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다 진한 물은 바로 우리 !
'무대책이 대책이다.'라는 좌우명으로 사는
우리 엄마의 딸답게 나는
2021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바로 그 타이밍에
호기롭게 브런치가게를 오픈했다.
난 앞서 엄마의 사랑으로 카페를 했던 적이 있다.
사랑은 곧 투자였고, 투자는 간섭으로 이어져 엄마와 나 사이는 그 어느 때 보다 나빴고,
내 인생에 행복하지 않은 한 챕터로 남아있다.
엄마의 간섭 없이라는 오픈 조건은
즉, 엄마의 지원 없이!
어떻게든 나 혼자 버텨보라는 무언의 압박(?) 이였다.
껍데기만 사장이었던 지난날과 달리
무거운 책임감은 나에겐 오히려 조아!
나에게 약간 변태스러움이 있다면,
이런 마음의 짐과 압박을 즐긴다는 것?!
그런 책임감이 노력으로 이어졌고 하늘에 통했는지
오픈 3개월 동안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광고를 하지 않아도 지역 맛집 피드에 수시로 등장했고, 좌석이 꽤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카페에 웨이팅이 걸렸으니 말이다.
어깨에 뽕이 찼다. " 됐다. 해냈다."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의 한계가 곧 매출로 나타났다.
자존심이 상해 "코로나 때문에 다 그렇지 뭐.."라는
핑계를 달고 살았지만,
매출이 하락한 원인에는 분명 내부적 문제가
컸으리라 생각한다.
앞서 간섭받으며 운영했던 카페에서의
실패는 결론적으로 지금의 나를 완성하였다.
실패를 통해 깨달은 가장 큰 교훈 중 하나였던
개인카페에서는 음료만으로 매출을 올릴 수 없기에,
"BRUNCH & BAKERY"를
떡하니 새겨놓고 오픈을 했다.
베이커리는 전문 베이커를 고용했고,
브런치는 글쎄.. 하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냉정히 말해 없는 실력에 욕심만 많았다.
몇 달을 베이커리로 버티며 브런치는 준비 중입니다^^라고 잘 훈련된 앵무새처럼 말했다.
더 이상 브런치를 찾는 손님이 없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 직원들이 하나둘 그만두어
4명의 직원 중 1명이 남았다.
매출이 저조한 상황에 오히려 다행이기도 했지만,
베이커가 그만두면서
베이커리까지 직접 만들게 되니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었다.
아침 6시에 나가 밤 10시에 집에 들어와서는
" 아, 나 오늘 한 끼도 안 먹었네.." 깨닫는 날이
2주간 지속되었다.
채용공고를 올렸다. 하루, 이틀..
왜 연락이 한통도 없지..?
카페 알바는 채용공고를 올리면 수십 통의 연락이 왔었는데 웬일인지 이틀 동안 연락한 통 없었다.
나는 가게 전용번호로 쓰는 세컨드폰의 ㅋㅋㅇㅌ으로 간단한 이력서를 받는 양식을 선택한 채용방식인데
핸드폰이 고장 났나..? 하는 찰나,
가게 전화로 전화가 왔다.
굉장히 서비스적인 톤과 말투의 목소리였다.
" 네 사장님~ 알바천국 보고 전화 드렸는데요! "
보통 때 같으면, 카톡으로 이력서 보내라고 적혀있는데.. 이 친구는 왜 글도 안 읽고 매장으로 전화를 했지?
이렇게 꼼꼼하지 않다니,
탈락!이라 속으로 마음먹었겠지만, 연락 한통 없던 때에 온 전화라 이유를 막론하고 그저 반가웠다.
" 아 네네네 "
" 저.. 공고에 올린 번호 한번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없는 번호라 떠서 카톡에 안뜨기에, 매장을 검색해서 매장으로 전화드렸습니다. "
띠용? ..결론적으로 난 공고에 번호를
잘못 올렸던 것이었고,
이틀간 번호를 저장해도 안 나오니 연락 한통
없던 것이었으며, 몇 명일지 모르는 사람들이
포기했을 때 이 친구는 포털사이트에서 매장이름을
검색해서 가게로 전화한 수고로움과 융통성(?)을
발휘하고 노력했다니..!!
난 그때 생각했다. " 무. 조. 건. 합격이다! "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1명의 직원도 부담스러웠던
그 시절이라,
여름에 첫 통화를 했지만,
계절이 바뀐 가을 어느 날 드디어 J가 첫 출근했다.
J의 첫 출근, 내가 지각을 했다.
" 9시까지 오세요." 하고 난 여느 때처럼 9시 15분에
등장하는 인간미를 갖추었는데,
J는 첫 출근부터 가희 박수를 줄만한 1등 직원의 자세 "15분 전 출근 15분 후 퇴근" 개념을 장착하여
8시 45분부터 가을 땡볕에서
나를 30분 동안 기다렸다.
지금도 회자되는 첫 출근 이슈로,
J는 지각하는 사장님은 처음 봤다며, 이제는 나랑 시간약속을 잡을 땐 15분 계산하여 잡는다고 놀린다.
난 일찍 오고 늦게 가는 것보다 근무시간 동안
잘해주기만 해도 더 바랄 게 없는 쿨한 사장이라
변명하고 싶다. 하하
어쨌든 J의 모든 점이 마음에 들었다.
결국 내가 꼰대인지 몰라도 15분이나
일찍 와준 게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고,
내가 마치 두목이라도 된 듯 90도로
씩씩하게 인사하던 자세도,
어찌 보면 귀엽고, 어찌 보면 사납게 생긴 얼굴도,
몇 달을 기다려준 마음도 고마웠고,
인건비가 부담스러워 짧은 근무시간이지만
"자기가 딱 필요한 시간"이라고
OK해준 점도 나와 잘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