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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효니 Feb 24. 2018

부장님, 저는 아직 승진하고 싶지 않아요

회사생활 7년 차, 지금의 내 진심이다.


아직 8, 9년 전의 일본 유학 이야기를 정리하는 도중이지만, 이번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로 끝날 것 같지 않기에, 시간축을 자유롭게 두고 써볼까 한다.




우리는 이상적인 상사를 만날 수 있을까?


회사에 입사할 무렵, 많은 선배들이 했던 말.


첫 번째 상사가 가장 중요해.
어떤 상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사회생활이 달라진다니까.


그때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의 첫 번째 상사가 어떤 사람이 될지 조마조마해하며, 기대반 걱정반 사회 초년생 생활을 시작했었다.


사회생활 7년 차, 지금까지 그 누구도 퍼펙트한 상사는 없었다고 되짚어본다.


지금 함께 일하는 상사도, 사회생활을 함께 했던 상사도, 존경하고 배울 점도 물론 많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완벽히 이상적인 상사는 없었다.


어딘가 부족함과 불만과 결핍이 있었다.


이상적인 상사를 추구하는 사회생활은 피곤하다.

그런 사람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되고 싶은 리더의 모습은 존재한다


이상적인 상사를 찾는 건 애초에 포기했지만, 나는 어떤 상사가 되고 싶은가 라는 시점에서 생각을 했을 때, 되고 싶은 리더의 모습은 존재한다.


운이 좋게도 나는, 지금까지 만났던 수많은 상사 중에서, '아,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라는 사람과 만났다.


그 만남은, 사회에 나오기 훨씬 전, 대학 2학년 때였다.

아르바이트를 했던 편의점에서 만난 오너 겸 점장, 나카무라 씨.


사회생활 경력이 길어지면서, 대기업에서 수십억 이상의 사업을 이끄는 사람들과 일을 할 기회도 많았지만, 나는 아직까지 나카무라 점장을 뛰어넘는 리더를 만난 적이 없다.




나카무라 점장의 리더로서의 일은,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멤버가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그것은, 나카무라 씨가 멤버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존재였기에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멤버가 곤란에 처했을 때, 상담을 들어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역할은 이런 것이었다.


이런 리더는 어떤 사람인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멤버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나카무라 점장은, 사원에게도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존경과 지지를 받는 인격자였다.

그는, 관리만 하는 리더가 아니었다.


누구보다 솔선수범 가게를 정리 정돈했고, 계산대 앞에 섰다.


시간이 널리고 널려서 그랬던 게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가게 일을 리얼하게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멤버들의 마음도 깊게 이해하고 있었다.



현장의 세세한 부분까지 지시를 하는, 그런 리더를 말하는 게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는, 관리자가 아닌 지지자이다.


그리고, 지지자가 되기 위해서는,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


나카무라 씨는 점장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현장의 감각을 중요시했다.


조직이 크면 클수록, 직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현장에서는 멀어진다.

그건 솔직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조직 안에서 멤버와 관리직이 가진 역할이 다른 것도 당연하다.


그렇지만, 현장 경험이 없는 리더는, 아무리 지휘를 잘 하더라도 멤버를 지지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런 상사과 함께 일을 한 적도 있고, 사실 그런 상사가 되어버린 경험도 있다.




할 일이 없어 보이는 관리직이 되지 않았나?


전 회사에서의 이야기이다.

사회생활 5년 차, 4명의 팀원을 이끄는 리더직으로 발탁되었다.


팀이 만들어진 초기부터 있었고, 고객의 신뢰를 사로잡고 있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나의 팀이 생겼다.


하지만, 리더직으로 발탁된 직 후, 우리 팀에게 주어진 미션은, 내게는 전혀 경험이 없는 일이었다.

경험이 없는 일이더라도, 조금 더 열심히 배우려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그렇지 못했다.


리더직이라는 직함에 맞춰, 솔직히 조금 우쭐해져서, 나는 관리자로써의 움직임을 했다.


점차 아무도 내게 상담을 하지 않게 되었고, 내 일은 프로젝트의 스케줄과 그들의 TODO를 관리하는 정도였다.

멤버가 지금 어떤 일 때문에 곤란하고 있는지, 팀의 건강상태가 어떤지 나는 그런 곳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쓸 수 있는 만큼 현장을 알지 못했다.


그 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 회사로 이직했지만, 이번에는 함께 일을 하게 된 상사가 그때의 나와 같았다.

상담을 해도, '해본 적이 없어서 나도 모른다'라는 말만 하는 그를 신뢰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그 사람도 그만두고, 사실상 내 위에 있는 상사는 더 윗사람이 되었다)



이상적인 상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고, 그런 상사를 기대도 하지 않지만, 내가 어떤 상사가 되고 싶은가 하고는 다른 문제이다.


여러 리더론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내가 되고 싶은 리더는, 멤버의 일을 잘 이해하고 있고, 혹시 멤버가 그 일을 해내지 못했을 때, 그 일을 대신 해 낼 수 있는 경험과, 자세를 가진 존재이다.


멤버를 힘들게 했던 경험과, 내가 너무 힘들었던 경험이, 그런 나의 생각을 더 굳건하게 해주었다.


멤버들에게, '우리 팀 리더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생각되는 리더는, 멤버의 신용을 얻기 힘들고, 그 조직은 잘 굴러가기 어렵다.


지난날의 나는 그런 상사가 되지 못했기에, 지금 하는 일에 있어서는, 되도록 넓고 깊게 현장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매일을 보내고 있다.


다시 리더의 자리에 올랐을 때, 이번에는 관리자가 아닌 지지자가 되기 위해.




Brunch.

동경에서 대학을 졸업 후, 경영&IT컨설턴트로 4년 근무 후, 일본의 미디어 기업에서 기획&마케터로 일합니다.

일본 유학, 일본 취업에 관한 경험담을 공유하고, 멘토링 목적의 희망 포스팅을 위주로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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