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코 Feb 04. 2020

17. 안간힘을 쓴 끝에

과테말라/안티구아

날이 밝았다. 가이드는 우리에게 가벼운 컵라면을 끓어주었다. 우린 화산의 감동을 간직한 채 하산길에 오르게 되었다. '등산이 힘들었으니 내려가는 건 조금 쉽겠지?'는 내 망상이었을 뿐, 산은 그저 언제나 어디서나 험난할 뿐이다. 하산은 등산만큼 힘이 들었다. 물론 힘든 포인트는 조금 다르지만 말이다. 가파른 경사를 내려가려니 무릎과 종아리에 상당히 많은 힘이 들어갔고 앞 발가락에 체중이 실려 발을 디딜 때마다 끊임없이 아파왔다. 그 와중에 일행과 멀어진 난 길을 잘못 들고야 만다. 한참을 가고 나서야 가이드가 "헤이!"하고 나를 부르며 따라왔고 그제야 난 현실을 직감하고 말았다. 난 신나게 내려온 길을 마치 어제처럼 죽을 듯이 한참을 다시 올라 새로운 길로 그렇게 다시 내려왔다. 도착점에 다가갈수록 다리에 힘은 풀려왔고 순간순간 긴장을 놓으면 다리에 힘이 빠져 난 휘청거렸고 그럴 때마다 눈물이 핑 돌았다. '화산은 정말 멋졌지만, 내가 왜 내 돈 주고 이런 고생을 하는 거지?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힘이 심하게 들면 이성을 지키지 못하고 "으어어!"하고 포효를 하곤 했다. 가이드가 계속 내게 괜찮은 지를 물어봤다. 그럴 때마다 웃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그럴 리가, 정말 진심으로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그렇게 기나긴 인고의 시간이 지난 끝에 난 하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내려와서 보니 엄지발가락에 엄청나게 큰 물집이 잡혀있었다. 신발은 흙 범벅이 되었고 옷에서는 화산재 냄새가 났다.


다시 안티구아로 돌아온 나는 함께 화산에 오른 한국인 분과 함께 안티구아에 있는 한식당에 갔다. 그러곤 엄청나게 비싼 삼겹살을 시켜먹었다. 돈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를 위한 보상이 하고 싶었다. 삼겹살은 비싼 가격답게 푸짐한 구성으로 나왔고 하산의 효과로 배가 미친 듯이 고팠던 나는 밥, 고기, 함께 나온 찌개 등을 정말 걸신들린 듯 흡입했다.

그러곤 숙소로 돌아와 빨래를 맡겼고 전망이 좋은 카페에 왔다.


카페에 오는 길에 보니 중앙 공원에 있는 성당에서 무언가 행사를 하고 있었다. 어쩐지 길에 경찰이 유독 많이 서있고 차량통제를 하더라니, 중요하고 큰 행사인가 보다.


이렇게 거리 공연도 하고 있었다.


도착한 카페는 화산이 눈앞에 보이는 멋진 전경을 하고 있었다. 스무디를 시켜 마시며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트레킹 후유증으로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려 도저히 어딜 많이 걷고 움직일 수가 없었기에 그렇게 카페에 앉아 전경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여행도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16. 뒤처지지 않으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