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 Mar 14. 2022

익숙함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평소와 다를  없는 상황 속에서 문득 낯설게 느껴지는 일이 차가운 숨을 삼킨 듯 훅하고 들어올 때가 있다. 이를테면 매일 지나던 거리에서 시야를 조금 위로 이동시켰을  항상 보던 건물에서 처음 보는 가게를 발견하면  년간 다녔던 길이 처음 보는 곳처럼 느껴진다. 항상 은 시간에 걷던 곳을 해가   걷는 순간에 생경한 기분이 든다. 매 순간 나무의 모습이 달라지듯 익숙한 공간도 오전과 오후의 풍경이 전혀 다르다.


혹은 글을 쓰거나 말을  때도 자주 쓰던 단어나 문장이 원래 이렇게 생겼던가 싶기도 하고 이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때도 있다. 당연하던 것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가끔은 창가나 거울에 비친 모습이 그동안 알던 내가 맞나 싶고 새삼스럽지만 내 키가 어색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십 년이 넘은 친구나 매일 봐온 가족들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을 때도 그렇다. 눈동자 색과 손, 어깨가 원래 이러했나 싶고 익숙한 이의 낯선 태도와 행동에 적잖이 당황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불어온다. 익숙함 속에서 이런 기분을 느낄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만하면  알았다고 생각하던 나의 오만함과 교만함에 허점을 찔린  아릿함이 . 애써 태연하게 마음을 가다듬으며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어색하게 웃어봐도 당황스러움을 감추기 어렵다. 내가 가진 것이 모두 정답은 아닐  있다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 나도 모르는 새 '어떤 편견과 선입견으로 대상을 바라보았는가' 대해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연하게 가지고 있던 지식은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끊이지 않는 물음표가 줄을 선다. 지금껏 쌓아온 생각을 의심하는 것은 마치 나를 부정하는 일처럼 어렵다. 그럼에도 가지고 있는 것이 참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쉽게 받아들인 상식과 정보가 편협한 사고를 가지게 하지는 않았을까

 익숙함 속에서 느껴지는 낯섦이 다시 나를 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든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새로운 진실을 만나게 하기도 한다. 그동안 무엇을 보지 못한  단편적인 모습만 알고 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전 15화 들이쉬고, 내쉬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