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학교에서 일하는 것?

part1. 상담을 한다는 것.




눈 코 뜰 새 없이 업무를 처리하다가,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 소리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바쁜 업무 처리 시간에 반가운 전화란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보통 손이 많이 가기에 가능한 한 피하고 싶다.

하지만 꼭 이럴 땐 아무도 없다.


- 네, 00의 00입니다.


-.... 네, 안녕하세요 저는 누구누구의 부모입니다..

라는 말로 시작되는 전화.


보통 이런 때엔, 두 가지 패턴으로 나뉜다.


1. 우리 아이가 00을 이미 했다고 하는데, 확인이 안 된다고 연락이 왔어요. 어떻게 된 거죠?


2. 우리 아이가 몸이 ㅇㅇ 져서 ㅁㅁ를 하려고 하는데요....



1번의 경우 담당자가 확실하기 때문에 대응하기엔 크게 문제가 없고, 사실상 빈도가 아주 낮다.


보통,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2번. 담당자도 따로 없거니와 내용도 조금 복잡한 케이스.

ㅇㅇ엔 '좋아' 아니면 '나빠'가 들어가고,

ㅁㅁ엔 경우에 따라 '휴학' '복학' '퇴학' 이 들어간다.









나는 지금 '외국인 노동자'신분으로 일본의 한 대학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을 하면서 마음을 가장 많이 쓰는 업무 중 하나가 바로 '상담'이다.


직접 찾아와 얼굴을 보며 이야기 나누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통화로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걸려온 전화는,

예전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휴학 중이었던 한 학생의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병원을 다니며 노력해 보았지만 결국 몸이 좋아지지 않아 퇴학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사정은 잘 알고 있었고, 진전이 좋은 편도 아니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너무 속상했다.


일 년여에 걸쳐 통화를 자주 했었던 학생이었다.

원래부터 말 수가 많이 없는 소극적인 학생이었지만 눈빛으로 보내오는 신호가 있었다.

다른 학생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어떤 상황이 제일 힘든지, 어떤 치료를 하고 있는지는 물론이고

왜 이 대학에 왔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나는 그 학생의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단지 학교 관계자 신분이었지만,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랬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내 마음이 그렇다고 해도,

결국 퇴학을 하게 된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보통의 학생이 '당연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거나,

보통의 학생이 '사소하게' 여기는 것들이 자신에게는 너무 민감하다거나.


내가 상담을 했던 학생들의 대부분은 그러한 차이를 몸소 느끼는 학생들이었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았는데,

점차 주변의 '보통' 학생들과 비교되는 자신의 모습을 견디지 못해

수업 중간에 교실을 나가게 되고, 결석이 많아지다가,

결국 등교 거부를 하게 되고, 휴학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복학을 하지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느낀 신기한 점은,

이 학생들 중 대부분이, 자신은 보통이 아니다,라고 느끼는 감정들이

사실 그렇게 특별하다거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 장애가 될 만큼 심한 괴리감이 있다거나,

하는 것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었지만)


보통 1 정도로 느끼는 공포감이, 이들에게는 10으로 작용한다거나.

보통 1 정도로 느끼는 두근거림이 이들에게는 20으로 작용한다거나, 하는 것들은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약한 부분'일뿐인데.

그들은 단지 그들 자신일 뿐. '보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아주 조금 다를 뿐인데.


그 차이를 느끼고부터는,

그것을 심각한 일이라는 듯 키워버리는 건 어쩌면 그 시간 같이 있었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아닐까.

하필 그때, 같이 있던 5명은 아무렇지 않았는데 나에겐 아무렇지 않지 않았던 그때,

그러한 순간들이 운 나쁘게도 몇 번인가 반복된 상황들이, 그들의 병을 키운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의식하게 되자 나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물론 그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사실 그 사람들의 반응이 그야말로 '보통' 사람들의 반응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상담을 배우지 않은 내가 조잘조잘 의견을 말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나에게 있어 상담이란, 제일 마음을 많이 쓰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러한 상담들이 지속되면서 나에게 일어난 변화라고 하면,

이 세상엔 내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있고,

나에게는 절대 알 수 없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르다, 는 것을 몸소 인정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길을 가다 마주치는 '보통이 아닌' 사람들에 대해

이전에는 놀라거나 (나도 모르게) 차가운 눈빛을 보냈었지만

이젠 '그럴 수도 있지' 정도의 반응만 보일 정도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어쩌면 아주 큰 변화일지도 모른다.



누구나가 한순간에 트라우마를 가질 수 있다.

누구나가 남들과는 다른 약한 부분, 강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

주변과 비교해 '나는 달라, 나는 이런 것도 이겨내지 못하는 약해빠진 사람이야'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강해져라' '변화해라'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이해해주는 마음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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