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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06. 2020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뉴욕공공도서관 지음

  *이 책의 귀여움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본격 영업하는 글.



 이렇게 귀여운 표지와 제목은 얼마 전에 읽었던 <그런 책은 없는데요…>를 생각나게 했다. 소소하게 읽는 재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날 반긴 건 온갖 흥미롭고도 신기한 TMI의 항연과 마음을 따뜻하게 달구는 감동이었다. 그래서 코로나19로 지친 가운데 타인의 온기가 멀고 멀어진 이때, 가벼우면서도 흥미롭게 술술 읽을 책을 찾고 있는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1945년과 2018년의 약 50년 간극을 잇는 질문과 답변을 읽으면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에 착각한 것은, 1945년 당시에 도서관 이용자들이 질문했던 질문들과, 그 당시 사서들이 답했던 내 용이 수록되어있다고 생각했던 것. 그러나 실은 1940년대부터 1980년대 후반에 기록된 질문을 현재 2018년에 답하는 내용이었다. 







  이 책은 이렇게 질문과 대답, 삽화로 이루어져있다. 짤막짤막한 꼭지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뒤에서부터 읽거나 원하는 질문만 골라서 읽어도 상관 없다. 



매력 첫 번째는 뭐니뭐니해도 사랑스러운 삽화다. 마구 찍어서 올리고 싶은데, 그러면 직접 읽는 재미가 반감될테니 참는다.



 그리고 매력 두 번째는 온갖 tmi

 나처럼 알아두면 쓸모없지는 온갖 TMI들을 습득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나처럼 적어도 어렸을 때만큼은 부모님 손에 이끌려 교회에 간 적이 있는 사람, 혹은 교회와 연이 없더라도 이브가 먹은 과일이 대체 뭔지 궁금했을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야 알았는데, 성경에는 그저 '씨 있는' 과실이라고만 쓰여있다고 한다. 

 이를 비롯해서, 미처 생각치 못했던 갖가지 정보들이 등장한다. 에이커는 넓이는 측정하는 단위로, 본래 황소 두 마리가 온종일 갈아야 하는 땅의 크기였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은가?!




참, 미국에 갔을 때, 바로 저 삽화에서처럼 온갖 종류의 사과가 마트에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었는데. 내가 가장 좋아했던 사과는 마치 모형처럼 예쁘게 생겨서 상큼시큼한 pink lady apple이었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나폴레옹의 뇌무게는 몇이었는지, 독사가 제 몸을 물면 죽는지, 맨발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이 있는지 등등 기상천외하고 귀여운 질문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어떤 질문도 가볍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 책의 매력 세 번째는 상냥함으로 마음을 꽉꽉 채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출생점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라는 질문이 있었다. 출생점의 정의는 무엇인지 등등에 대한 정보를 답한 후에는, 혹시나 누군가 무례하게 묻거나 빤히 보는 등의 행동을 할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출생점에 관해 간단하고 솔직하게 나누는 대화를 통해 아이는 머리카락 색처럼 그저 또 다른 자신의 일부로 출생점을 받아들이기가 쉬워집니다. 그래서 누군가 물어볼 때, "그냥 출생점이애요, 태어날 때부터 있었어요"하는 간단한 답변을 연습할 수도 있습니다. 주외 가족과 친구들이 출생점을 평범하게 대해주는 것도 아이에게 중요한 정서적 지지가 됩니다.







 공감과 친절, 상냥함 역시 풍부한 상상력을 기초로 한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이 글을 읽으면서 어쩐지 기시감을 느끼지 않으셨는지? 요즘 이런 다정항 답변자 역할을 하는 기관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하던 나는 지식인이 떠올랐다. 기술의 발전이란.






다음은 인용되어 잠깐 등장했지만, 사랑스러운 구절이라 꼭 소개하고 싶었다.

"저는 항상 책을 사랑했습니다. 살면서 내내 책보다, 그 종이와 활자와 제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 우리의 물질세계에서 그 무엇도 책만큼 아름답지 않습니다." - 페티 스미스






이 책에서 말하는대로 더 상냥한 인삿말로 끝맺음을.

Affectionately yours,

Hilda.






*함께 읽으면 좋은 책

1. 그런 책은 없는데요… (엉뚱한 손님들과 오늘도 평화로운 작은 책방), 젠 캠벨 저

 : 제목도 컨셉도 약간은 비슷하지만 실은 전혀 다른 내용이다. 이 책은 런던에서 작은 책방을 하는 주인이 이상하고 귀여운 손님들과의 질문, 일화로 엮은 책이다. 별의별 손님들이 다 있어서 책방 하기란 정말이지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앞에서부터 읽을 필요 없이 원하는 곳을 펼쳐서 실실 웃으며 후루룩 읽을 수 있다.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하고 놀라게 되며, 역시 이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고 생각하게 된다.

2. 진짜 그런 책은 없는데요 (또다시 찾아온 더 엉뚱한 손님들), 젠 캠벨 저

  - 1탄을 즐겁게 읽었던 사람이 나뿐은 아니었나 보다. 1권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즐겁게 읽었다.



 



*함께 보면 좋을 영화

다큐멘터리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감독 프레더릭 와이즈먼, 러닝타임 206분

: 말 그대로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찍은 장장 206분의 다큐멘터리. 추천을 하고 있지만 실은 나도 끝까지 본 적은 없나, 잠깐 본 장면들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뉴욕 라이브러리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다. 뉴욕이라곤 딱 한 번 가본 한국 토박이가 마치 뉴요커가 된 것 같이 이 라이브러리에 대한 야릇한 자랑스러움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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