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를? 그것도 패키지가 아니라 자유여행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인들과 함께 떠나기로 한 여행,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 2015년 7월 쿠바가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쿠바가 드디어 열렸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앞서 덜컥 "쿠바로 가자. 쿠바다!"라고 결정을 해버렸다. 그리고나서 여행사와 컨택을 했는데 2015년 하반기인 그때만 해도 그 어느 여행사에서도 쿠바 여행 패키지 상품은 없었던 것이다.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7명이서 국제 미아가 되는 걸 각오하고 쿠바로 갈 것인가, 아니면 예전처럼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서 다른 곳으로 갈 것인가.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간 여행 경험이 있으니 한번 도전해보기로 한 것이다. 우리에겐 생소한 미지의 세계, 쿠바에 대한 설렘이 마구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첫 자유여행이라는 두려움도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까짓것 한번 준비해보자!
본격적으로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여행사에 의뢰하여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받은 것은 오가는 항공편과 현지 숙소 예약, 아바나 공항에서 호텔까지 픽업 서비스를 하는 가이드 한 명 섭외가 전부였다. 국내 최대의 여행사지만 그래도 딱 거기까지 뿐이었다. 그리고 2016년 1월 22일 출발일자 확정! 그 외에 현지에서의 이동과 먹는 곳, 여행지 등을 모두 알아서 해야만 했다. 우선 서점에서 쿠바 여행에 관련된 책자를 찾기 시작했다. 쿠바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딱 한 권밖에 없었고, 쿠바를 포함한 남미 전체를 포괄하는 책 한 권, 이렇게 딱 두 권이 있었다. 두 권의 여행 책자와 드문드문(사실 거의 없었다.) 보이는 블로그 글들을 참고하면서 7명의 멤버가 각각 역할을 나눴다. 환전(US달러를 현지에서 쿠바 화폐로 환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캐나다 달러로 환전했다. 지금은 US달러도 가능하다고 한다)부터 시작해서 언어(물론 스페인어다.) 공부, 여행지 정보, 동선, 준비물, 사진 등등. 특별한 준비가 하나 더 있었다. 오랜 기간의 봉쇄 탓에 물자가 많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에 혹시 만날 아이들을 위해 노트, 수첩 등을 챙기기로 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길거리나 학교 앞에서 홍보물로 나눠주지만 바로 쉽사리 버려지는 운명을 맞는 것들을 여행 출발 직전까지 모아두기로 했다. 쿠바에서는 소중하게 쓰이리라는 소망을 담고.
설렘과 두려움의 공존
마음 속에서 설렘과 두려움이 끊임없이 서로 충돌하는 상태로 출발 날짜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쿠바까지 가는 비행기 안에서 볼 쿠바 관련 영화나 다큐 등 소소한 것까지 챙겨가며 신나게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걱정을 했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인데 괜찮겠냐는 얘기가 제일 많았다. " 그럼 중국은?", " 러시아 여행도 잘만 가던데 뭘~"이라고 호기롭게 대응했지만 사실 가본 사람이 거의 없는 곳으로 선구자처럼 여행을 간다는 것, 더구나 가이드도 없이, 스페인어를 잘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이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을 간다는 것은 모험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런 모험을 함께할 든든한 멤버들이 있어 믿고 즐겨보리라 마음먹었다.
2016년 1월 22일
드디어 출발이다. 나 막내부터 직진님, 대박님, 도사님, 총무님, 반전님, 유쾌님 이렇게 7인의 쿠바 여행 도전의 시작이다.
이 글에 쓰인 쿠바어 표기는 현지에서 사용하는 스페인어의 발음 기준을 따라 한글로 적었습니다. 현지에서 우리가 현지인들과 대화하며 사용한 발음을 그대로 썼기 때문에 외래어표기법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