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야, 넌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어?
이런 질문에 다른 사람은 어떤 답을 하는 걸까, 나는 이 물음에 담긴 저의가 궁금하다. 정말 나의 생각이 궁금한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듣고 싶은 답이 있는지...
묻고 싶은 것이 내 안에 쌓여가도 슬며시 웃어 보이며 적당히 답을 한다. 당신 마음에 들만한 답을 찾아 꺼내 보이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실,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이 없다.
현생이나 잘 살고 싶은 마음뿐이다. 다음 생이니 하는 가정을 세우고 행복 회로 돌릴 틈 없이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정신없이 집을 나선 순간부터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이불 안으로 돌아올 때까지 정신없이 달려왔다. 하루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잠들기 전 일기 쓰는 시간뿐이다. 그마저도 열 문장 남짓 쓰고 나면 피곤해서 덮고 눕기를 반복하는 날이 허다하다.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오지도 않은 다음 생을 고민하는 걸까
살아내는 날이 힘겹고 버거운 하루가 부담스러워서 그 자리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싶은 때가 있다.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 사이로 희미하게 흩어지고 싶은 마음이다.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고요히 허공을 떠도는 먼지가 될 수 있다면 가볍게 살아갈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현실이 무거워서 가벼운 꿈을 꾸는 건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할 수 있기까지도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명확한 답은 찾지 못한 채 추측만 늘어놓을 뿐이다. 정리할 시간이 부족한데 생각은 많아서 넘치고 흘러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여유가 있는 어른이 되어가는 거라 생각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저 이 순간을 버티고 나면 조금 더 능숙한 내가 될 거라는 기대와 다르게 현실은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주어진 시간대로 살았을 뿐인데 나잇값으로 청구된 기대감은 끝도 없이 추가되기도 한다.
매번 새로운 문을 열고 마주할 현실은 어제보다 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분명 감당해낼 수 있을 문제일 것이다.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 헐떡거리는 날도 적지 않지만 여전히 살아있다. 모든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은 불가능함을 알았다. 내 마음에 드는 모습이 되기도 쉽지 않다.
여전히 다음 생에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은 어렵다. 완벽함에 집착하며 완전한 하루를 갈망하는 것보다 그냥 잘 먹고 잘 지내며 이번 생을 채워갈 뿐이다. 자주 웃고 즐거워하는 시간이 늘어가길 바란다. 전쟁 같은 하루에 매일 싸워 이길 수는 없지만 지더라도 괜찮다. 나는 아직 여기 있으니까. 아주 작은 먼지 같은 삶이라도 그 안에서 행복을 느껴가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