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격리 생활 5,6일째의 기록

격리 시설에서 주말과 공휴일 보내기

어제가 토요일이었고, 오늘은 일요일이다.

그러면 내일은 월요일.

(내 기준) 직장인이 제일 슬픈 시각은 일요일 저녁 7시.

하지만 오늘의 나는 슬프지 않다. 왜냐면 내일은 공휴일이라서,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토요일이 될 때까지 잊고 있다가, 일요일에 알게 되었다.

갑자기 내일이 공휴일이라 생각하니 마치 오래전 입고 넣어두었던 외투 속에서 지폐를 발견한 것 마냥 기분이 좋아졌다.



참, 어제 한 PCR 검사에서는 다행히 음성이 나왔다. 호텔 방 안에 있는 전화로 연락이 왔는데, 연락해주시는 분이


음성이 나왔어요, 축하합니다~!


라고 해주셨다. 이것도 진짜 일본스러운 포인트인데, 일본 사람들은 잘 놀래 주고 잘 축하해주고 잘 웃어준다. 진짜 가식일 때도 있고 가식이 아닐 때도 있는데, 모두 다 가식이라고 받아들이면 그렇게 들리고 반대로 받아들이면 또 반대로 들리기도 하고, 그런 것 같다.


나는 보통 이러한 종류의 친절을 좋아하는 편이고 잘 받아주는 편이라,


걱정했는데 다행이에요~!


라고 했다. 상대방과 2초 정도 하하 호호 웃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늦잠을 자고 싶었는데 습관처럼 아침에 눈이 떠졌다. 다시 자는 것도 애매해서 그냥 일어나 운동을 하고, 습관처럼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을 했다. 욕조에 몸을 매일 담그니 조금씩 피부가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인다. 이렇게 건조한 방에서 고생하고 있는 피부에게, 목욕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다행이다.


목욕을 끝내고 오랜만에 창 밖을 바라보며 멍- 하게 앉아있었다. 일을 할 때는 평소의 재택처럼 아무 불편함이 없었는데 쉬는 날이 되니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이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처음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밖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있는 곳은 조금 층이 높아서 주변 건물들의 옥상이 보인다.

지금 당장 여기를 나갈 수 있다면, 어디를 가볼까?


창가에 앉으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저 멀리서 매일 밤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스카이트리를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자리에서 넋 놓고 바라보길 며칠, 반짝이는 점들 속에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시국이지만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많은지 움직이는 작은 점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 이전에 가본 적은 있지만, 전망대에 오르지는 않았었다.


호텔을 나와 쭉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위치한, 식당처럼 보이는 작은 하얀 건물도 궁금하다. 한 2층 정도의 건물로 보이는데 옥상으로 보이는 곳에 알전구가 걸쳐져 있고, 의자와 테이블이 어렴풋 보이는 걸로 봐서 식당으로 보인다. 밤이 되면 노란 알전구가 빛나기 시작한다. 풍기는 분위기가, 가정집이 꾸며둔 것 같지는 않고 아는 사람은 아는 숨어있는 동네 맛집처럼도 보인다. 지도 어플을 켜기만 하면 저곳이 어떤 곳인지 바로 알 수 있지만 일부러 확인은 하지 않는다. 언젠가 저 앞을 우연히 지날 수 있으면 그때, 어! 여기! 하면서 들어가 보고 싶다.


고개를 조금만 왼쪽으로 돌리면 강이 있고 그 위로 다리와 도로가 보인다. 저 다리는 밤이 되면 반원 형태의 진한 주황색 불이 들어온다. 지나다니는 차량이 꽤 많다. 역시 지도를 켜면 고가도로인지 어떤 도로인지, 무슨 강인지 알 수 있겠지만 확인은 하지 않는다. 저 강 주변을 걸을 수 있게 잘 꾸며두면 좋을 텐데 의외로 일본은 강가 주변이 한국처럼 잘 되어있지 않다. 진짜 지나다니는 길만 있거나, 둑처럼 되어 있거나. 둑처럼 되어 있을 때 그 주변엔 허허벌판이다. 아무것도 없다. 이 둑은 의외로 일본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청춘 남녀가 하나의 자전거에 둘이 올라타고 벚꽃을 맞아가며 달려가는 장면 혹은, 사건 현장.



창가를 바라보며 점잖게 일요일을 보낸 그다음 날,

공휴일이었던 월요일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코피가 났다. 건조해서 그런가.. 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운동도 했는데, 오후가 되면서 점점 몸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미열이 있는 것 같아 체온계로 재보면 딱히 높지 않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목도 조금씩 따가운 것 같다. 따뜻한 물을 계속 마시면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다.

자기 전에 하려고 했던 목욕도 해봤다. 노곤 노곤 기분 좋은 것과는 별개로 몸 상태는 그리 변화가 없다.


여기에 들어온 지 7일째, 카운트 상으로 6일째. 드디어 내일은 여기를 나가는 날인데..

그 말인즉슨 내일 아침 일찍 PCR 검사를 한다는 건데..


괜찮겠지? 아무 일 없겠지?


무사히 여기를 나가 집으로 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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