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집으로! 내일부턴 자택 격리 시작.
걱정하며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또 아무렇지도 않았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뭐였을까 어제의 그 무거웠던 몸은?
눈을 뜸과 동시에 방송이 나왔고, 익숙하게 검사 키트를 들고 들어와 깔때기를 플라스틱 통에 장착했다. 이것도 경험이라고, 벌써 세 번째 해보니 큰 어려움 없이 끝낼 수 있었다.
담당자분이 방을 노크하면서 회수하는 걸 기다렸다가 전달드리고, 언제나처럼 아침 루틴을 하고 야무지게 목욕도 하고 아침밥을 배부받아먹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제 도시락 반찬이 다른 날과 비교해 굉장히 부실했었다. 반찬의 종류도 양도 적었다. 오늘 아침도 그러려나, 하고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이전에 한번 나온 적 있던 빵/소시지/오믈렛이 나왔다! 밥과 반찬보다, 이 도시락이 훨씬 배부르고 맛있다. 작은 버터도 들어 있어서 싹싹 발라서 꼭꼭 씹어 먹었다. (그 후 점심은 또 부실했다..)
보통 오늘처럼 시설을 나가는 날에는 6시 30분에 PCR 검사를 하고 결과가 나오는 시간- 대략 16시 전후- 에 이동이라고 한다. 물론 결과가 나오는 시간에 따라 더 당겨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언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라 짐은 어제저녁에 대충 챙겨두었고, 오전 목욕을 끝내고 나오면서 옷도 다 갈아입었다. 짐가방에 PC만 넣으면 이동할 수 있도록 세팅한 상태로 일을 했다. 점심시간이 지나, 14시 정도에 전화가 왔다.
결과는 다행히 음성이었다.
버스 준비가 되는 대로 다시 전화를 할 테니 쓰레기는 다 모아서 방 밖에 내놓고 짐을 챙겨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전과 같이 음성이라 다행이라고, 축하한다는 인사 역시 곁들여주셨다. 나도 음성이라 정말 다행이다/알겠다/고맙다고 한 후 짐을 챙겼다.
쓰레기를 정리한 후, 연락을 기다렸다. 생각보다 이동이 빠를 수도 있겠다, 하며 조금 기대했는데 결국 16시가 되어서야 전화가 걸려왔다.
빠뜨린 것이 없는지 확인한 후 방을 나섰더니 같은 날 들어왔던 사람들의 얼굴이 몇 보인다. 한 줄로 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관리자가 엘리베이터 한 칸에 한 명씩 이동하고 있다며 순서가 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내가 제일 늦게 나왔던지 마지막 순서였다.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순서가 왔다.
체크 아웃은 금방 끝났다. 입실할 때 받은 카드키와 체온계를 반납하고 이름을 말하면 끝.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타서 다른 사람들이 탈 때까지 기다렸다. 버스가 두 대 기다리고 있는 걸로 보아 오늘 나가는 사람들이 조금 많은 것 같았다. 나와 같은 날 들어온 6일 격리 대상자가 더 있었거나, 그 후 입국한 3일 격리 대상자가 날짜가 겹쳤을 수도 있겠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버스는 움직였다. 공항으로 가는 길, 오랜만에 일본의 길거리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호텔 방에서 내려다보던 풍경과는 또 다른 모습. 시설로 오는 날은 컴컴한 밤이었기도 하고 너무 지쳐 잠에 들었었기 때문에 이렇게 바깥 풍경을 보는 건 입국 후 처음이었다.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가게들의 간판,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복장, 도로 위를 달리는 차의 종류들 어느 하나 한국과 같은 것이 없었다. 이 동네 자체가 내가 자주 오던 동네가 아니다 보니, 더더욱 신선하게 느껴졌다.
만약에 집이 이 근처인 사람이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싶었다. 집이 바로 코 앞인데 격리 호텔을 들어와서, 또 나리타 공항까지 가서 해산이라니~! 그런 느낌이었을까?
도로 위에서 제일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아무래도 일본은 한국과 비교해 각진 차가 많다는 점인 것 같다. 한국은 큰 SUV가 많은데, 일본은 직사각형 모양의 벤을 자주 볼 수 있다. 혹은 작은 사각형 모양의 경차.
저 멀리 철도 위를 지나가는 전철이 보였다. 와 이게 뭐라고 반갑지? 퇴근 시간 조금 전이라 그런지 전철은 크게 붐벼 보이지는 않았다. 아, 나도 이제 격리 끝나면 출근을 해야 하는데. 회사까지 전철 어떻게 타고 가더라..? 순간 떠오르지 않아 당황했지만 나는 안다. 몸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아침에 역에 가면 알아서 항상 가던 개찰구를 통과해 항상 타던 그 자리에서 항상 타던 시각에 탈 것이라는 것을.
뒷 좌석에 앉은 외국인들끼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너무 커서 들으려고 한건 아니었는데 자연스레 들려온 바로는 이 버스는 나리타 공항 제2터미널로 간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아까 나오는 길에 어디로 가는지 물어본다는 걸 깜박했었는데, 덕분에 정보를 얻었다. 데리러 와 주는 친구에게 얼른 연락을 넣었다.
바깥 구경을 하다가 잠깐 잠이 와서 눈을 감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전화가 왔다. 확인해보니 격리 어플이었다. 일본의 격리 어플은 하루에 두 번 정도 어플을 통해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으면 자동으로 비디오 통화로 연결되는데(상대 얼굴은 보이지 않음), 얼굴과 배경을 보여줘야 한다. 이 기록으로 어디에 있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녹화가 된다고 한다.
일단 걸려오니 받기는 하겠는데.. 그런데 오늘은요 저 이동하는 날이라서요.. 마스크도 끼고 있고 배경이 버스인데.. 제가 어디 가는 건 아니고 오늘 호텔 나오는 날이라.. 이걸로 뭐라고 하면 안 됩니다..!
하는 생각을 하며 전화를 받았다.
그 후 잠에 들 겨를도 없이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딱히 하는 것은 없고, 자유 해산이었다.
공항까지 와 준 친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덕분에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격리 어플을 켜서 위치를 변경했다.
오랜만에 온 집은 어딘가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분명 내가 지냈던 집인데 서로가 낯을 가리는 서먹 서먹한 느낌..? 어디에 어떤 물건을 두고 생활했었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난다. 분명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살았던 집인데. 얼른 다시 집이랑 친해져야겠다.
이제 나는 내일부터, 자택 격리 8일이 시작된다.
남은 8일도 슬기롭게 잘 버틸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