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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Jan 28. 2022

지금 일이 삽질은 아니겠죠

나를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되어줄 시간

  눈을 뜨고 이불 밖을 나오는 순간부터 이불 안으로 돌아올 때까지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매일이 더 새로울 것도 없는 날들이다. 동선은 어제와 다를 것 없고, 생활 반경도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있다. 비슷한 날들이 쌓이다 보니 익숙함을 지나 지루하기까지 하다. 감정마저 무뎌지는 시간 속에서 문득 거울에 비친 나를 마주했다.


 초점 없는 눈과 생기 없는 표정으로 어딘가 애매하게 구부정한 모습

언젠가 보았던 어른들의 피로와 고단함을 닮은 내가 있었다. 내 모습에 놀라 서둘러 자세를 고치고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려보았다.


 어른이 된 나의 모습을 상상했던 것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릴 적 보았던 지금 내 나이의 사람들은 무척 어른이었다. 어른이 되면 뭐든 할 수 있고 능숙하고 이성적이며 안정적인 줄 알았는데, 나는 여전히 서툴고 부족하고 감정적이며 불안정하다. 어릴 때도 잘 꾸지 않던 꿈을 꾸며 살아간다.  


 꿈을 따르는 것은 목적지가 생긴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막연하던 생활에 가야 할 곳이 생긴 것은 기쁘지만 동시에 괴로운 일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결과를 따라 흘러가는 하루를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 매 순간에 나의 선택을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의심하기를 반복한다. 나의 마음 하나 온전히 지켜내지 못하고 바람에 나부끼는 날은 내딛는 한 걸음도 고민스럽다.


 '내 선택이 옳은 걸까?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그런 나를 붙잡아주는 것은 큰 것들이 아니다. 노래 한 소절, 책 한 문장, 적어두었던 짧은 구절들이 나를 다시 일어나게 만들어준다. 가끔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나를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 주기도 한다.

어떤 일이든 실패라는 건 없어.
잃는 것이 있으면 분명 얻어가는 것이 있지.
얻는 것도, 잃는 것도 경험이니까
모든 일이 자산이 되고 거름이 되어줄 거야.

 

 내가 보낸 시간들은 모두 나의 경험이 되어 앞으로의  모습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지금은 보이지 않더라도 쏟아부었던 순간들이 나를 끌어올려주는 마중물이 되어줄 것을 안다. 어떤 것에 실패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한다.  모든 시간들은 나의 발판이 되고 기초가 되어 튼튼하게 만들어줄 것이기에, 잠시 주춤하더라도  걸음씩 내딛을  있기를 바랄 뿐이다. 어제가 쌓여 지금의 내가 있어진 것처럼 지금이 모여 있게  나를 위해 오늘이라는 물을 붓고 펌프질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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