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는 습관이 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생긴 일이라 인지하지 못하다가 주변에서 나를 보며 한숨 쉰다는 말을 해서 알게 되었다. 평소에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고 살았는지 자주 몸이 경직되어있었다. 그로 인해 십 대 때부터 물리치료를 받으며 뭉친 근육을 풀어내야 했다. 가방이 무거워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다들 그렇게 병원에 다니며 사는 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지난 후에 돌아보면 함께 치료받는 사람 중에 또래는 흔치 않았고 선생님은 '벌써부터 몸이 왜 이 모양이냐'며 안타까워하셨다.
무엇이 사람을 경직되게 만드는 것일까
나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동안 긴장하며 호흡까지 움츠러들었나 보다. 몇 년 전 병원에서는 '딱 죽지 않을 만큼만 숨을 쉬고 있다'며 의식적으로 숨을 내뱉는 연습하란 말을 들었다. 선생님은 자꾸 숨을 참지 말고 내쉬라며 하루에 열 번씩이라도 호흡을 의식적으로 할 것을 이야기했다. 갈비뼈가 드러나도록 들이마시고 배가 홀쭉해질 만큼 숨을 내쉬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동안 소화도 안될 만큼 긴장되어 뭉친 상체를 풀어주는데 호흡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고작 호흡 몇 번 하는 게 도움이 되나 싶은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여긴 숙제로 혼나가며 몇 개월간의 치료를 이어갔다. 한 번은 컵에 물을 조금 따르고 빨대로 부는 연습을 시켰다. 보글보글 공기방울을 만들고 혼나던 그 장난을 숨쉬기 과제로 받았을 땐 솔직히 병원을 의심했다.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게으른 환자는 불성실한 태도를 버리기 어려웠고 그때마다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해주셨다. 부모님과 비슷한 연령대 셔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해주는 걱정으로 들리기도 했다.
우린 수명이 다할 때까지 이 몸으로 살아야 하기에 아끼면서 살아야 한다고, 고장이 나면 고치는 건 병원이 하니까 잘 먹고 잘 자며 스스로를 돌봐주라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리게 된다는 말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무의식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덕분에 새로운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기도 했다. 가게 모퉁이에서 만난 비눗방울은 컵에 물을 받아서 공기방울을 부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 숨을 내쉴 때마다 내 안에 쌓여있는 무언가가 비눗방울과 함께 나오는 후련함이다.
살아가며 기본이지만 놓치며 잘 챙기지 못하는 것이 있다. 식사와 충분한 수면, 그리고 호흡이다. 사람의 생사에 밀접한 문제이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라 중요성을 잊을 때가 많다.
누구나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정작 챙기지 못하는 건 스스로가 아닐까. 내가 있어야 그다음이 있는 것을 잊고 살 때가 잦다. 무엇이 중요한지 모른 채 숨 가쁘게 달리느라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이다. 멈춰 서서 호흡을 가다듬고 쉬어가도 좋다. 이유와 목적도 모르는 채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달리기만 한다면 목적지에 닿기 전에 지쳐 쓰러질지도 모른다.
무사히 도달할 수 있도록 들이쉬고, 내쉬며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잠시 호흡을 고르고 힘껏 나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