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인생
2021년, J는 3개월에 한 번 대학병원에 진료를 갔다.
처음에 "신장고백"을 들을 때도 대수롭지 않게 말하던 J 때문에,
나는 그저 만성위염정도라고 생각했던 수준이었다.
당시 J의 신장기능은 20% 남짓 남아 있었다.
J를 통해, J 때문에, 더 자세히 알게 된 신장이란 장기는
한번 나빠지면 다시는 좋아지지 않는다고 한다.
당뇨도, 혈압도 모든 것이 정상인 20대 후반의 J.
" J, 신장은 언제부터 나빠진 거야? "
" 20살 때 신검받을 때 처음 알았어요.
이거만 아니었음.. 직업군인 했을 텐데, 군대도 못 갔어요. "
J의 신장은 소리도 없이 서서히 나빠지고 있었고,
본인이 인지했을 20살 무렵은 이미 기능의 50% 미만이었다고 한다.
유전적 요인도 아니라는데 하나님은 왜 도대체 이 아이에게 이런 시련을 주셨을까..?
" 아 그런데요.." 하며 꺼낸 J의 과거,
J가 중학교 1학년때 원인 모를 복통으로
데굴데굴 굴러 지역병원의 응급실로 갔다고 한다.
의사가 맹장이라며 당장 개복을 하자고 하기에,
부모님이 아무 검사도 하지 않고 어떻게 단정 짓냐며,
수술동의를 하지 않고, 동네 내과에 갔더니
췌장 쪽으로 의심된다 하여, 119를 타고 광역응급센터로 갔다.
결과는 췌장이 터져 췌장액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고 한다.
14살의 J는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는 복통으로 의식을 잃었고, 눈을 떠 보니 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
의사 선생님은 지금 고통이 40명의 아기를 한 번에 출산하는 고통과 비슷할 것이라며
며칠을 넘기지 못할 거라며 부모님께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셨다고 한다.
명치부터 배꼽아래까지 개복을 해야만 되는 수술은
개복 후 수술이 될지 안 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최대한 수술을 늦추자는 어른들의 결론으로 침까지 뱉어내며 견디기를 1주일째 되던 어느 날..
당시 WBC 한국 결승전 경기를 앞두고 있던 새벽,
J는 그 와중에도 경기를 보기 위해 아빠랑 1층 로비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고 한다.
췌장 때문에 허리를 펴면 안 돼서 허리를 굽힌 채
휠체어를 타고 엘리베이터에 탑승을 했는데,
하반신만 보였지만, 어떤 아저씨께서 링거걸이를
쥐고 먼저 타계셨다고 한다.
J가 어른께 목례로 인사를 하고 1층에 도착했을 때
다시 목례를 하고 내리는데,
명치까지 밖에 안 보이는 아저씨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주셨다고 한다.
" 아빠, 저 아저씨는 1층인데도 왜 안 내렸지? "
" 어떤 아저씨? "
"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아저씨 말이야. 지하로 안 가는 엘리베이터인데, 왜 안 내렸지? "
" J 무슨 소리하는 거야? 엘리베이터에는 우리 둘밖에 없었는데? "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다음 날부터, J는 급속도로 회복되어, 입원한 지 열흘 만에 퇴원하였다고 한다.
" 그 아저씨보고 그다음 날부터 이유도 모르게 바로 회복되어서 물먹고 죽 먹고, 퇴원했어요. "
그는 누구였을까..?
죽음의 위기에서 살아난 J.
J의 신장은 14살 때 췌장이 터졌을 때의 후유증으로 서서히 나빠졌을리라 우리끼리 결론지었다.
" 그때 수술도 안 하고 갑자기 나아진 게 병원에서도 신기하다고 했어요.
지금 신장이 나빠진 것도 신기하다고 하고요, 저는 나빠진 것도 좋아진 것도 뭐든 이유가 없으니까.."
" 안 아팠으면 제일 좋았겠지만, 그때 죽을뻔한 거, 다시 살았다고 생각해. 두 번째 인생이네:) "
" 맞는 말 이긴 한데,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지금은 너무 괴로워요.."
조금은 가혹한 J의 두 번째 인생, J는 현재 IGA신증이다.
누구에게는 너무나 간절한 하루일 수도 있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만약 14살 J가 회복하지 못했더라면.. J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J.. 지금 J는 하루하루 괴롭다고는 하지만, 어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