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정은 Jul 23. 2021

퇴사를 하고 깨달은 것들

퇴사를 고민하는 그대에게, 또 나에게 하고 싶은 말


퇴사를 하는 내게 선배들은, 지금이 제일 신날 때라고, 혹은 이제 너는 행복해질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난 그저 살고 싶었을뿐, 내 앞에 펼쳐질 분홍빛 미래를 그리고 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퇴사를 하고 끊임없이 회사에서 겪었던 일들, 특히 마음 무너지고 내가 비참해지는 그런 사건들만 계속 떠올라서 그 기억 속에서 사는 것 같았다. 심리상담을 받고, 명상을 배웠는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건 지금의 일상이 바빠지고 내게 더 귀해져서 집중하는 것이었다.




후회는 아닌데 미련이 자꾸 남아서 뒤를 돌아보게 됐다. 거의 뒤를 보며 걷다시피 했다. 남들 보기에 좋은 직장이라서가 아니라, 내게 어떤 흠이 있었기에 잘 다니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나와야했던 건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들어갔다면 더 적응을 잘하고 잘 지내지 않았을까 싶어서 계속 이런저런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결국 나를 계속 괴롭히는 행위였다.




지금 자리잡은 직장에서 천천히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면서, 그 회사에서 배운 모든 것들―태도나 업무를 포함하여―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 크고 작고 더러운 모든 경험들이 내게 꼭 필요했기 때문에 겪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녔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렀고, 하루라도 더 일찍 나오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지만, 현 직장에서도 힘들면 퇴사하고 싶은 욕구가 무럭무럭 샘솟고, 이제는 직장과의 권태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내가 퇴사 후에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퇴사를 고민하는 분들께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회사는 나를 위해 다니는 것

남탓을 하고 싶어도 결국 나의 하루는 나의 책임이다. 원인 제공은 쟤가 했다고 손가락질 하고 싶어도, 회사는 어찌되었든 날 위해 내 발로 다니는 것이다. 향이 좋은 고급 핸드크림을 수시로 덧바르든, 맛 좋은 알사탕을 입에 넣고 있든, 마음이 편안해지는 아로마 룸스프레이를 주위에 뿌리든, 어떻게든 내 하루를 밝힐 방법을 마련해두는 것이 좋다.


하루나 한달을 더 다닐 수도 있고, 10년, 아니 정년까지 다니든, 어떻게 해서든 행복하게 다닐 권리가 내게는 있다. 끔찍한 회사생활을 하는 지금도 소중한 내 인생의 일부니까.




2. 누구에게나 언제 어디서나 배울 것은 있기 마련

예전 회사에서 나는 돈―그것도 몇 푼 안 되는 돈― 을 내 청춘과 맞바꾼다고 생각했다. 야근수당도 안 주는 회사에서 초과근무는 더럽게 많이 했기 때문이다. 꼭 내가 필요한 업무도 아닌데도 막내란 이유로 남고, 주말에도 안 나온다고 눈치를 봐야했기 때문에 더 그랬다. 배우는 것도 없고, 왜 해야 하는지 이해도 가지 않는 일을 하는 내가 너무 불쌍하다고 자기연민 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는 걸 의외로 자기 자신은 모를 수 있다. 그때 욕 먹어가며 배웠던 것들을 지금은 칭찬받으며 유용쓰고 있다. 심지어 내가 모르는 업무 스킬을 가진 선배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배우지 못한 것이 아쉽다. 버티느라 애썼지만, 그 시간과 배움의 기회가 소중한 걸 미처 깨닫지 못한 게 안타까울 뿐이다.

인생은 길고, 회사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배운다면 어떻게든 나중에 쓸 수 있다.





3. 회사 밖의 내가 충분히 클 것

내 세계의 전부인 이 직장은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런 저런 조건에 딱 들어맞는 곳은 여기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건 그만큼 내가 어렸기 때문이지만, 힘들수록 지금 다니는 직장이 날 받아줄 유일한 곳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자기 자신에 대한 가치 평가가 밑바닥에 가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어야 한다. 형편없는 취급을 받고 있는 내가 다시 평가받을 시점이 있을 거고, 그것도 안 된다면 맞는 사람들과 맞는 직장이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아무리 무용해보이더라도 취미를 가져야 한다. 회사 밖의 사람들을 만나고, 시야를 넓히고, 퇴근 후에 기다려져서 신경이 쏠리는 일이 있어야 한다. 회사 안의 내가 곧 내 전부가 되면 무너지기가 너무 쉽다. 직장에 진심일 수록, 순수한 마음으로 임할수록, 본인이 지쳐서 나가떨어지기 십상이다. 괴로운 당신, 아직 마음이 너무 연해서 그런 것이니 마음의 풍경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므로.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를 고민하면서 계속 다니는 마음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