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일에 무관심하다고 하지만 훈수를 두는 것은 참기 어려운가 보다. 그럴 수 있지,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가진 정보를 알려주고 싶을 수 있다. 나도 누군가의 선택에 '그건 아닌 것 같은데'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내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한번 눌러 삼킨다. 그의 생각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은 모르는 채 고른 선택에 가타부타할 이유가 없다.
어떻게 생각해?
의견을 묻거나 타인의 입장을 구한다면 그제야 생각을 가다듬고 꺼내놓는다. 하려는 일이 불법만 아니라면 내가 반대하거나 부정적인 의견을 낼 필요도 권리도 없다. 그의 선택이 불법이라도 말릴 수는 있지만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선택은 개인의 몫이며 결과를 감당하는 것도 그의 과제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선택과 결과도 그의 몫인지 모르겠다. 사람 간의 관계는 복잡하게 얽히고 연결되어서 정의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과를 함께 감당해주지도 못할 문제에 관여하는 일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령 옆 사람이 나와 동일한 직종을 고르거나, 헤어스타일을 바꾸거나, 오래 준비해 온 일을 그만둘 때도 그렇다. 그저 옆에서 선택을 조용히 응원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결정에 대한 결과는 시간이 지나 보면 알 수 있다. 지금은 실패한 것 같고 시간 낭비하며 멀리 돌아온 것 같아도 나의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도 겪어보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자산이다.
글 쓰지 마, 그거 돈도 안되고 아무 쓸데없어. 왜 그걸 하려 해?
내가 해봤는데, 내 돈만 나가. 상 받고 출판을 해도 적자야.
나는 글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지만 너는 그냥 다른 거해.
언젠가 부모님의 지인 중에 시를 쓴다는 분을 만나게 되었다. 초면에 쏟아놓은 말은 나를 걱정하신 것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기만적인 말이었다. 나는 되지만 너는 하지 말라는 말은 모순적이다. 과거의 자신에게 필요했던 말일지라도 나에게는 아니다. 동정하실 거면 말 대신 용돈으로 주시면 좋겠다.
지난날의 선택들을 돌아보며 후회하는 순간이 있다. 가보지 못하고 겪어보지 못한 상황은 언제나 아쉬움이 되어 남는다. 오랜 시간을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련으로 보냈다. 그렇게 보낸 시간조차 아깝지만 분명히 배운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 바꿀 수 있는 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라는 것
아무리 마음 아프게 고민해도 지난 기회와 선택은 어쩔 수가 없다. 아쉬웠던 부분을 참고하고 보완해서 다음 결정에서는 더 나은 것을 고르면 된다. 선택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면 잠시 보관해 두었다가 적절한 기회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둘째,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모든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배 위에 모든 것은 나의 소관이며 노와 키는 내가 잡았기에 가야 할 곳도 내가 정한다.
나를 위한 충고는 감사히 받되, 선택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누군가의 삶에 주제넘은 참견을 하지 않도록,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가는 연습을 한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수는 없지만 나를 끝까지 지키는 건 나의 몫이다. 보조바퀴를 떼고 나아가는 어른이 되어갈 수 있도록 페달을 밟아간다. 아직 불안정해 보일지라도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배워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