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이런 일까지 한다고?

나는 일본 간호 조수다

by 도쿄 이상

간호 조수에게 시키는 심부름은 경계가 없었다.

간호사가 하는 일 빼고는 전부 다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신박해서 지금도 기억나는 심부름이 몇 가지가 있다.

주로 편의점과 관련된 일이었다.


첫 번째, 쇼핑 도우미

몸이 불편한 환자와 함께 편의점에 가서 쇼핑하는 것을 도왔다.

간호사가 환자를 휠체어에 태우면 휠체어를 끌고 편의점에 갔다.

쇼핑을 마치고 병실로 돌아와서 너스콜을 누르면 간호사가 환자를 침대로 옮겨주었다.


두 번째, 신문 사 오기

간호사가 OO환자 심부름을 부탁했다.

'환자의 심부름을 한다고?'

병실로 갔더니 60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 환자가 돈을 주면서 OO스포츠 신문과 이온음료를 사다 달라고 했다.

OO스포츠 신문이 없으면 XX스포츠 신문, 그것도 없으면 △△스포츠 신문으로, 무려 3순위까지 알려줬다.

일본어 한자를 읽을 줄 알아서 어렵진 않지만 조금 당황스러웠다.

1순위 신문이 없어 2순위 신문과 이온음료를 사서 병실로 갔다.

부탁한 것이 맞는지 확인한 후 잔돈을 드렸더니 그냥 가지라고 하는데 정중히 거절했다.

한국에서는 환자의 돈을 절대 건드리지 않아 이런 심부름을 할 일이 없는데,,,

그래서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 번째, 의료폐기물 박스 버리기

의료폐기물 박스를 버리는 일은 한국에서도 간호조무사가 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도 간호 조수가 한다.

의료폐기물 박스가 꽉 차면 봉지를 묶고 박스를 밀봉해서 내놓기만 하면 되는데 청소직원이 아니라 간호 조수의 업무가 된 건지 모르겠다.

의료폐기물이라서 그런가?

아무튼 간호 조수의 업무라서 매일 했다.

일정 시간이 되면 간호사 스테이션, 처치실, 각 병실을 돌며 일정량 이상 차있는 폐기물 박스를 문 앞에 내놓았다.

버리는 수만큼 새 박스를 만들어 원래의 장소에 넣어두었고 마지막으로 큰 카트를 끌고 다니며 내놓은 박스를 수거했다.

병동이라 그런지 폐기물 박스의 양이 많아서 카트로 몇 번 왔다 갔다 해야 일이 끝났다.


네 번째, 냉장고 청소

간호사 스테이션에 큰 냉장고가 하나 있는데 안에는 냉장 약품이랑 얼음주머니, 아주 가끔씩 환자의 식사가 들어있었다.

어느 날 간호 조수 중 한 명이 냉장고 청소를 해야 한다며 안에 있는 물건을 전부 빼내었다.

차갑게 유지해야 하는 것들은 B동 냉장고로 옮겼다.

얼마나 꼼꼼히 청소를 했냐면 냉장고 밑에 천을 깔고 냉동실의 성에를 다 제거했다.

시쵸상이 매우 만족해했다.

재직기간 동안 딱 한번 해서 자주 하는 일은 아닌 듯했지만 이 일이 아니더라도 뭐든 한번 손을 대면 끝을 볼 때가 잦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8. 간호 조수의 출근부터 퇴근까지(外回り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