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 시대의 마라토너, 레이트 블루머

공자왈은 그만, 이제는 긴 호흡으로 그리고 나의 속도로.

by 레이트 블루머

이른바 백세 시대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평균 기대수명은 84.5세이다. 1975년도 기대수명은 64.2세였다. 불과 50년 만에 20세 이상이 증가하였다. 20년 후, 2045년 기대수명은 87.9세이며 여성은 90세가 넘는다.


거리를 다니며 사람들을 보면 청년과 중년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중년과 노년도 분간이 만만치 않다. 기존의 연령 구분 기준이던 머리 색과 헤어 스타일, 주름살, 피부, 패션 스타일 등은 더 이상 기준이 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흔이 훨씬 넘은 가천 대학교 이길여 총장님은 50대로 보인다는 기사가 얼마 전에 화제가 되었다. 에드슨 브랜다오라는 브라질 남성은 50대 후반 나이에도 불구하고 20대로 보인다고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기원전 6세기 춘추전국시대 유학자이던 공자는 "이십은 약관 弱冠이요, 삼십은 이립 而立, 사십은 불혹 不惑, 오십은 지천명 知天命"이라고 했다. 당시는 평균수명이 40세도 안 되는 시대였다. 그러니 사십에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만했다. 지금은 나이 사십이면 일이 조금 익숙해져서 재미를 붙이거나 흥미를 잃기 시작할 때이다. 다른 일을 해볼까 하고 두리번거리는 나이이기도 하다. 논어에 있는 공자의 이 글은 그야말로 '공자왈 맹자왈' 식의 옛날이야기이다. 지금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이다.


김형석 교수님의 저서, '백 년의 지혜'라는 책에 이런 글이 나온다. "지금 30대와 나의 30대를 비교하면 사회 모든 면에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청년기와 노년기가 짧아지고 장년기가 일생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일하고 성장하며 인격을 키워가는 장년기는 서른에서 여든까지 차지한다. 평균수명도 길어졌고 건강수명도 높아졌다. "나의 세대에는 예순을 노년기의 출발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도 여든까지는 정신적으로 늙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장년기가 길어졌다는 것은 젊게 성장하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뜻이다. "


우리의 교육시스템과 정년제도는 옛날 제도이다. 지금의 6-3-3-4 학제를 중심으로 한 우리 교육 시스템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에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지금의 정년제는 1960년대에 공무원을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초기 55세에서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에 60세로 정착되었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학제와 정년제는 그대로다. 우리의 사고는 우리를 둘러싼 제도와 같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생애주기에 대한 시대 흐름은 바뀌었는데, 우리는 여전히 오래전에 만들어진 제도 속에 갇혀 있다. 그래서 때때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구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생들로부터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제가 너무 늦은 거 아닐까요?" 25세도 안된 앳된 청년 학생의 고민이다. 무엇이 이십 대 청춘들을 초조하게 만드는가?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했다. 결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어떤 이는 이에 더하여 인생은 트라이애슬론이며 릴레이라고도 한다(이 말은 한 종목만 할 것이 아니고 종목을 바꾸기도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필자는 이해한다. 직업 전환 Job Transition의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 6334 학제에서 배운 것은 60세가 유효기간이다. 마라톤 코스를 다 달릴 수 있는 에너지가 부족하다. 학교 시스템에서 배운 지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성이 없다. 졸업 후 쌓은 경력도 60세가 넘으면 그 경력은 자산이 아니고 오히려 비용으로 인식되는 시대이다. 60세는 마라톤 풀코스 42.195Km 중 이제 겨우 마의 구간이라고 하는 30Km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그 이후 구간은 어떤 에너지로 뛸 것인가?


백세시대에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다. 새로운 에너지는 끊임없는 공부에서 나온다. 관심 있는 분야, 평생에 걸쳐하고 싶은 분야를 계속 공부하면 에너지가 축적된다. 공부는 계속 뛸 수 있는 에너지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경험하고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론 머스크는 기계공학 전공자도 아닌데 자동차 회사 CEO가 되었고, AI나 소프트웨어 전공자도 아닌데 오픈 AI 창립 멤버이자 xAI 홀딩스 의장이고, 항공 공학 전공자도 아닌데 스페이스 X의 최고경영자이며, 신경과학 전공자도 아닌데 뉴럴링크 의장이며, 커뮤니케이션 전공자도 아닌데 X(구 트위트)를 인수했다.


마라톤 선수들은 저마다 다른 속도를 유지한다. 어떤 선수는 초기에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쓰고, 어떤 선수는 마의 30Km나 35Km 이후에 에너지를 쏟아 속도를 낸다. 자신만의 컨디션에 따라,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다. 짧은 호흡으로 숨차게 달리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에너지를 조절한다.


레이트 블루머도 그렇다. 마라토너처럼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자신이 가는 길을 지속한다. 저마다 꽃 피는 시기가 다른 것처럼 자신이 피는 시기를 기다리며 햇빛과 바람을 맞는다. 자신의 에너지를 조절하고, 또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간다. 남이, 세상이 정해 놓은 스무 살, 서른 살, 마흔 살, 쉰 살의 시계가 아니라 자신만의 내면의 시계를 따라 뛰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어쩌면 모두가 레이트 블루머일지 모른다. 비록 사회의 기준에 따라 조기에 성공한 이들일지라도, 사랑을 늦게 알게 되고, 삶의 의미를 늦게 깨닫기도 하고, 내 열정이 다른 데 있음을 마흔 넘어 깨닫기도 한다.


레이트 블루머는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오래간다. 지속가능한 사람들이다.



※커버 사진은 Pexels.com의 Anna님의 '노을에 점프하는 사람들의 실루엣' 무료 스톡사진입니다.

노을 아래 산 위에서, 산행 후의 지친 이들이 새로운 에너지로 뛰는 느낌을 사진으로 잘 표현한 점이

글 내용과 잘 연결된다고 생각되어 커버 사진으로 도움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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