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다 진한 물은 바로 우리.
코로나가 극에 달하는 시기였다.
동네 작은 카페에 손님이 올리가 만무했다.
28살 남자 J와 36살 여자 J가 “피보다 진한 물” 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시기 목이 빠져라 손님을 기다리며 마신
수만 잔의 커피, 그 커피 앞에서 나눈 수천 시간의 대화 때문이었으리라.
" 하루 3시간 일하면.. 너 생활이 되니?"
안 그래도 짧은 근무시간이 미안했고, 그래도 20대 후반의 남자아이에게 어느 정도의 생활비는 필요할 텐데..
가정사를 묻기도 그렇고, 너무 작은 급여가 미안하기도 하던 참에 둘러 던진 질문이었다.
" 아 네 저한테 딱 필요한 시간입니다.
저 몸이 안 좋아서 길게 일을 못해서요."
" 어디가? "
" 저 신장이 좀 안 좋습니다. 그래서 피곤하면 안 돼서
의사 선생님이 오래 일하지 마래요, "
그때 처음으로 J가 J에게 "신장고백"을 하였다.
그날 나눈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 하나의 카테고리 정도로 아주 가볍게 이야기를 꺼낸 신장고백.
20살 군입대 전 받는 신체검사에서 처음 알게 된 신장이상은
이후에 4번의 검사를 더 받은 후 결국 J가 군대면제를 받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대학병원에서 ' iga신증 ' 즉,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인 사구체신염이라고 했다.
신장 기능이 50% 정도 남았었다고 했고, 그때만 해도
J는 그 심각성도, 별다른 증상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직업군인으로 진로를 정해보고 싶었는데, 공익조차 면제받은
아쉬움 가득한 20살 청년 J만 있었을 뿐 ,..
그날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코로나를 이겨냈고, 여전히 함께 일한다.
코로나를 버틴 우리는 아주 작은 자신감도 얻었고,
손발이 꽤 잘 맞는 최고의 파트너이자, 전장에 전우들 마냥 아주 돈독해져 있다.
문신고백에 이은 신장고백,
그 이후에 내가 더 편해졌는지 여러 가지 개인사에 대한 의논도 서슴지 않았다.
2022년 12월 J는 결국 신장투석을 시작하였다.
투석을 시작하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혈관이 부어
팔이 굉장히 심하게 울퉁불퉁해지는데,
이게 투석환자들에게는 여간 큰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