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일기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이 시대의 신데렐라 이야기

리베카 솔닛의 <해방자 신데렐라>를 읽고

by 박정은
대모 요정은 모두가 자유롭고 가장 자기다운 모습이 될 수 있게 돕는 것이
진짜 마법이라고 했어.

<해방자 신데렐라>, 리베카 솔닛 저




어렸을 때부터 신데렐라는 어려서, 로 시작하는 노래를 자주 불렀다. 선한 자가 결국은 구원받고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했거니와, 내게도 언젠가 볕들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아이아이야, 왕자님은 어제 오실까. 내가 아닌 다른 누구도 나를 구원해줄 수 없다는 건 그로부터 훌쩍 커서야 알았다. 아주 오랫동안 사람이든 기회든 인생의 어떤 변곡점이든 어떤 형태로든 내게 영원한 행복을 선사해줄 왕자님을 기다려왔지만, 그 왕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이어야 했다.



리베카 솔닛의 신간 <해방자 신데렐라>를 보자마자, 이건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얇고 그림도 많아서 서점에서도 선 채로 후루룩 충분히 읽을 수 있었겠지만, 집중해서 한 자 한 자 천천히 읽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이 책에 왜 그토록 이끌렸는지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내게도 그렇지만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리베카 솔닛다운 별이 흐르는 듯한 문장들,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는 깊고도 순수한 문장들이 쏙쏙 박혀있어 어른에게도 심심치 않고 감동적인 동화였다. 리베카 솔닛이 새롭게 만들어낸 <해방자 신데렐라>는 변신에 대한 이야기임을 분명히 한다. 고된 가사노동과 핍박을 받으면서도 견딜 수 있을만큼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었으며, 불편한 구두보다 언제든 말을 타고 케이크를 구울 수 있는 부츠를 더 좋아하는 신데렐라는 스스로 집 밖으로 나오길 '선택'했기 때문에 자유로워졌다.



신데렐라와 자유를 연결시킨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높고 큰 성에서 왕자와 백년해로하는 것보다, 마침내 스스로를 도움으로써 원하던 케이크 굽는 일을 하는 신데렐라가 좋았다. 그러나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그가 동물이나 다른 아이들에게도 사랑을 퍼부어줄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뿐 아니라 타인도 자유롭게 만드는 이 새로운 버젼의 신데렐라가 사랑스럽다.



사실, 나는 모든 버젼의 신데렐라를 다 좋아한다. 수동적으로 보이는 신데렐라 내면에 숨겨진 힘과, 가사노동을 하면서도 무도회를 꿈꿀 수 있는 그의 상상력을 높이 산다. 그러니 <리베카 솔닛>의 버젼을 이제부터 제일 좋아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매력적인 삽화와 이야기 끝부분에 수록되어 있는 저자해설, 추천사 등이 이야기를 마침내 완성하고 만다. 이 귀한 이야기를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원고지 6.1장)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주식을 막 시작한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