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간호 조수의 출근부터 퇴근까지(병동 담당)

나는 일본 간호 조수다

by 도쿄 이상

출근을 하면 제일 먼저 병실을 돌며 차를 나눠주었다.

두 개의 티포트에 일정량의 말차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차를 우린 뒤 금식 여부가 적힌 종이를 챙겨 병실을 돌았다.

금식인 환자는 물을 마실 수 없으니 실수로라도 차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본인이 금식인걸 알면서도 직원이 차를 나눠주면 마셔도 되는 줄 알고 마시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럼 의료사고다.

책임소재를 운운하고 경위서를 쓰고 좋지 않은 말을 듣고,,,

생각만으로도 진이 빠진다.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나는 이 일이 너무 싫었다.

"차 마시겠습니까?"

라고 물으면 네, 아니오로 대답해 주면 될 것을, 알아듣기 힘들게 뭐라 뭐라 하는 사람이 무척 많았다.

그럼 눈치껏 판단해서 탁자 위에 올려놓은 개인컵에다 차를 따라놓았다.

전날 부어놓은 차가 그대로 남아있으면 환자에게 "컵 좀 헹구겠습니다"라고 말하고 화장실에서 컵을 헹구고 차를 따랐다.

자고 있는 환자는 개인컵을 찾아서 차를 따라놓았고 개인컵이 보이지 않으면 비품실에서 종이컵과 뚜껑을 가지고 와서 테이크아웃 하듯이 차를 챙겨놓았다.

한국에는 없는 생소한 일이라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간호 조수가 근무하지 않는 주말에는 간호사가 챙겨준다는데 슬쩍 들려오는 얘기로는 그들도 내켜하지 않는다고 했다.


차를 나눠준 다음에는 아침 식사를 배부했다.

급식차가 병동으로 올라오면 식사가 맞게 왔는지 식판에 쓰인 환자의 이름과 식사 종류를 간호사에게 받은 종이의 내용과 일일이 확인했다.

확인이 끝나면 급식차를 직접 끌고 다니며 환자에게 식사를 가져다주었다.

이때도 환자의 머리맡에 금식 표지판 유무를 확인하는데 금식 표시가 있는 환자에게 식사가 나오면 무조건 간호사에게 물어봐야 한다.

이중 삼중 확인을 하다 보니 식사를 배부하는 것뿐인데도 머리가 아팠다.

그리고 미리미리 식사 변경을 끝내놓으면 되는걸 왜 꼭 식사가 올라오기 직전까지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마다 식사 입력 마감시간이 있어 그전까지 마무리를 하고 식사도 영양팀 직원이 배부했다.


환자들이 식사를 하는 자투리 시간에는 물품을 채워 넣었다.

물품을 채워 넣는 시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서 시간이 날 때마다 정리하고 채워 넣었다.

의료 물품의 종류가 정말 많아서 어디에 뭐가 있는지 빨리 기억해야 했는데, 그래서 틈만 나면 수납장, 서랍장을 기웃거리며 물품의 위치를 외웠다.


식사가 끝날즈음이 되면 빈카트를 병실 앞 복도에 늘어놓고 각 병실을 돌면서 다 먹은 식판을 들고 나와 카트 위에 올려놓았다.

얼추 식판이 다 나왔다 싶으면 카트를 급식차로 끌고 가서 식판을 옮겼다.


10시부터는 환자들이 퇴원을 했다.

환자가 퇴실하면 빈병실로 가서 병실 가구를 닦고 침대를 복도로 빼놓았다.

그리고 청소 직원에게 '어디 어디 병실 비었다'라고 말하면 직원이 바닥 청소를 하고 휴지통을 비웠다.

침구 교환은 시트 교환 업자가 해주었다.

일정시간이 되면 병동으로 올라와 복도에 나와있는 침대를 닦고 새 침구로 갈아놓았다.

TV 체크업자도 있었는데 그분은 병실에 있는 TV와 냉장고를 점검하고 청소를 한 후에 '점검완료'종이를 붙여놓았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다시 침대를 병실에 들여놓고 간호사에게 알리면 입원 병실 준비가 끝이 났다.

대단히 간단해 보이나 굉장히 복잡하다.

시쵸상이 아침에 퇴원 환자들이 몇 시에 퇴원을 할 거라고 대략적인 시간을 적어놓는데 환자가 그 시간을 딱 맞출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예상과 어긋날 때가 많았다.

그리고 간호사들이 "환자 바로 올라오니까 여기부터 해달라", 부탁할 때도 많았다.

간호 조수 - 청소 직원- 시트 교환 업자 - TV체크업자가 한 팀이 되어야 하는데 퍽하면 퇴원 순서가 바뀌니까 서로 동선이 꼬여 자주 싸웠다.

아마 하루 일과 중 입원 병실 준비가 가장 고된 시간이 아닐까 싶다.


12시가 되면 점심 식사를 배부했다.

방법은 아침때와 똑같다.


환자들의 점심 식사가 마무리되면 우리도 점심을 먹었다.

셋이서 30분 간격으로 시간차를 두어 식사 시간을 가졌다.

점심시간은 1시간을 꽉 채워서 썼고 누구도 서로의 점심시간에는 터치를 하지 않았다.

간혹 병동 간호사에게 "급한 일인데 해줄 수 없냐"라고 전화가 오는데 칼같이 거절을 했다.

나중에는 점심시간이 되면 아예 PHS(병원에서 쓰는 휴대 전화기)를 꺼놓았다.

이토록 차가울 정도로 철저히 지키는 데에는 일당과 관련이 있었다.

하루 근무시간은 9시간.

일당은 8시간만 계산해서 주었다.

즉, 점심시간에 일해봐야 무급 근무가 되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잡일만 주야장천 했다.

물품 정리 및 채우기, 지저분 한 곳 청소하기(복도 창틀, 복도 손잡이, 스테이션 냉장고 등), 간호사 심부름 하기, 비품 설거지 및 소독하기, 소독 대야 만들기,,,

정해진 루틴 없이 마구잡이로 일했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단 5분도 쉬는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아주 가끔 여유가 생길 때가 있는데, 서있는 모습을 시쵸상이 보면 "가만히 있지 말라"라고 한소리를 했다.

그래서 앞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쓰레기 보관실에 숨어있었다.


매일 같이 발에 불이 나도록 일했다.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발이 탱탱 부어서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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