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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바람 Dec 04. 2024

설해목


올해 내린 첫눈은 아찔했습니다. 

무거운 습설 탓에 많은 피해도 있었지요.

어릴 적 기억에도 이런 눈이 내린 날에는 

산에서 숲에서 나뭇가지 찢기며 부러지는 소리가 메아리치며 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포근히 내려 참으로 아름다운 함박눈이 나무를 부러뜨린다니……


법정스님은 일찍이 설해목(雪害木)이란 글을 남겼습니다.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 않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꿋꿋하게 고집스럽기만 하던 그 소나무들이 
눈이 내려 덮이면 꺾이게 됩니다.  

  



매서운 겨울바람에 흩날리는 한낱 눈송이였지만

그것들이 소복소복 쌓이면 나무가 꺾일 정도의 무게감을 갖는 것이지요.

자비가 쌓여 흉약무도한 살인귀 앙굴리말라를 귀의시킬 수 있었다고 법정 스님은 말했습니다.


그들이 어찌하든 우리는 자비로워야 합니다. 

그들이 어찌하든 우리는 품격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거친 돌을 둥글고 예쁜 조약돌로 만드는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이라는 스님의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는 오늘입니다.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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