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우연히 만난 학교
늦은 점심 식사를 다 마치고 나왔더니 시간이 이미 3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아멜거리를 찾아 나설 차례이다. 역시 골목길 사이를 쿠바 내비게이션인 직진님과 도사님이 앞장을 섰고 우리 일행은 주변을 둘러보며 두 분의 뒤를 따라 걸었다.
학교의 전경. 페인트로 국기의 펄럭임을 표현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가는 길에 또 우연히 학교로 보이는 건물을 만났다. 이미 초등학교를 한 번 갔었고 고등학생들도 길거리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학교 건물 앞 공터에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직진님은 이번에도 주저없이 학교 정문을 지나 건물로 직진했다. 일행은 따라 들어갔다. 아마 시간 상 하교 시간이었던 듯 싶었다. 아이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었고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선생님들로 보이는 몇 사람이 입구에 있는 책상에 둘러서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학교의 로비(왼쪽). 로비 한 옆으로 학교 관계자들이 나와 무언가를 하고 있다. '우리는 여행객이다, 한국에서 왔다' 등을 어렵게 어렵게 영어로 얘기했고 그 사람들도 영어로 뭐라고 대답을 했다. 답답한지 스페인어가 자꾸 튀어나왔고 우리는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뭐 어떻든 우리는 우리 가방 속에 준비해 갔던 노트 등을 여기서 모조리 풀었다. 원래 아바나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주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그곳에서는 줄 만한 사람도 못 만났고 물품이 부족해 보이는 대학생도 없어 보였기 때문에 그냥 지니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학교에서 그 노트들을 모두 기부를 하고 나왔다. 운동장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작은 공터에서 여학생들 몇몇이 웃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고 우리 일행에게도 관심을 보였다. 유쾌님이 말을 건네며 간단한 몇 가지 동작을 했는데 그 아이들은 꺄르르 하고 웃었다. 역시 그 나이의 소녀들은 낙엽만 떨어져도 웃음이 터지는 것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웃으며 그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학교를 빠져 나왔다.
밝게 웃으며 하교하는 아이들(왼쪽), 우리와의 간단한 대화에도 꺄르르 웃는 아이들(오른쪽)
특이한 분위기의 아멜거리, 그리고 사람들~
학교 정문을 나와 바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자 ‘아멜거리(Calleon del Hamel)’가 나왔다. 아프리카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이라고 했다. 우리가 들어간 곳은 건물로 치면 후문 쪽이었다. 그런데 무언가 하수구 냄새 비슷한 꼬릿한 냄새가 먼저 났다. 잘 정비된 느낌의 거리가 아니라 슬럼 같은 뒷골목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곧 원색의 벽화들과 토속신으로 보이는 조각품들, 무언가 추상적인 조형물들이 드러났다.
아멜거리의 끝지점(왼쪽). 인근 노후한 아파트의 외벽이 아멜거리에 맞게 여러 색으로 다양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오른쪽) 어린왕자를 테마로 한 벽화도 보였다. 시간대가 그래서 그랬는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고 한산한 느낌이지만 아주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모습은 아니었다. 차분히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천천히 걸었다. 아파트처럼 보이는 낡은 건물에는 꼭대기까지 원색으로 치장해놓은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는.... 그것이 끝이었다. 허망하게도 아멜거리는 그 길이가 너무 짧았다.
아프리카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한 문양들(왼쪽), 어린왕자 테마의 설치 미술(오른쪽) 화려한 색채와 다양한 설치미술들 속에 또 다시 모습을 보이는 호세 마르티. 다양한 소재들로 만들어진 갖가지 설치 미술과 그림들이 골목길 한가득 펼쳐져 있다. 그 건물을 마지막으로 조그만 문을 빠져나왔는데 그 문이 아멜거리의 입구였다. 입구를 빠져나와 자유롭게 구경하던 일행들을 기다리는데 아까 들렀던 학교의 학생들도 그 문을 통해 하나둘씩 짝을 지어 나왔다.
아멜거리의 정식 입구(왼쪽). 그곳을 통해 하교하는 아이들의 모습(오른쪽) 일행들도 모두 나와 말레꽁 쪽으로 길을 잡고 걷기 시작하려는데 길거리에는 간단한 수공업을 하는 사람들이 앉아 작업들을 하고 있었다. 파이프에 끈을 일정하게 감아 의자를 만드는 아저씨도 있었고, 말로만 들었던 1회용 라이터에 가스를 충전하는 아저씨도 보였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1회용 라이터에 미세한 구멍을 내고 가스를 넣은 다음 그 구멍을 녹여서 막는 방식이었다. 물자가 귀한 나라라고는 하지만 1회용 라이터까지 재사용을 할 줄이야~ 놀라운 구경이었다. 다른 쪽에서는 학생들이 한 건물에 몰려 무언가를 사고 있었다. 그 옆에는 과일을 파는 노점상도 있었다. 아마도 우리나라로 치면 학교 앞 문방구 같은 곳이 아닐까 싶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학용품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주전부리를 팔면서 아이들의 호주머니를 유혹하는 그런 곳으로 보였다. 골목골목마다 이곳 사람들의 일상이 우리의 일상과 겹쳐 보이면서 정겹게 다가왔다.
의자를 만드는 사람(왼쪽). 솜씨가 대단하다. 아들이 무언가를 사기위해 모여있다.(오른쪽)
골목에서 만난 쿠바의 동네 사람들~
아멜거리를 빠져나와 다시 말레꽁 쪽으로 방향을 잡고 골목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바나 시내의 주택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처음 오비스뽀 거리를 걸을 때도 느꼈지만 참 인상적이었던 것은 3~4층쯤 되어 보이는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했고 2층 발코니에는 거리를 내려다보는 사람들이 늘 있었고 빨래를 걸어놓은 모습도 자주 보인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런 거리 어디쯤 잊어버릴 만하면 한 번씩 조그만 커피 가게들이 보인다는 점이다. 역시 이곳에도 그런 커피 가게가 있었다. 직진님의 매와 같은 눈에 그 가게가 띄었고 45원짜리 커피를 또 한 잔 마시기로 하고 조그만 에스프레소 커피잔 같은 것에 달달한 쿠바 커피를 한 잔씩 했다.
혁명광장 가던 길에 만난 커피가게(왼쪽). 아멜거리에서 나와 만난 커피가게(중앙, 오른쪽) 커피잔은 에스프레소 잔으로 매우 작다. 조금 더 걸어가다 보니 가판대에서 채소와 과일을 파는 노점이 보였다. 조그맣게 생긴 몽키 바나나 한 송이가 우리 돈으로 800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얼른 하나를 사서 그 노점 옆에서 맛나게 먹고 있었다. 과일을 파는 아저씨를 포함해서 동네 주민인 듯한 아저씨들 몇몇이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유쾌님은 이곳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고 그들에게 말을 붙이고 친하게 웃으며 대화를 했다. 짧은 시간에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것이 여행자들의 특권인 양 우리는 곧 웃으며 그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과일과 야채를 파는 노점(왼쪽). 노점 주인과 동네 청년들과 함께 찍은 사진(오른쪽)
다시 구시가지로 이동하다. 두둥~
말레꽁은 그곳에서 멀지 않았다. 예상 밖에 일찍 끝나버린 아멜거리 투어 때문에 잠시 다음 일정을 어떡해야 하는 고민이 생겼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아바나의 구 성벽과 호세 마르띠 생가 등을 살펴보기로 결정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말레꽁을 시원스레 달리는 올드카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 반전님, 유쾌님, 도사님, 총무님이 먼저 아바나 중앙역으로 떠났다. 남은 대박님과 직진님, 그리고 나도 몇 분 뒤 꼴렉띠보 택시를 잡아 타고 중앙역으로 향했다.
말레꽁을 시원스레 달리는 올드카(왼쪽). 차에서 바라본 말레꽁 근처의 동네 풍경(오른쪽) 귀여운 어린아이가 정겹다. 택시 창 밖으로 아바나의 일상 풍경들이 하나씩 스쳐 지나갔다. 가다 보니 꽤 견고해 보이는 성처럼 생긴 건물도 보였다. 우리 여행책자에는 없던 성(?)이라서 셔터를 얼른 눌렀다. 사진을 보니 앞에 진입금지 교통표지판이 떡 하니 자리잡았다. 사진을 망쳤네... 하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것이 하나의 암시였다. 가면 안되는 건물이었다. ㅠㅠ
택시를 타고 가며 찍은 사진. 도로 옆에 멋진 성이 있어 서둘러 찍었는데 진입금지 표지판이 가리고 말았다. 한 10분을 달려 꼴렉띠보 택시는 중앙역 대합실 입구 앞에 우리 세 명을 내려주었다. 그런데!! 이미 도착해 있어야 할 나머지 일행들이 보이질 않았다. 혹시나 다른 길이 있어 우리보다 늦나 싶었다. 하긴 우리 택시 기사는 한국으로 치면 총알급이었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역 앞에서 음료수를 사 마시는 동안에도 일행은 나타나지를 않았다. 분명히 이것은 서로 다른 곳에서 만나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택시를 타기 전 로밍이 되는 휴대폰을 가진 두 사람을 따로 떼어 택시를 탄 것이 다행이었다. 직진님 휴대폰으로 유쾌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니나 다를까 서로 다른 곳에서 내려서 마냥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표지판은 분명히 우리가 중앙역에 와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앞서 출발한 일행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문자 메시지를 통해 서로 연락을 하고 중간지점인 구 성벽이 있는 곳 쪽으로 걸어가서 만나기로 했다. 이산가족(?)이 된 지 30여분 만에 우리는 아바나의 오래된 성벽 앞에서 다시 만나는 감동(?)을 맛보았다.
구 성벽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처럼 서울성곽을 복원하고 이어놓은 것처럼 엄청나게 길거나 웅장하게 다시 만들어 놓지는 않았다. 끊어지면 끊어진 대로 도로 가운데에 그냥 일부만 남아 있기도 했고 그나마 원형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약 40여 미터 되는 것은 그 가운데 성문과 함께 인근 사람들의 휴식처처럼 남아 있었다. 그 곳 벤치에 앉아 해후(?)를 나누며 다리도 좀 쉬었다.
앞서 출발했던 넷은 계속 다리를 쉬며 성벽에 남았고 뒤에 택시를 탔던 우리 셋은 성벽을 지나쳐서 앞선 일행이 보았던 중앙역 정문 건물과 호세 마르티 생가를 보러 갔다. 중앙역 정문 건물은 꽤나 웅장한 규모를 자랑했다. 건물 중앙 양쪽으로 높은 탑 두 개가 있고 그 가운데에는 기차역이라면 빠질 수 없는 대형 시계가 걸려 있었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보고 싶었지만 공사 중이라 앞부분에 펜스가 주욱 둘러가면 쳐 있어서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이렇게 공사 중이어서 두 택시 기사가 서로 다른 곳으로 데려다 놓았나 싶었다. 앞팀은 그래도 여행자들이라 원래 중앙역의 정문 쪽으로, 뒷팀은 사람들이 직접 드나드는, 임시로 지어놓은 대합실 입구 쪽으로 데려다 놓은 것이었다.
펜스를 쳐놓고 공사중인 중앙역(왼쪽). 임시로 마련된 역 대합실(오른쪽)에서 사람들이 기차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중앙역 길 건너편으로 바로 호세 마르티 생가(casa natal Jose Marti)가 있었다. 노란색 페인트 칠이 되어 있고 제법 잘 정비되어 있는 작은 건물이었다. 주변을 쭉 둘러가며 철제 담장이 있었고 마당 한 켠에는 호세 마르티의 작은 동상이 서 있었다. 쿠바 사람들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인물인지라 주변 건물들과는 달리 관리가 깔끔하게 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호세 마르띠의 생가. 노란색과 하늘색 페인트로 색을 칠해놓았고 철창으로 된 담 안의 정원도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생가 정원 한 켠에 설치되어 있는 호세 마르띠의 작은 동상(왼쪽). 호세 마르띠 생가에서 보이는 중앙역 첨탑(오른쪽)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외부에서만 간단하게 구경을 마치고 다시 성벽으로 돌아왔다. 이 구 성벽은 스페인 식민통치 시절 아바나라는 도시가 세워지고, 스페인군이 지금의 이 지역에 성벽을 둘러쌓았다고 했다. 역시 역사의 아픈 흔적이지만 모두 없애지 않고 남아있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남겨둔 모습이었다. 불편하고 아픈 역사적 진실을 지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쿠바의 여러 곳에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성벽 안팎으로는 도로와 벤치가 서로 다른 공간임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는 듯이 아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성벽의 한쪽은 도로를 접하고 있고 그 너머에는 주택가와 상가가 보였고, 반대쪽은 나무와 벤치가 있어 사람들의 쉼터로 활용되고 있었다. 번잡함과 여유로움의 공간이 성벽을 기준으로 대비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벤치 쪽에서 성문을 통해 도로 쪽으로 나가보았다. 성문 바로 옆에는 원래 성벽의 모습과 당시 시가지의 지도를 담은 조형물이 성벽에 붙어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위치가 어디인가 살펴 보았다. 참 많이 걸으며 아바나 시내를 돌아다닌 터라 우리의 위치를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성벽의 안과 밖. 왼쪽은 사람들의 휴식공간, 반대쪽은 차들의 공간으로 성벽이 나누어주고 있었다. 아바나 성곽을 표현한 지도. 우리가 현재 어디 있는지를 찾는 것은 이제 어렵지 않았다.
자유롭게 동네를 걸으며 문제의 그 공예품 시장으로~
성벽 벤치에서 충분히 다리를 쉰 뒤에 다시 두 발을 힘차게 내딛으며 올드카 박물관과 공예품 시장 쪽을 향해 걸었다. 거리에는 또다른 여행자들이 마차를 타고 시내를 즐기기도 했고 또 어떤 여행자들은 올드카를 타고, 또 어떤 이들은 걸으면서 아바나 시내를 둘러보고 있었다. 확실히 신시가지인 베다도보다 구시가지인 이곳에서는 올드카들도 훨씬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올드카 박물관을 눈 앞에 두었지만 굳이 그곳에 들어가지 않아도 많은 올드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아쉬움은 없었다.
거리를 다니는 다양한 올드카들. 마차도 함께 차도를 함께 이용한다. 올드카 박물관 앞의 모습. 기차와 자동차와 마차가 공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도심지를 걷다 보니 이곳 사람들의 다양한 일상을 만날 수 있었다. 골목 안쪽을 보면 주위에 펜스를 쳐놓고 양쪽에는 농구 골대를 세워놓은 작은 공터에서 젊은 청년들이 농구 경기에 열중하고 있었고, 한쪽 차고에서는 고장난 올드카를 정비하고 있는 청년을 지루한 듯이 자동차 문에 기대어 기다리고 있는 여자친구(아내라고 하기엔 너무 젊어 보였다)의 정겨운 모습도 보였다. 도로 쪽에서는 퇴근길로 보이는 시민들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고,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아마도 관광객 손님을 기다리는 자전거 택시의 기사들이 도로 양쪽을 번갈아 둘러보는 모습도 보였다. 사람사는 동네가 뭐 달라야 얼마나 다르겠나 싶었다. 우리네와 비슷한 일상들을 스쳐 지나며 목적지를 향해 계속 걸었다.
동네 조그만 공터에 농구장을 설치하고 청년들이 농구를 즐기고 있다(왼쪽). 여자친구의 차를 고쳐주고 있는 듯한 모습(오른쪽). 버스를 기다리는 아바나 시민들(왼쪽). 손님을 기다리는 자전거 택시의 기사들(오른쪽)
올드카 박물관 바로 옆에는 시장이 하나 있었다. 건물 외벽에 큰 간판들이 없어서(대부분의 건물들이 다 그렇다) 시장의 이름은 무엇인지, 무엇을 파는 시장인지는 몰랐지만 일단 들어가 보았다(여행책자를 뒤늦게 보다 보니 그 시장은 이름은 산호세 공예시장(Mercado Artesanal San José)이었다. 그 이름을 몰라 이때부터 3시간쯤 뒤에 무척 고생했다 ㅠㅠ). 시장에 도착한 시간은 약 5시 20분쯤이었고 50분까지 약 30분 정도 돌아다니면서 쇼핑을 하기로 했다. 이미 쿠바 여러 곳을 보면서 보았던 각종 공예품들이 이곳에 총집합해 있었다. 자석공예, 목공예, 그림, 부채, 주얼리 등등 여러 물건들이 우리의 눈을 잡아 끌기에 충분했다. 우리 일행 중 몇몇은 이곳에서 장식품이나 커피잔 등을 샀다. 물론 시장이니만큼 상인들과 흥정을 하고 가격을 깎았다. 영어가 잘 안 통하는 쿠바이긴 하지만 물건을 살 때 필요한 간단한 영어는 대충 다 통했다. 상인들 중에는 젊은 청년 몇이 있었는데 꽤나 영어가 잘 되는 친구였고 우리 주변을 맴돌면서 통역도 해주고 자신들의 물건을 팔려고도 했다.
산 호세 공예 시장의 입구. 간판은 없다. 모자를 쓴 친구가 우리를 많이 도와준 청년이다. 일행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각자 쇼핑을 했다. 시장 입구에서 직진해서 맨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는 야자열매를 직접 잘라 팔고 있었고 그곳에서 다시 우리 일행은 모두 만났다. 시원하게 해서 먹어야 더 맛있었을 야자 음료를 대충 마시고 시장 뒤편으로 난 출입문으로 나갔다.
아바나 투어 첫날 만났던 그 시원한 바닷바람과 탁 트인 바다 풍경이 우리를 다시 반겼고 그곳 벤치에 앉아 하루 동안 힘들었을 다리에게 휴식을 주었다. 다만 날씨가 조금 흐려 시야가 명쾌하지 않은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시장 뒤로 나오면 만나게 되는 바다. 그리고 주변 풍경. 흐린 날씨가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걸어 다니는 한 악단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연주를 시작했다. 꽤 흥겨운 음악으로 우리를 현혹시키기 시작했고 또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 여자가 그 음악에 맞추어 노래도 하기 시작했다(이런 악단은 아바나 시내에 많다. 특히 바다 근처, 말레꽁 근처에 가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그 음악에 맞춰 흥을 높이다 보면 또다시 팁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고 판단한 우리 일행 중 몇은 자리를 멀찍이 옆으로 옮겼다.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면서 바다를 바라보기도 했고 카메라 가방을 정리하기도 했다. 악단은 여전히 정신없이 음악을 만들어냈고 약속된 시간이 다 되자 우리 일행은 빠르게 걸어 시장 입구로 되돌아 나왔다.
그리고 1분 후 대박 사건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