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격리 생활 1일째의 기록

한국에서 일본으로의 입국, 그리고 시설 격리 시작

어제 다 챙겨둔 짐을 한번 더 살펴보며, 빠진 것은 없는지 체크를 했다.

오늘은 장장 4개월에 걸친 한국 출장을 끝내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제일 중요한 PCR 검사는 어제 음성이 나와 검사지 출력까지 마쳐두었다.

짐을 잘 챙겨서 시간에 맞춰 비행기를 타기만 하면 된다, 아마도..

사실 비행기를 타는 것 까지는 괜찮을 것 같은데 그 후의 상황은 사실 어떻게 하면 되는지 하나도 예상이 되질 않는다. 특별히 더 준비해야 하는 서류는 없다는 것 같은데.. 문제없이 입국이 될지 머리가 좀 복잡하다.


본가가 지방인 나는, 마지막 휴가를 즐길 겸 머리 정리를 할 겸 인천 공항 근처에 위치한 호텔에 이틀간 묵고 있었다. 비싼 돈 들여 잡은 호텔 방인 만큼 큰 창문과 그 경치가 굉장히 멋있어서 쉬는 느낌이 제대로 난다.

어제는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급하게 먹었던 조식을, 오늘은 천천히 그리고 두둑이 챙겨 먹을 심산으로 아침 일찍 준비를 마친 후 식당으로 내려갔다.


조식 오픈은 6시 30분부터.

내가 갔을 땐 7시였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조식을 마친 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호텔 입구에서 셔틀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자리를 안내받고, 커틀러리를 풀며 따뜻한 커피를 부탁했다. 몇 가지 종류의 음식을 담아 싹싹 긁어먹었다.

어제도 느꼈지만, 이 호텔은 커피가 정말 맛있는 것 같다.


예약해둔 셔틀 시간은 8시 정각. 조식을 일찍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짐을 모두 챙겨, 로비로 내려갔다.

20분이나 남았구나. 공항 가기 전에 해두면 좋은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스마트 폰의 유심칩을 바꿔 끼웠다. 메인 스마트 폰에 끼워 두었던 한국 유심을 서브 폰에, 서브 폰에 끼워 두었던 일본 유심을 메인 폰으로 이동시켰다. 한참 집중하고 있는데 직원이 말을 걸었다.


''셔틀 기다리시나요? 8시 정각에 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네.''


나는 왜 이 말을, 셔틀 오면 불러 주겠다는 뜻으로 들었을까?

폰과 씨름하다, 59분에 문 앞으로 갔을 때 셔틀은 떠나버렸고, 당황하는 나를 보며 직원은

''아까 8시 정각에 떠난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셔틀은 이미 떠났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 네, 제가 불러주시는 줄 잘못 이해했어요. 그럼 저는 어떻게 이동하면 될까요? 택시라도 불러 주시겠어요?''


다른 직원이 택시를 불러주겠다고 하며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번에는 꼭, 택시가 오면 저를 불러 주세요,라고 전달한 후 로비에서 기다렸다. 생각보다 택시는 금방 왔고, 그렇게 공항 터미널에 도착했다.


티켓을 발권하고 수화물을 부탁하기 위해 줄을 섰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각각 많은 짐들을 들고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창구에서는 PCR음성 결과지를 확인하며 몇 가지 사항을 말해주었다. 친절한 말투에 왜인지 마음이 조금 놓였다.


짐을 모두 보내고 출국장을 통과해 탑승구까지 가는 길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빠트린 것이 없는지 다시 한번 더 떠올려가며, 그렇게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안에서는 간단한 기내식을 주었고, 세관 서류와 함께 두 가지 서류를 더 나눠 주었다. 격리에 관한 계약서와 건강 상태 체크였다. 계약서에는, 격리 중에 제대로 룰을 지키지 않을 경우 비자를 끊을 것이며.. 너의 이름을 공표할 것이며.. 이미 백몇 명이 그렇게 되었다.. 등등이 적혀 있었다.

왜인지 그 글귀와 서류를 보는데 내가 진짜 일본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리타 공항에 내려서는 30분을 대기한 뒤 PCR 검사를 했고, 결과를 기다리면서 몇 번의 서류 확인과 격리 중 사용할 어플의 사용법 설명 등을 들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날 약 7시간을 공항에서 대기했다. 먹을 것 마실 것은 주지 않았다.

모든 과정이 끝난 후 마지막 단계에 입국 심사가 있었다. 그 후 이미 벨트에서 내려와 나를 기다리고 있던 짐을 찾아 같은 호텔로 가는 사람들과 버스를 타고 격리 시설에 도착했다. 방을 배정받아 들어오면서 격리 룰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오미크론의 영향으로 2021년 1월 첫 주 기준, 모든 입국자(일본인 국적 포함)는 일본 정부가 지정한 시설에서의 격리 6일, 그 후 자택격리 8일 총 14일의 격리가 의무화되어 있다. 시설 격리 6일 후 자택에 이동할 때는 전철 등은 이용할 수 없다.

시설에서의 3일 차, 6일 차, 자택에서의 격리 14일 차에 PCR 검사를 한다. 마지막 결과까지 음성일 경우 격리가 해제된다. 격리 시설의 호텔에 들어간 후로는 방 밖으로 절대 나올 수 없고, 배달을 시키는 경우 물건이 도착한 다음날 전달이 가능하다. 시설을 나오는 날에는 다시 모두 같은 버스를 타고 나리타 공항을 가서, 해산.


무엇보다 어떤 시설에 가게 될지 걱정이 많았다.

다인실이면 어쩌나. 방의 위생 상태가 너무 나쁘면 어쩌나. 식사는 어떻게 주려나. 등등.

하지만 너무도 다행히 도착한 호텔은 평범한 비즈니스 호텔이었고 1인실이었다.



나리타에 도착했던 건 13시였는데, 호텔에 들어와 짐을 두고 손을 씻고 시계를 보니 9시였다.

7시간 동안 공항에 있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었지.. 방에 들어오자마자 모두 다 까맣게 잊어버렸다.

아, 맞다. 내일이 시무식이지. 밥보다도 다음날 시무식을 위한 세팅을 했다.

책상이 있는 비즈니스 호텔이어서 정말 다행이다. 위생 상태도 크게 나쁘지 않아 보이고, 좁지만 콘센트도 많고 일단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만 빼면, 괜찮다. 아니 아니, 이 정도면 충분히 감사할 정도지 뭐.

방으로 들어오는 길에 나눠준 저녁 도시락을 열어보았다. 간단한 도시락과 인스턴트 컵 된장국이 들어 있었다. 밥 보다도 그 따뜻한 국물이 어찌나 고맙던지. 얼른 포트에 물을 받아 된장국부터 만들었다. 차갑게 굳은 밥은 생각처럼 넘어가지 않아서 된장국과 반찬만 조금 먹고, 씻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아마도 이 방이 층이 조금 높아서 창문이 열리지 않는 것 같다. 덕분에 보이는 야경이 아름답다.

출장을 다니며 워낙 호텔을 많이 전전했어서, 지금 이 호텔이 한국에 있는 호텔인지 일본에 있는 호텔인지 순간 헷갈렸지만, 검은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자전거를 보고 실감이 났다. 아, 내가 일본으로 돌아왔구나.


당장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격리 생활의 시작이다.

여러 제약은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슬기롭게 이 격리생활을 즐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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