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째 되는 날. PCR 검사를 했다.
들어온지는 4일째. 여기 규칙으로는 3일째가 되는 오늘.
PCR 검사를 하는 날이다.
알람을 언제나 아침 6시로 맞춰두고 있는데, 오늘은 5시 55분에 눈이 떠졌다.
조금 더 잘까, 말까, 하다가 깜박 잠이 들었나 보다. 누군가가 노크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똑똑, 똑똑! 오늘 PCR 검사하셔야 됩니다~!!
시계를 보니, 오늘 PCR 검사를 하는 분들~ 하는 방송도 이미 지나간 것 같다. 아니.. 그.. 저 전체 방송을 놓칠 수가 있구나.. 절대 작은 소리가 아닌데. 그 잠깐 사이에 그렇게 잠이 들었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짧고 굵게 잘 잤네 나.
옆 방 사람들도 몇 명 들고 들어가지 않았는지 반복적으로 노크 소리와 안내하는 소리가 들렸다. 격리하는 우리도 그렇지만 관리하는 분들도 이른 아침부터 고생이 많다.
후다닥 마스크를 쓰고 방 문을 열었다. 문고리에 작은 비닐 투명 주머니가 걸려 있다. 안에는 사용법과 공항에서 했던 것과 같은 검사 키트가 들어 있었다.
상황을 보니 아마 아침에 먼저 방송을 한 후 검사 키트를 밥처럼 대상자의 각 방 문고리에 걸어 두는 것 같았다. 그러면 각자 방 안으로 들고 들어가 안내에 따르는 그런 흐름인데 배부한 후 나처럼 방 안으로 들고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이 없는지 확인을 하는 것 같았다.
한국이었다면,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싶은 검사법이긴 한데, 일본에서는 공항에서도 격리 시설에서도 검사를 받는 본인이, 손가락 정도 되는 굵기와 길이의 플라스틱 통 안에 어느 정도의 침을 모아 제출하는 식이다.
그래서 검사 키트는 깔때기와 플라스틱 통 두 가지가 전부다.
엄청난 양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침이라는 것을 살면서 모아본 적이 없다 보니 공항에서는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검사하는 곳 벽에는 레몬이나 우메보시 같은 상상 하면 침이 고일 듯한 사진들이 붙어있었는데, 그 광경이 어찌나 일본스럽던지. 심지어 격리 시설에서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해야 한다. 쉬워 보이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좀 더 묘사를 하고 싶지만, 패스.
어찌어찌 표시된 선 까지 모아서 담고, 뚜껑을 꼭 닫은 다음 그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7시가 되자, 방호복을 입은 사람 두 명이 문을 두드렸다. 비닐 주머니와 깔때기는 방 안 휴지통에 버리고, 플라스틱 통만 제출하면 된다고 했다. 이름을 체크하고, 제출하고 끝.
결과는 나중에 내선 전화로 알려준다고 했다.
문을 닫고 자리로 돌아왔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토요일이구나. 주말이네.
격리시설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주말이다.
아침 루틴을 해야 하는데.. 하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어제와는 또 다른 밝기와 색채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해보면, 새해가 된 후로 정신없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본가에서 인천의 호텔로 이동했고, 호텔과 공항을 왕복하며 검사하고 짐을 챙기고, 비행기를 타고 격리 시설로 돌아와 업무를 해결하고.
그러면서 발생하는 대기 시간이나 빈 시간을 이용해서 새해를 어떻게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 생각은 했었는데, 제대로 기록하며 마음을 다잡지 못했다는 게 생각이 났다.
오늘과 내일, 그리고 월요일까지도 여기는 공휴일이라 시간이 좀 있으니, 이동하며 쌓인 피로도 좀 풀면서 앞으로의 인생을 제대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울린 친구의 연락.
미국에 사는 친구인데 가족이 오미크론 양성이 떴다는 소식.
코로나 확진자는 이전에 회사에서도 있었기에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친구가, 심지어 오미크론 양성이 떴다는 소식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한국도 일본도 미국도 코로나와 오미크론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말들은 매일 듣고 있었지만, 친구의 가족이 걸렸다고 하니 어제까지는 내 발 앞에 와있던 것들이 어느새 내 몸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격원이 눈에 보이지 않는 얇은 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를 노리고 있는 듯한 기분. 더 이상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정말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한 번씩 다 걸리고서야 끝나는 걸까 이 팬데믹은?
걱정하는 나에게 친구는 그리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며, 이미 미국은 오미크론이 상상 이상으로 퍼져있다고 했다. 어쩐지 내가 더 호들갑이고, 정작 본인은 크게 놀라지 않은 듯해 보였다. 걸렸다고 해도 미국의 경우 큰 제약도 없다고 한다. 코로나 초기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로 보였다. 무조건 무리하지 말라고 쉬어야 한다고, 큰 증상 없이 후유증 없이 감기처럼 스쳐 지나가길 바란다는 연락을 전송했다.
문득 떠오르는 몇몇 얼굴들. 이런 때일수록 연락을 하고 안부를 물어야 하는 건데, 워낙 각각의 상황이 다르다 보니 안부를 묻는 연락이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라는 핑계로 연락을 하지 않았던 하지만 반가운 이름들이 메신저에는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 지인에게 연락하는 것을 주저하게 됐을까. 마음 편히 연락할 수 있는 사이가 지인 아니던가. 기왕 연락하는 거 성의 없는 인사가 아닌 진짜 인사를 해봐야겠다.
.. 나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이제 더 이상 남 이야기가 아닌 코로나, 오미크론, 그 외 변이들로 매일매일 하루하루가 시끄럽지만 이제껏 그래 왔듯이 다 함께 잘 해쳐나갈 수 있길.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팬데믹이지만 슬기롭게 잘 해쳐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