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 루리 글˙그림
"하지만 너에게는 궁금한 것들이 있잖아. 네 눈을 보면 알아. 지금 가지 않으면 영영 못 가. 직접 가서 그 답을 찾아내지 않으면 영영 모를 거야. 더 넓은 세상으로 가. 네가 떠나는 건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괜찮을 거야. 우리가 너를 만나서 다행이었던 것처럼, 바깥세상에 있을 또 다른 누군가도 너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여기게 될 거야."
― <긴긴밤>, 루리 글˙그림
그 유명한 <긴긴밤>을 나도 읽었다. 사람들이 하도 극찬을 하기에 궁금했고, 복잡한 머릿속, 팍팍한 가슴을 달래줄 수 있는 촉촉하고 너무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가 마침 필요했기 때문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상하게 너무 슬프고 갑갑했다가, 후반부에 이르자 왜 이 책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왜 지금 이 시기에 이 책이 내게로 온 건지 이해가 되었다. 나도 <긴긴밤>을 아주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
<긴긴밤>은 이름은 없지만 세 명의 아버지를 둔 펭귄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이 펭귄은 어느날 검은 얼룩이 있는 알일 때에 동물원에 등장했다. 그리고 모두들 꺼리는 그 알을 기꺼이 품은 두 펭귄, 치쿠와 윔보이 있었다. 그러나 인간이 일으킨 전쟁이 동물원도 초토화 상태로 만들었고, 알을 보호하기 위해 펭귄은 바다로 향하는 모험을 시작한다. 그때 함께하게 된 것은 지구상에 하나 남은 얼룩코뿔소, 노든이다. 이 둘은 알을 살리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다. 펭귄에게도 코뿔소에게도 생존하기 어려운 사막을 거치며,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며. 불면과 고통의 긴긴밤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겐 서로가 있었기 때문이며, 곧 내일의 희망인 알이 있었기 때문이다.
<긴긴밤>에 등장하는 동물들에게는 끊임없이 견뎌내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닥친 비극이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라는 것이다. 인간으로 인해 동물들의 세계가 깨지는 것을 지켜보는 게 힘들었다. 사람을 사랑하기 어렵고, 사람인 것이 부끄러운 딱 그런 마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비극을 이겨내는 것은 그들이 함께였기 때문이다. 함께 살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 선택이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기적으로 만든다.
<긴긴밤>은 우리가 겪어내는 그 많은 일들에도 불구하고 삶이 아름다운 것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이기 때문이며, 살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며, 그 선택에 당신이 함께있기 때문임을 알려주는 빛나는 이야기이다. 지금 우리의 시대에 더더욱 필요한 그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