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무엇을 하면 좋을까?
이번 달에는 세 개의 일정을 줄 세워두고 차근차근 엮어가려 했는데, 두 번째는 시작도 못한 채 기한이 끝나버렸다. 중간에 몇 코가 빠져버린 뜨개질처럼 엉망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마지막 일정도 초반 부분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끝없는 수정만을 반복하고 있다. 매번 해오던 일을 완성시키지 못했다는 생각만 붙잡고 있는 내 모습이 미련하게 느껴진다.
지나간 것은 가볍게 툭툭 털어내고 다음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무기력함에 젖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내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그 위로 자책만 쌓아가는 것이다. 무거운 기분을 피하려 가벼운 것들만 찾아다녔다. 현실을 피하고 싶다는 이유로 어렵지 않은 영화나 드라마에 빠져 살았다. 마치 계획 같은 것은 전혀 없는 것처럼 할 일을 미루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가벼운 것을 찾다 보니 점점 더 짧고 쉬운 것만 찾게 되었다. 어느덧 책이나 드라마보다 두 시간 내외의 영화를 찾게 되었고 조금 더 지나서는 5분, 10분 단위의 짧은 영상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현실을 피해봐도 시간은 흘러가고 ‘할 일’과 ‘한 일’의 간격은 점점 더 벌어질 뿐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스스로를 믿지 못한 내가 이건 안될 것 같다며 결과를 단정 짓고 일의 시작을 미뤄온 결과였다. '할 수 있을까' 의심하고 미루기만 했으면서 완료하지 못한 나에게 실망하며 채찍질했고, 한편으론 '나는 이만큼 노력했다'며 변론했다. 내 안에 수많은 내가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재판을 벌이는 동안 나는 지쳐간다.
내 모습을 이야기 속 인물처럼 한 걸음 떨어져 보면 조금은 객관적인 모습이 보인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나를 객관화시키기 어렵더라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모습을 보게 된다. 타고난 재능은 없어도 고집스러운 면이 있다. 덕분에 꿈을 따르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기에서 멈춘다면 아집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쉽지 않지만 이런 상황을 벗어날 두 가지 방법을 찾아냈다.
첫 번째, 냉정하게 나의 현실을 인정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한계라는 한정적인 표현보다는 현실이라는 말이 적합한 것 같다. 내 재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아서 괴롭다면 '잠시' 멈추고 다른 일을 찾는 것이 마음 편하다.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취미로도 할 수 있다. '언젠가 될 거야'라는 막연한 말로 희망 고문하는 것보다, 되는 일을 우선순위로 두고 사는 것도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나의 가치는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이유로도 내가 택한 길을 바꿀 수 없다면 다른 방법도 있다.
두 번째,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노력했다'라며 자신과 타협하는 것이 아니다. 아쉬움이 없을 만큼 쏟아붓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몇 시간을 투자했고, 어떻게까지 했다며 남들을 감동시킬 무용담이 아닌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간절함이 필요할 것이다. 미련이 남지 않을 만큼 해보는 일이다.
거기에 한 가지 더 필요한 건 '운'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떠한 일에 대해 시간을 쏟고 노력한 사람이 반드시 그 분야에 성공한다고 말할 수 없다. 재능 있고 노력한 모든 사람이 그 분야에서 빛을 보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쏟아부었던 것은 사라지지 않으며 어떤 형태로든 보상이 나타나지만, 노력한 곳에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었다.
인풋이 있는 곳에 아웃풋이 나오길 바라지만 삶은 프로그램이 아니기에 그런 걸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다른 결과가 있을 뿐, 옳고 그른 답은 없다. 나의 선택이 최선이다. 내 시간은 온전히 나로 살 수 있기 위해서 세상의 말과 타인의 시선보다 중심을 잡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보이지 않던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나에게서 한 걸음만 떨어져 보면 놓쳤던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항상 말은 쉽고 바뀌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글이 누구나 건넬 수 있는 어설픈 위로나 참견으로 닿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너무 답답할 때는 거리가 가까워서인지 모른다. 나의 이야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떨어져서 보일 것이다. 친구와 가족의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한 걸음 떨어져서 해결책이 보인다. 그렇게 한 걸음만 떨어져서 방법을 찾아가 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 과열된 열정을 식혀내자. 충분히 잘 해내고 있는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