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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Sep 01. 2021

다큐멘터리 <올리버 색스 : 그의 생애>를 보고

 올리버 색스와 빌 헤이스를 너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얼마나 학구적인 인물인 줄 알고는 내 멋대로 그를 내 머릿속에서 그려보던 나로서는 그의 발성 좋은 목소리를 듣는 경험이 너무나 생경했다. 살아움직이는 사람이었을 그를 보고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당연히 그의 '눈'이다. 즐거움과 애정이 넘치는 눈. 




 그와 나의 공통점을 몇 가지 찾을 수 있었다. 끔찍하게 수줍음을 많이 타고, 늘 어느 쪽으로든 극단을 달리는 성향이 있고, 부모 중 특히 영향을 받았던 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으며, 무엇보다 아주 깊은 터널을 지나왔다는 것. 그가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다큐멘터리에 담긴 즐거운 아이같은 그에게도 사람들이 절레절레 고개를 젓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믿기가 어려웠다. 길고 긴 터널 끝에 있는 것이 감사와 충만이라니, 역시 인생은 버텨볼 만한 것 같다. 이왕이면 길게. 이 삶이 내게 무엇을 선물하려고 벼르고 있는지 나는 짐작도 하지 못하니까.




 사랑은 눈에 보이고, 심지어 감각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에 그의 가까운 가족, 친구들, 동료와 제자들이 나와 그의 일면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그들이 얼마나 올리버 색스라는 인물에 대하여 감탄하고,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친밀했는지 느낄 수 있었으나, 그중 어떤 것도 빌 헤이스가 올리버 색스에게서 느끼는 것과 같지는 않았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감정이라기에는 더 깊고 영혼과의 연결, 혹은 합일에 가까운 그 관계를. 그는 올리버 색스의 영혼을 그 자신보다 더 잘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듯 보였다.




 나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올리버 색스라는 인물에 대해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 어려서부터 주기율표를 사랑했고, 원소를 모으는 취미가 있으며, 타인에 대한 그의 관심은 인간이 아닌 것에서부터 시작이었다는 것. 그러나 그 무엇보다, 그가 애타게 바라왔으나 제대로 받아본 적 없던 배려와 애정, 이해심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쏟아부을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런 진정한 관심은 우리 모두가 타인으로부터 애타게 갈구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에게도 주지 못하는 것이니까. 



 

 <올리버 색스 : 그의 생애>를 본 나의 감상을 짧게 표현하자면 이와 같다. 내가 닮고 싶은 삶의 모습, 사는 내내 사랑을 흩뿌리고 간, 실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의 생애를 엿볼 수 있어 행복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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