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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정 Aug 04. 2016

일본의 여름방학, 우리의 여름방학1

서울여자 도쿄여자 #29

서울여자 김경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여름방학은 어떻게 지내고 있냐고요?


우선 '숙제'죠. 초1 아이의 숙제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국어 프린트, 산수 프린트(덧셈, 뺄셈), 산수 교과서 복습(덧셈, 뺄셈), 나팔꽃 피우기(꽃은 따서 냉동해두기, 씨는 잘 보관하기), 그림일기 2장, 매일 쓰는 한 줄 일기, 공작하기 2건. 

아이는 국어 프린트 숙제를 다 끝냈고, 산수는 3분의 2쯤 끝났습니다. 가장 귀찮은 건, 나팔꽃 키우기입니다. 매일 관찰하고 꽃을 따고, 씨를 보관하는 일이에요. 저도 아이도 뭘 키우는 재주는 없습니다. 게다가 꽃이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혹여 개미나 벌이 오지는 않을지, 그 밖에 벌레가 붙어있지는 않을지 벌벌 떨며 꽃잎을 만지게 됩니다. 저는 아예 고무장갑을 끼고 작업합니다.


베란다에서 민트를 키우는 사람들도 있죠? 저는 정말 그런 것과 별개의 사람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시절에, 감자 싹을 틔워서 관찰일기는 쓰는 숙제가 있었어요. 냉장고에 넣어두면 알아서 싹이 트는 감자. 제 감자는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싹을 피우지 못했고, 저는 그 숙제를 상상으로 해서 냈습니다. 백과사전을 찾아가면서요. 


아이는 초1 시작하기 직전부터 다니던, 구몬을 끊었습니다. 매일매일 해야할 숙제가 많은데, 구몬까지 겹치면 더 할 일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방학은 방학답게 신나게 놀면서 보내라고 하고 싶어서요. 하지만 정작, 막내가 6개월인데다 폭염이 계속 되어 밖에는 나가지도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아이는 아이패드를 보거나 숙제를 하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인형놀이를 하며 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본의 여름방학은 7월 중순부터 8월말까지입니다. 한달이 넘는 기간 내내 아이를 데리고 뭘하면 좋을지 까마득합니다. 근처 도서관에 가서 책을 가득 빌려와 읽게 할 참입니다. 아이는 아직, 히라가나 중에서 잘 못 읽는 글자가 있고, 접속사의 쓰임새에 대해서도 불편해합니다. 그런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 외엔 별 방도가 없을 것 같아요.


학원은 안 가냐고요? 주변엔 구몬 이외에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학원이 없습니다. 영어 학습을 할 곳도 없고요. 일본의 아이들은, 부모가 일을 하면, 지자체가 운영하는 아동관이란 복지 시설에서 다른 아이들과 선생님과 함께 방학을 보내게 됩니다. 부모가 일을 하지 않으면, 내내 집에서 놀게 하거나, 집 앞에 아이용 풀장을 꺼내놓고 거기 들어가 놀게 합니다. 고학년쯤 되면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종종 보입니다.


모든 걸 양력으로 지내는 일본의 추석은 양력 8월 15일입니다. '오봉'이라 부릅니다. 올해부터 8월 11일이 <산의 날>이란 공휴일이 되면서, 11일부터 일주일쯤 회사들은 휴가철에 들어갑니다. 그렇다고 8월 15일이 빨간 글자로 표시된 날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름 휴가철로 대부분은 쉬게 됩니다. 이 기간에는 시댁이나 친정을 찾아갑니다. 제사를 지내지는 않아요. 절을 찾아가 가족묘 앞에 모여 인사를 드리는 정도입니다. 일본은 제사가 없습니다. 저희 시댁 같은 경우엔, 추석엔 온 가족이 절에 모여서, 묘비를 닦고 간단하게 묵념을 하고, 절 근처 장어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해산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일본인들은 혼인은 교회에서, 장례는 절에서 치릅니다. 하나의 종교로 통일하지 않은 것이 신이 많은 일본답습니다. 결혼식을 하는 교회는 진짜 교회가 아니라, 결혼식을 위해 예식장이 만든 가짜 교회입니다. 가짜 교회에 머리가 노란 서양의 가짜 목사님이 오셔서 혼인식을 주도합니다. 노래를 불러주는 성가대도 돈을 지불하면 파견되어 옵니다. 사망 후에는 절을 찾아가, 절에 모십니다. 각 가족이 그 가족만의 묘를 절에 가지고 있습니다. 화장 한 후 모두 같은 묘에 들어가게 되지요. 


이 모든 게 모든 신을 허용한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일본의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모든 사물에 신이 깃들어있다고 배우며 큽니다. 내 안에도 네 안에도 신이 있고, 개미한테도 거미한테도, 꽃에게도 신이 깃들어 있다고 배웁니다. 그래서인지, 일본인들은 개미한테도 존칭형 <씨>를 붙여줍니다. '개미씨(아리-상)', '사탕씨(아메-상)', 도깨비씨(오니-상)'이라고요. 


그럼 추석으로 이야기를 돌려봅니다. 일본에선 추석밤에 봉오도리란 춤을 춥니다. 동네 마츠리에서 다 같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추는 일본식 강강수월래입니다. '이승에 오신 조상님들 안녕히 돌아가십쇼'란 의미를 담아 추는 춥입니다. 차례도 제사도 지내지 않고, 절을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밤에 춤을 추면서 영혼을 보내드리는 비교적 간단한 추석을 그렇게 마무리 됩니다.


도쿄는 여전히 덥습니다. 올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영혼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들을 위해, 무더위를 잊기 위해, 마츠리에서 봉오도리를 출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마츠리에서 봉오도리에 참여하기 위해 주말마다 모여 열심히 춤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통은 이어집니다.


도쿄여자 김민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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