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는 글 14
어머니는 나를 기다리며 김치를 담근다.
오랜만에 함께 먹는 밥상에는
새로 담근 김치가 올라와있다.
배추는 김장 때 다 캐지 않고 밭에 남겨두었던 실한 놈이었고
양념은 맛있는 새우젓을 넣었는데
간을 보니 영 짜서 망친 것 같다는 말이 반복된다.
어머니는 배추를 뽑으면서 내 생각을 하고
간에 절이고 양념을 만들며 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그리곤 했을 거다.
남들이 제 자식에게 주는 귀한 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내 어머니가 내게 주고 싶은 것은 그저 맛있는 김치가 올라간 밥상이었다.
김밥을 만들 땐 참기름과 깨를 아끼지 않아야 하고
김자반을 볶을 땐 갓 짜낸 생들기름을 들들 부어 고소함이 진동하도록 만들어내는 것들이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요리비법의 전부였지만
가장 귀한 요리이자
맛있는 진수성찬이었다.
내가 그녀의 김밥 덕분인지
입덧이 그렇게도 심하던 날에도
김밥을 매일 사 먹었고
대학생 시절 자취방 앞 식당에서
주인아주머니가 김치 버무리는 모습을 보며
군침이 돌아 한참을 김치 생각밖에 못했던 나의 과거를
그녀는 모른다.
나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 동안
종종 어머니의 음식을 떠올렸었다.
그녀의 음식은 곧 그녀였을거다.
그리움이었고 위로였고 동행이었을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오늘도 김치를 보며 그녀를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