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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바람 Nov 28. 2021

[쿠바 #2] 출발일, 경유지 투어를 즐기다.

반나절의 일본 맛보기

드디어 출발, 하지만 경유지인 일본부터~

   당연히! 인천공항에서 쿠바의 아바나공항으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아마 지금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쿠바로 들어가는 항공편도 없었다.(지금은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캐나다를 경유하여 쿠바로 들어가는 항공편을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그것도 캐나다로 바로 가지 않고 일본에서 환승해야 했다. 물론 비용 문제 때문이다. 그동안 모아둔 여행 경비를 최대한 아껴 다녀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김포공항의 새벽 창 밖 풍경

   2016년 1월 22일. 해가 아직 뜨기도 전인 아침 6시에 김포공항에서 팀원들이 모였다. 티켓팅을 하고... 일반적인 출국 절차를 밟아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휴대폰 로밍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쿠바에선 휴대폰이 잘 안된다는 얘기는 미리 들어 알고 있었지만 로밍 자체가 안될 줄이야... 인터넷이 안되는 거야 그렇다 치고 국내 1위 사업자인 SKT조차도 로밍까지 안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하는 수없이 돌아섰는데 KT 사용자는 가능하다는 소식이 들렸다. KT 폰을 가진 분들이 부랴부랴 로밍을 했다.

   수하물을 부치면서 항공편 연결 상태를 알아보던 중 반가운 얘기를 들었다. 다행히도 경유지인 도쿄나 토론토에서 짐을 찾지 않아도 되고 아바나 공항까지 연결이 된다는 것이었다. 도쿄에서 8시간 정도의 여유를 얻게 된 것이었다. 일행들과 일본 반나절 투어를 긴급히 계획했다. 폭풍 검색과 도사님의 제안으로 아사쿠사에 가기로 결정하고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다. 약간의 엔화도 환전을 했다. 여행사에서 준 항공 일정표에 따르면 일본으로 가는 아시아나 비행기에선 기내식이 제공되지 않는다고 하여 총무님이 준비해 온 미니 햄버거로 아침 식사를 대충 하면서 아사쿠사 일정과 교통편들을 알아봤다.

   비행기에 올랐다. 9시쯤 출발했고 비행시간은 1시간 반 정도. 서울 김포발 도쿄 하네다행 아시아나 비행기. 아침 햇살을 받는 서울을 뒤로하고 비행기는 구름 저 위까지 솟아 올랐다. 여유가 좀 생겼다. 아침부터 무언가 유쾌한 정신없음이 한바탕 훑고 지난 후의 미소가 머금어지는 순간! 승무원들이 분주해지더니... 이런!! 기내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박~! 여행사에서 안내하기에는 분명 없다고 했는데 나온다. 이런 여행 일정을 만들어본 것은 우리만 처음이 아니라 여행사도 처음인지라 정보가 정확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런 부정확함은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기내식은 역시 국내 항공사가 최고라는 말을 주워섬기며 맛나게 먹었다.



경유지에서의 자유여행 실전 연습(아사쿠사의 센소지 찾아 가기)

경유지에서의 자유여행 실전 연습(아사쿠사의 센소지 찾아 가기)

도쿄의 지하철표. 우리의 예전 노란색 지하철표와 비슷하다.

   그리고는 얼마 후 10시 30분경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기존의 패키지 여행이었다면 현지 가이드가 안내판을 가슴에 들고 우리를 환영했겠지만 이제부터 자유여행이 아닌가!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이제부터 우리가 알아서 다 해야한다. 

   비행기에서 빠져나오자마자 트레블 인포메이션을 찾아갔다. 김포공항에서의 폭풍 검색 결과 1-Day Pass를 끊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에 안내소에 가서 물으니 이런~ 그게 아니었다. 도쿄 지하철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달라서 우리가 가는 노선의 1-Day Pass는 1,500엔이란다. 그러니 그냥 왕복 운임을 각각 표를 끊어서 지불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역시 자유여행에서는 인포메이션 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는 1인당 620엔씩 하는 지하철 요금을 내고 아사쿠사로 가는 급행열차를 탔다. 출근 시간이 지난 지하철이지만 꽤 복잡했다. 예전 우리의 지하철표와 비슷한 도쿄의 지하철표를 만지작거리다 보니 점점 열차는 목적지에 다가서고 있었다.

   12시경 아사쿠사에 도착했다. 하네다 공항에서 얻은 지도와 한글 안내책자를 보면서 출구를 찾아 나왔다. 그리곤 센소지로 향했다. 5분쯤 걸으니 센소지 입구를 상징하는 ‘가미나리 문’이 보였다. 문을 통과하여 양쪽으로 작은 공예품 가게와 먹거리 가게들이 즐비한 ‘나카미세 거리’로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센소지를 향해 걷고 있었다. 기모노를 입은 여학생들이 꽤 많았다. 덕분에 일본 분위기는 물씬 났다.

인근 관광안내센터 전망대에서 본 나카미세 거리(왼쪽). 기모노를 입고 나들이 나온 학생들(오른쪽)
나카미세 거리의 북적거리는 인파(왼쪽). 센소지의 정문인 호조문(오른쪽) 옆으로 목탑도 보인다.

  센소지 정문인 ‘호조문’ 앞에서 각자 구경하던 우리 일행들을 기다렸다. 호조문 앞 작은 공원에는 누군가 소원을 빌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정갈하게 차려입은 한 여인이 너무나도 간절한 표정을 하고 작은 석상에 꽃을 올리고 정성스레 빌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말 많은 신을 모시는 나라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어디나 누구나 간절하게 빌고 싶은 것이 있고, 그래서 또 기대고 싶은 초월적 존재에 대한 신념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인의 정성스러움이 간절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정문 안으로 들어섰다. 엄청난 인파와 함께 엄청난 향 연기와 냄새가 우리를 반겼다. 향 한 개가 아니라 한 줌 정도 되는 무더기에 불을 붙이고 그것을 거대한 향로에 꽂으며 소원을 빌고 그 향 연기를 온몸으로 맡는 사람들이 본전 가는 길 중앙에 잔뜩 모여 있었다. 이 연기는 머리가 맑아지는 연기라고 한다. 또는 몸이 아픈 곳에 연기를 쐬면 낫는다는 얘기도 있다. 매캐하다 못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연기가 오히려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이들은 이 연기가 사람의 병을 낫게 한다고 믿고 있다니 나도 따라서 해보았다. 대형 향로 말고도 주변에는 간단하게 운세를 점쳐볼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이 많았다. 재미로 그걸 해보는 일행도 있었다. 우리와는 참 다른 문화와 생각들이 느껴져 가까운 나라이긴 하지만 참 멀기도 하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대형 향로에 누구나 와서 향을 피울 수 있다. 향을 한두 개가 아니라 한 무더기씩 피워 연기가 자욱할 정도이다.


여행의 자유를 만끽해보자~

   각자 소원을 빌고 구경하고 기념품을 사고... 얼마 후 본전 구경을 마치고 옆 쪽에서 다시 모였다. 골목길을 거쳐 ‘스미다’ 강변을 한 번 걷자는 의견이 나왔고 가뿐하게 걷기 시작했다. 정해진 코스만을 밟으며 시간에 쫓기는 여행이 아닌 그야말로 자유로운 여행의 참맛을 느껴보기 위함이었다. 골목으로 나서니 사람 숫자가 확연히 줄었다. 골목은 깨끗했다. 예전에 왔던 일본 생각이 났다. 늘 그렇듯이 이 나라는 겉으로 보이는 그곳들은 늘 이렇게 깨끗했다. 거리도, 자동차도, 사람들의 차림도 모두들 깨끗했다.

   스미다 강을 만났고 다리를 건너는데 큰 타워가 보였다. 혹시 도쿄타워가 아닌가 하면서 의견이 분분했었는데 지도를 살펴보니 ‘도쿄 스카이 트리’였다. 멀리서 타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다리를 건너 강변에 있는 작은 공원을 따라 걸었다. 걷다 보니 작은 연못이 있었다. 갈매기와 오리가 같이 놀고 있었다. 여유롭게 산책을 하며 다시 아사쿠사 역 쪽으로 향하는데 이색적인 건물들이 보였다. 아사히 맥주 본사 옥상에는 바람에 날리는 황금색 거품 형상이 올려져 있었다.

스카이 트리와 아사히맥주 본사 건물 등 스미다 강변의 풍경(왼쪽). 공원의 오리가 여유롭게 물 위를 미끄러져 가고 있다(오른쪽).

   시간은 어느덧 2시를 향하고 있었고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계획대로 일본에 왔으니 일본식 라멘을 먹기로 했다. 동네에 있는 라멘집을 찾아 골목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다가 결국은 지하철 입구까지 되돌아왔는데도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맛집으로 소개된 곳은 거의 다 작은 가게들이었고 신용카드 결제가 대부분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센소지 입구 근처 관광안내센터를 쳐들어갔다. 가서 데스크에 있는 안내직원에게 일본어는 잘 모르니 무턱대고 영어를 해봤다. 잘 못 알아듣는 눈치였다. 이번에 한국말로 했다. 대충 감 잡는 것 같길래 나 스스로를 가리키며 ‘항꼬꾸진’을 말했더니 이번에는 영어로 한국어 되는 직원을 불러주겠단다. 대체 내가 말한 영어는 왜 못 알아들은 걸까....? 얼마 기다리지 않아 한국어를 하는 직원이 왔고 그에게 근처 유명한 라멘집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거기에 한 가지 조건이 더~! 신용카드가 되어야 했다. 우리 일행은 환전을 넉넉히 하지 않았고 교통비로 절반 이상을 쓴 셈이라 신용카드로 점심을 먹어야 했다. 신용카드만 되었다면 이미 다른 곳에서 먹고 있었을 게다. 직원은 친절하게 검색한 후에 카드가 되는지까지 전화 통화를 통해 확인을 해주었다. 첫 번째 추천집은 카드가 안 된다고 해서 패스. 두 번째 추천집은 가능하다고 했다. 위치를 표시해준 지도를 받아 들고 이뿌동이라는 라멘집을 향해서 출발했다. 중간에 길이 조금 애매한 느낌이 있어 헤매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박님이 길 가던 한 청년에게 일본어로 인사를 하더니 길을 물었다. 깜짝이야~! 아무도 일본어를 못하는 줄 알았는데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 여하튼 대박님과 그 청년 덕분에 이뿌동을 쉽게 찾아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관광안내센터 직원이 지도에 표시를 조금 잘못 했던 것 같았다.

관광지 주변이라 기념품을 많이 팔고 있었다(왼쪽). 어렵게 찾은 라멘집에서 나온 소중한 점심(오른쪽).

   그곳에서 취향에 맞게(사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ㅋㅋ) 라멘을 시켜서 점심을 해결했다. 라멘을 먹고 약간의 시간이 남길래 관광안내센터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각자 근처 구경을 하기로 했다. 직진님의 뒤를 졸졸 좇아 다니면서 대박님, 도사님, 총무님과 함께 시장 구경을 했다. 일본의 전통을 볼 수 있는 지역의 시장인지라 역시 기념품 종류를 파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진 않았다. 이유야 뻔하지 뭘.... 후덜덜한 일본의 물가~!!



다시 도쿄 국제 공항, 캐나다를 거쳐 쿠바로 간다~

   15시 10분쯤 다시 모두 만나 지하철을 타고 하네다 공항으로 되돌아왔다. 공항에 도착하니 16시가 조금 넘었고 다시 티켓팅을 하고 비행기 탑승을 기다렸다. 반전님과 유쾌님이 사오신 맛난 떡(?)과 화과자로 첫날부터 무지하게 걷는 바람에 엄청 떨어질 뻔한 당을 보충했다. 총무님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의 색감이 이상하다며 투덜투덜.... 도사님은 쿠바 일정과 계획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직진님도 역시 지도와 자료를 들여다보며 연구... 이제 진짜 여행을 앞두고 각자 나름의 준비를 하며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캐나다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다시 찾은 하네다 공항. 이미 하루가 다 지나 어둠이 내려 앉았다.

  명확히 보이지 않는 우리의 여행길을 암시하듯 금세 공항의 주변은 어둠에 휩싸였고, 반나절의 투어였지만 너무도 많이 걸은 탓에 피곤함도 무겁게 내려 않았다. 그래도 덤으로 얻은 도쿄에서의 반나절은 여행의 시작점에서 좋은 기운을 우리에게 주기에 충분했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 순발력있게 대응하면서 함께 준비하고 함께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적당한 수준에서 포기할 수 있었던 용기가 여행의 만족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포기할 줄 아는 용기, 그것은 의외로 중요한 덕목이다. 설렘을 행복감으로 바꿔주기에 충분한 하루였다. 자유여행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커졌다.


   이제 남은 것은 쿠바로 가는 긴 여정이다. 탑승 안내를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이전 01화 [쿠바 #1] 설렘과 두려움의 공존(여행을 준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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