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타래를 놓다

by 일상의모서리


모든 일의 이유를 알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무엇을 배우라는 뜻인지,
삶의 모든 장면이 하나의 서사로 이어져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살다 보니, 삶은 이야기라기보다 타래에 가까웠다.
엉키고, 이어지고, 때로는 제멋대로 끊어지는 실들.
그걸 억지로 풀려하면 엉키고, 손끝이 더 아파졌다.

그런 타래들이 많았다.
끝내 풀지 못한 관계, 설명되지 않는 감정, 이유를 모른 채 지나간 일들.
한때는 그것들을 모두 이해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제는 안다.
굳이 다 풀 필요는 없다는 걸.
어떤 타래는 그냥 두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느슨해지고, 그 느슨함 속에서 마음이 숨을 쉰다.

자기 삶에 연민이 깊은 사람은
자신을 위로하느라 세상의 온도를 잊어버리곤 한다.
그 마음이 이해되면서도, 그 연민이 주변을 조용히 고립시키는 걸 본다.


필요한 건 자기 연민이 아니라 수용이라는 걸.
삶의 타래를 굳이 쓰다듬지 않고,
그저 놓아주는 일.
그게 나를, 상대를 조금 더 자유롭게 만들었다.

그냥 산다.

무엇을 기민하게 깨닫지 않아도,
무엇을 완성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야기로 엮이지 않아도,
설명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오늘을 지나가게 두면 된다.


삶의 타래는 여전히 얽혀 있지만 이제는 굳이 풀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 엉킴이 더는 불편하지 않으며
그저 그렇게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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