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서 이 말 저 말 늘어놓는 나를 가만 보던 엄마가 물어봤다. 이제껏 이렇게 좋아했던 사람이 없지 않냐고.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고 답할 수 없었던 건 무너져버린 내 마음 한 귀퉁이가 너무 안쓰러워서.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내가 가장 살만해서 그런 거라고.
너라는 파도가 내게 몰아쳤을 때 확 휩쓸릴 수 있었던 건, 내가 두 발로 나를 지탱하기에 충분히 건강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동안은 사는 매일매일이 내겐 고비였고 누가 날 좋아한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 늘 불안정했고, 사랑은 그런 내게 버거웠으니까.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이끌린다는 것, 이건 너무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야. 설명할 수도 증명할 수도 없는데 내 눈에는 선명히 보이는 걸. 외모도 성격도 개성도 아닌 내 영혼이 너에게로 끌리는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에게 터놓으면 이해받을 수 없을 것 같지만, 난 어쩐지 너를 모두 아는 것 같은 기분이야.
괜히 자존심 세우려고 아닌 척 해봤어. 살면서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 너인 것 맞아. 그리고 끝까지 너였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