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 Jan 24. 2022

하고 싶은 것은 없고 놀고 싶습니다.

 아무야 넌 하고 싶은 게 뭐야?


내가 처음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박사님? 꽃집 사장님? 동화 쓰는 사람이었던가? 아니 공룡이나 비행기가 되고 싶어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것이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다양했지만 자라오면서 하나둘씩 어딘가에 내려놓았다. 이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잊어버린 것 같다.


시대에 따라 선호하는 일과 직업의 변화가 있었다.

초등학생 때 '나의 꿈'이라는 주제로 간단한 설명과 함께 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나의 꿈은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들이 그려 놓은 대통령, 우주인, 엄마, 아빠, 가수, 빵집, 미용사, 과학자, 사육사,… 중앙 홀까지 빼곡하게 걸린 그림이 눈에 아른거린다. 그중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직업은 대통령과 과학자, 우주인이었다. 한 반에 미래의 대통령과 과학자 두세 명씩은 있던 학교를 다녔던 것이다:)

몇 년 전에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연예인, 가수라는 내용을 듣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최근에는 유튜버와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하고 싶은 것과 꿈이 단순히 직업으로 분류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답은 직업과 그에 따라 받게 되는 대우와 연봉이다. 이를테면 내 꿈은 '나는 행복을 위해 ㅇㅇ를 하며 살고 싶어요'라는 것보다  '대기업, 공기업, 대학병원, ㅁ학교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원한다.


어릴 적 꾸던 꿈을 이룬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을까?


자라오면서 내가 놓아 온 것은 꿈이었을까, 나였을까

대학 입학 후에도 한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몰랐다. 하루가 오고 가는 것을 보며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 새로울 것도 없는 매일을 보내며 하고 싶은 것은 없고 놀고 싶을 뿐이었다. 좀 더 편한 것과 눈앞의 재미만 쫓아왔다.


빛을 잃은 나와 다르게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들은 반짝였다. 아직 이루지 못한 일이라도 가진 희망을 품은 그들의 열정이 부러웠다. 꼭 반짝이는 꿈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목적 없이 사는 것은 멈추고 싶었다.


저들을 빛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꿈을 꾸며 살면 밝은 빛을 낼 수 있을까


가만히 들여다보니 꿈이 사람을 빛내는 것이 아니었다. 하고 싶은 것이 없어도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 빛을 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꿈이라는 것이 생각처럼 거창한 일은 아니다.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지켜 가다 보면 목표를 이뤄가는 것처럼 작고 사소한 일들이다.

아침 챙겨 먹기, 친구와 드라이브, 좋아하는 케이크를 마음껏 먹는 것, 정해둔 지점까지 등산,…

중요한 것은 꿈, 목표와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지치지 않도록 격려하는 일이다. 그러하기 위해서 좋아하는 것과 작은 성취감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찾기까지 몇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고 앞으로도 꾸준히 찾아가야 할 과제가 될 예정이다.

아직 온전치 못한 꿈을 향한 첫 발을 내딛었었다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제야 조금, 아주 조금 나를 알 것 같다. 모든 것을 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오더라도 잠시 그곳에 머물다가 또 할 일을 찾아가길 바란다.


하고 싶은 것을 찾아도 여전히 노는 것이 제일 좋은 덜 자란 어른이지만 어제보다 더 성장했을 오늘처럼 매일 조금씩 단단하게 여물어갈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 제가 보이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