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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Feb 14. 2022

나도 누군가의 빛이 될 수 있을까?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 중에 가장 행복한 순간은 잠들기 전 온전한 나의 시간이다. 하루를 정리하며 일기를 쓰고, 업로드된 웹툰을 보거나 머리맡에 쌓아둔 책을 뒤적인다.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하고 퇴근하면 잘 시간이 다가오는 하루의 반복. 같은 트렉 위를 빙글거리는 것처럼 지루한 날들이 쌓여간다.


건빵처럼 퍼석거리는 일상에 별사탕 같은 달콤함을 찾아 이리저리 뒤적거려도 좀처럼 발견하기 어렵다. 별일 없는 일상에 염증을 느끼며 하루가 다르게 색이 바래간다. 웃음도 눈물도 없이 사막처럼 메말라가는 것이 괜찮은가 싶다가도 막을 방법이 없으니 그저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없다.


지나가는 뭉게구름에도 즐거워했던 누군가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저 하늘을 바라보며 쌓인 숨을 깊게 내쉬는 사회인이 되어버렸을 뿐이다. 어릴 적 동경했던 어른들 특유의 시니컬하고 침착함이 감정 결여된 사회인의 모습이었다. 참고 감추는 연습을 하던 나는 어느덧 메마른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소리 내어 웃고 울어 본 지 얼마나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반짝이던 우리는 어쩌다 빛을 잃게 되었을까? 찬란하던 무언가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매캐한 사회 속에서 마지막 한 조각의 빛마저 잃어버렸다. 빛을 잃지 않은 이들은 세상을 비추는 별이 되었다. 돌멩이가 되어버린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는 다른 존재는 너무나 멀고 눈부셨다. 절대 별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를 보며 반짝인다고 말해주는 이가 있었다. 그럴 리가 없다며 웃어넘겼다. 그 후로도 내가 희미해질 때마다 누군가 나의 반짝임을 알려주었다. 그제야 돌아보니 먼지 틈에 묻힌 작은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각자의 빛은 사회라는 먼지에 가려져 감춰져 있던 것이다.


닦아낼 생각도 하지 못하고 빛을 잃어간다며 포기해버린 나와 다르게 별들은 쉴 새 없이 먼지 묻은 곳을 갈고닦으며 빛을 내고 있었다. 모든 이가 노력만큼 매번 좋은 결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마저 없이 부러워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빛을 낼 수 있을지 생각했다. 짙게 쌓인 먼지들 사이에 묻혀버린 무언가를 찾고 씻어내는 일은 쉽지가 않다. 오히려 더 엉망이 되어가는 것 같은 기분에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다.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하는 것이 재능이라고 말한 누군가처럼 빛을 볼 때까지 닦아내야 하는 일이다.


우린 분명 저마다의 빛을 가졌다. 희망에 차서 반짝거리는 눈과 표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자신은 알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 바래버리고 감춰지더라도 가진 것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른 이를 보며 부러워하기보다 나를 돌아보며 씻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과 감정을 넘어 행동이 있어야 비로소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움직여야 바뀐다.


여전히 나는 돌멩이라서 밤하늘의 별처럼 밝게 빛날 수는 없지만 반질반질 매끈한 돌멩이가 되기 위해 열심히 구르고 닦아내는 중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에는 쉬어가고 그다음에는 또 굴러갈 것이다. 언젠가 저 먼 곳에서는 작은 빛을 비추는 돌멩이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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