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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Apr 18. 2021

4월, 당신의 꿈은 어떤 빛깔을 지니고 있는지

악몽에 놀란 마음을 가만히 진정시켜주는 책

어떠면 악몽은 행목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에게 찾아드는 게 아닐까 하고……

  ― <악몽수집가>, 엄주 저




 여러분의 4월은 어떤 모습인가요? 봄이 오나 싶더니 갑작스럽게 겨울 추위가 찾아오고, 꽃이 활짝 폈나 싶더니 엄청난 비가 내려 금세 씻어내려버리는 와중에도 봄을 만끽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림책을 한 권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엄주 작가님이 그리고 쓴 <악몽수집가>입니다. 





 이 책은 일단 시선을 끄는 보라색 표지에, 만듦새도 꽤 좋습니다. 악몽을 수집하는 수집가와 부모님의 다툼으로 마음이 상한 환희가 나오는 포근한 이불같은 이야기예요. 악몽을 자주 꿔서 진정이 필요한 이들, 악몽을 좀처럼 꾸지 않아 심심한 이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지요. 저는 글자가 잘 읽히지 않을만큼 컨디션이 난조일 때 꼭 그림책을 읽습니다. 넉넉한 그림에 적은 글자수가 퍽 쉽게 읽히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읽어내리는 행위엔 큰 부담이 없기 때문에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에게도 부담없이 선물하기 좋지요.





 저는 마음이 좋지 않으면 꼭 악몽을 꿉니다. 어렸을 때는 우산을 들고 날아오르는 무서운 꿈을 반복적으로 꿨어요. 저의 의사와 상관없이 우산 손잡이를 꽉 쥐고 속도도 방향도 통제할 수 없이 마구 날아오르는 우산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깨고 나면 온 몸에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지요. 하지만 악몽을 꾸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딱히 무엇을 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다른 날과 똑같이 일상을 바쁘게 보내다보면 어느새 차츰 잊게 되었죠.





 악몽은 사람의 성격과 성향만큼이나 각각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거예요. 꿈에서 깨어나 울고 있는 아이에게 스승이 무슨 꿈을 꾸었냐고 물었더니, 너무 좋은 꿈이라 이렇게 울고 있다고 답했다는 이야기처럼 현실에서 일어날 리 없는 좋은 꿈이 곧 악몽인 사람도 있겠고, 저처럼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악몽을 꾸는 사람도 있는 반면, 악몽같은 현실을 살고 있는 사람도 있겠죠. 저는 잠이란 자고로 꿈 없이 숙면을 취하는 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악몽의 존재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그는 울고 있는 아이를 지긋이 바라보며 속삭입니다.
"마음껏 울어. 꿈에서는 몽땅 울고 오너라."

수집가는 방을 빠져나오며 깨달았습니다.
꿈에서라도 실컷 울 수 있다면, 꿈이 필요하다는 것을.





 꿈에서 실컷 울고 깨어나 다시 현실 세계를 저벅저벅 걸어갈 용기를 내기 위하여, 내가 마주하기 어려웠던 과거의 고통을 인정하고 나를 보듬어주기 위하여 악몽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너무 편협하게 악몽을 미워만 했던 게 아닐까요? 우리에게 행과 불행이 나란히 찾아올 수밖에 없는 것처럼, 또 행복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길몽만을 편애할 필요는 없을 지도요.





 악몽수집가는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악몽을 받아적습니다. 이렇게 수십개의 나라를, 수많은 밤을 넘나들며 악몽을 수집해왔지요. 환희는 악몽이 나타나면 사진을 찍어 악몽의 모습을 기록하구요. 어느날 악몽수집가는 시간의 문을 넘어 젊은 엄마의 악몽을 보게 됩니다. 바쁜 육아와 가사노동으로 자신을 잃어버리고만 슬픈 현실이 곧 그의 악몽이었죠. 충격을 받은 악몽수집가는, 악몽을 수집하면서 반드시 행복한 꿈을 남기고 오겠다고 결심합니다.





 자신의 악몽을 받아적는데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악몽을 수집하고, 또 자신이 갖고 있는 다섯 가지의 신비한 마법 도구들로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진정시키는 악몽수집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따뜻하고 기댈 수 있는 존재이지요. 그러나, 그 자신이 악몽수집가가 된 배경은 자신 역시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이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우리는 각자가 지닌 그늘로부터 비로소 다른 사람의 그늘을 알아보고 위로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나의 가장 취약한 곳이라고 여겼던 나의 일부가 나를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또 각자가 서로 다른 악몽에 시달리는 존재이기에 서로 힘껏 손을 뻗어 서로를 구원하는, 그런 귀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악몽수집가>를 시시때때로 악몽과 악몽같은 현실에 시달리는 당신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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