만이 답이라고, 또 누군가는 곡물을 먹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탄수화물이, 당이, 육류가, 오염된 해산물이 우리 몸의 적이라고 말하는 말들에 일일이 순응하다가는 하늘 아래 마음 먹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하나도 없을 것만 같습니다. 이런 제게 꼭 필요했던 그런 책을 발견하였습니다. 바로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 부제는 더욱 심상치않습니다. "이제부터 당신 메뉴에 '아무거나'는 없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저의 메뉴에 아무거나란 없냐고요? 꽤 그런 것 같습니다.





 실은 '베드타임 스토리' 용으로, 즉 잠들기 전 침대에서 조금씩 읽기 위해 고른 책인데요, 숙면이라는 목적에 꽤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박수를 높이지 않고, 적당히 뇌에 부하를 주면서, 뒷내용이 미칠듯이 궁금하지는 않으며, 꽤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는 책.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이 책을 읽고 조금 변했습니다. 메뉴를 선택하기에 앞서 나를 말해주는 음식으로 무엇이 좋을지(저는 인삼을 넣은 소고기무국을 요즘 맛있게 먹고 있는데요, 제가 곧 인삼 소고기무국이 된다면 그건 싫을 것 같습니다) 생각하게 된다고 할까요, 이 음식이 저의 몸뿐 아니라 마음을 직조하고 영혼을 빚어내는데 어떻게 쓰일지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탄단지만의 비율을 첫째로 고려했다면, 그밖의 영양소들도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책에서 내내 반복하는 이야기, '크리스탈 꽃병을 깨뜨리지 말라'는 말이 제 뇌리에 단단히 각인되었기 때문이지요. 뇌에 관련된 교양 수업을 듣다가, 문득 우리 몸이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계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그것도 영혼이 있는!), 갈수록 그 생각은 확고해지는 것 같습니다. 주인조차 작동 원리를 모르는 이 신비한 기계를 다루는 데 있어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을수록 온 몸과 마음으로 실감하게 되네요. 이 책을 읽고 조금 더 음식에 대해 생각하게 된 저는, 이제 무염식에 집착하지도 않고, 소식을 하려고 힘들게 애쓰지도 않습니다. 다만, 소박한 음식을 골고루 먹으려고, 특히 제철음식을 잘 챙겨먹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편입니다. (요즘 대저토마토가 얼마나 맛있는지요!) 곧 쑥과 두릅의 계절이 오는 만큼, 한 해를 건강하게 나기 위해서 봄나물을 열심히 먹으려구요.






 이 책이 귀중한 것은, 단순히 음식에 대한 여러 생각을 모아놓은 것에 그치지 않고, 철학자의 사고방식에 입각하여 음식에 대해 생각한다는 데 있습니다. 위대한 철학자들이 어떻게 먹었는지, 그들의 음식 선택 또한 위대했는지 아는 재미도 있지요. 살을 빼고 싶다면, 건강을 회복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스러운 당신이라면, 서로 다른 주장들 속에 나만의 중심을 갖고 음식을 선택하고 싶다면, 이 책이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나의 몸을 소중히 하는 첫 걸음은 될 수 있겠지요.




그러나 현재 정설로 통하는 주장을 재점검하고 다른 가설을 살펴보려는 의지야말로 진정한 철학자가 가져야 할 영혼의 표식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식생활 조언들을 따라잡기 위한 열쇠라고 생각한다. 




 

크게 아프고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게 된,

2021년 3월 21일,

박정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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