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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Apr 17. 2021

현실을 선택하며 살고 싶다면

트랜서핑 시리즈, <여사제 잇파트>를 읽고

"인류는 항상 잠들어 있었고 앞으로도 절대로 깨어나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죠. 꿈과 생시에 차이가 있는지 말이에요."

  ― <여사제 잇파트>, 바딤 젤란드 저




 읽는 내내 정말로 즐거웠던 책을 가지고 왔다. 특히 눈 앞에 펼쳐지는 현실이 고단하고 꼭 내 마음같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바로 당신의 현실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비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믿기 어렵고,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할 이야기.





 그러나 현실과 비현실, 과학과 비과학, 그리고 가능과 불가능을 가르는 경계를 명확히 가를 자 누구인가. 우리가 파악하는 현실을 얄팍하기 그지없고, 가까이 다가설수록 한 발 뒤로 물러나 자취를 감추어버리거나 우리를 혼란에 파뜨린다. 그럴 때 우리는 영화 속 등장인물이 되어 시나리오에 이리저리 휘둘린다. 의지로 할 수 있는 건은 아무것도 없는 양. 할 수 있는 건은 오로지 바라고 기대하고, 이루어지지 않는 소망 때문에 불평하고 절망하는 것 밖에 없는 것처럼.





 그러나 <여사제 잇파트>는 우리에게는 스스로 선언하는 한 창조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커다란 두 개의 이야기 흐름을 통해서인데, 하나는 야수와 여왕, 노란 잠수함 등이 등장하는 이야기, 또 하나는 여사제 잇파트와 주인공 마틸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두 이야기는 같은 주제 아래 각자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하면서 마지막 부분에 하나로 합쳐진다. 꼭 <여사제 잇파트>의 후속편을 예고하는 양. (그래서 나는 몹시 설렌다.)




 두 가지 이야기 속 인물들은 불현듯 각자의 '현실'에서 영화 속으로 끌려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들 외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나는 나다"라는 말을 할 수가 없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무의식적으로 조종당하는 것처럼 보일뿐 아니라, 어떤 조건 하에 그들과 현실로 보이는 무대장치가 모두 멈춰버린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알 수 없는 세계 속에서 모험을 하며 이것이 그들이 '진짜 현실'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여사제 잇파트와 마틸다는 결국 현실과 꿈은 차이가 없으며, 그들이 상상하는 대로 현실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단, 그들이 자신의 주의를 통제한다는 전제 하에.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시나리오에 의해 조종당하는 등장인물에 불과할 것이다. 





 시크릿, 마음공부와 관련된 서적을 흥미롭게 하나씩 읽어나가고 있지만, 이 트랜서핑 시리즈가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내가 겪어온 현실을 가장 잘 설명하며, 내 가치관과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퇴근하는 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쭉 뻗은 나뭇가지가 하늘을 가리고 나뭇잎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꼭 영화 <소울>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 모든 삶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또 이 거대한 배경은 얼마나 영화의 무대장치 같은지 실감했다. 그리고 이렇게 애쓰지 않고산책하듯 사는 삶이 가장 내게 맞다는 것도.




결국 <여사제 잇파트>는 트랜서핑 시리즈에서 내내 강조했던 메세지가 긴 소설의 형식을 빌려 풀어낸 두꺼운 책이다. 그래서 다른 시리즈를 모두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어야 할지, 새로운 무언갈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면 나는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어떤 소설가가 말했듯, 간단한 메세지를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믿을 수 있다면 긴 이야기가 왜 필요하겠는가? 나도 단번에 읽지 못하고 여러 차례 나눠 읽었지만, 한번 재미를 들이면 손에서 놓는 것조차 아쉬워질 것이다. 내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다른 책들처럼 내가 그저 숨쉬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도록 주의를 일깨워주는 소중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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