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고 싶은 공예품 시장
2020년 2월 5일 아침 날이 밝았다. 어제 빅토리아 폭포와 사파리 투어를 오가며 숙소 주변으로 펼쳐져 있던 공예품 시장들을 눈여겨본 사람이 있었다. 늘 새벽부터 움직이는 부지런한 직진님이다. 이미 직진님은 어제 주변에 있는 매장과 시장들을 살펴보았고 이날도 아침 일찍부터 숙소 앞 공예품 시장을 다녀왔다고 했다. 남아공에서와 달리 이곳에서는 돌을 깎아 만든 공예품들이 많고 그 수준도 굉장히 높다고 알려주었다.
숙소 앞에 있는 공예품 매장. 이런 매장 여러 개가 골목을 따라 펼쳐져 있다. 아침을 대략 챙겨 먹고 바로 숙소 앞으로 나갔다. 앞서 보았던 엘리펀트 워크 쇼핑까지 갈 것도 없이 숙소 정문을 나서자마자 여러 매장들이 시장처럼 줄지어 서있는 것이 보였다. 심지어 어떤 곳은 마치 조각공원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만큼 크고 멋진 공예품들을 잔디밭 위에 전시해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혹하는 것들이 있었지만 너무 큰 것들은 도저히 한국까지 챙겨가기가 어려울 듯하여 포기했다. 직진님 뿐만 아니라 다른 일행들도 언제가 여기로 다시 와서 이걸 사다가 한국에서 팔면 큰 사업이 될 수도 있다고 농을 쳤다. 그런데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그럴만한 작품들, 즉 수준 높은 작품들이 꽤 있었다. 정말 다시 가고 싶을 정도였다.
그중 몇몇 곳을 일행들과 함께 둘러보기 시작했다. 매장 입구로 들어서면 꽤 넓은 면적의 공간에 수많은 공예품들이 도열해 있었다. 돌공예품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로 만든 것도 많았고, 그림과 천공예, 자석 등등 기념품이 될 만한 것들도 참 많았다.
공예품 매장의 내부. 크기와 소재가 다른 많은 공예품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매장 주인인지 아니면 직접 이 공예품들을 만드는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직원이 나와 우리를 맞았고 적극적으로 설명을 하면서 우리에게 흥정을 걸어왔다. 예술과 거리가 먼 우리들이 보아도 한국에서 이만한 수준의 작품을 구입하려 했을 때의 가격보다는 훨씬 저렴했다. 예술적 감성이 넘치는 반전님도 감탄할 수준이었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공예품을 설명하는 직원돌이 갖고 있는 색을 정말 잘 활용하여 조각을 한 것은 물론 매끄러운 부분과 거친 부분을 잘 활용하여 작품을 만들었고 도색 또한 훌륭했다. 나무로 만든 것들도 윤기 나는 칠을 통해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갖도록 만들어 놓았다. 수공예를 통해 이런 수준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여기엔 정말 예술가들이 길거리에 넘쳐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국 우리 일행들 중에 몇몇은 지갑을 열어 공예품들을 구입했다. 아마도 각자의 집 장식장에 예쁘게 전시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직진님이 나에게 선물해준 기린 커플도 우리 집 거실에 남아공 기린과 함께 예쁘게 서 있다.
돌을 깎아 이런 수준의 공예품을 만든다는 것이 놀라웠다.
육로로 국경을 넘다
쇼핑을 마친 우리는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이날은 이동일이었다. 우리 숙소가 있는 짐바브웨에서 육로를 통해 잠비아로 넘어가 잠비아 리빙스톤 공항으로 간 후, 거기서 잠비아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수도인 루사카로 이동하고, 그 뒤에는 에티오피아항공 비행기를 타고 에티오피아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로 가야 하는, 하루 종일 이동해야 하는 날이었다. 아프리카 남부 몇 나라를 여행하고 그냥 오기가 아쉬워서 간 김에 에티오피아를 꼭 들러서 오자는 의견에 따라 이런 일정을 짠 것이었다.(이러니 패키지 프로그램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어제 호텔을 통해 미리 예약해둔 택시가 정문 주차장에 도착해 있었다. 사실 이 숙소에서 잠비아 리빙스톤 공항까지 가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었는데 어느 것 하나 딱 맘에 드는 것이 없어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고민하고 이것저것 알아봤었는데 숙소 데스크에 문의를 했더니 한 방에 해결이 되었다. 한 번의 예약을 통해 짐바브웨에서의 택시와 잠비아에서의 택시가 연결되는 것이었다. 물론 한국에서 사전에 알아볼 때에도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영 믿음직스럽지 못해 예약을 하지 않았었는데 숙소 데스크를 통해 쉽게 해결한 것이었다.
우리를 기다리던 택시(왼쪽의 승용차와 오른쪽의 승합차, 이렇게 2대를 이용했다) 짐을 모두 챙겨 승용차와 승합차로 구성된 2대의 택시에 나눠 싣고 빅토리아폴스 지역과는 굿바이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날 폭포를 감상하며 그 코스의 마지막에 만났던 다리 위를 건너기 시작했다. 드디어 국경을 넘는 것이다. 짐바브웨와 잠비아를 잇는 그 다리 위로 택시가 진입을 했다. 왼쪽으로는 빅토리아 폭포가 여전히 엄청난 물보라를 뿜으며 장엄한 폭포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다리 위는 한쪽은 철로이고 한쪽은 도로인데 도로에서는 양쪽에서 통제하며 일방통행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잠비아와 짐바브웨를 연결하는 다리를 건너고 있다. 도로를 건너자마자 TV에서나 자주 보던 국경지역의 풍경이 펼쳐졌다. 거대한 트레일러 차량들이 줄지어 서서 대기하고 있고 작은 짐들을 잔뜩 짊어진 보따리 상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를 간간이 오가는 차량들(우리 택시도 그중 일부였을 것이다)이 보였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만 살고 있다면 육로로 국경을 넘는 경험은 해볼 일이 없다. 가끔씩 북한 뉴스를 보면 강을 사이로 중국과 맞대고 있는 국경 지역에서 짐과 사람이 오가는 화면을 볼 수 있었는데 딱 그와 비슷한 풍경이 이곳에서도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TV에서 보는 것처럼 군인이나 경찰들에 의한 삼엄한 경계는 없었다.
다리 건너편의 모습. 트레일러들 사이로 짐을 잔뜩 싣고 가는 자전거와 사람들이 꽤 보인다. 다리를 지나자 금세 국경검문소가 나타났다. 층고가 높은 단층짜리 건물인데 우리로 치면 시골 간이역보다 조금 큰 수준 정도의 건물이었다. 이곳은 지나는 차와 사람들은 모두 이곳을 거쳐가야 했다. 입구로 들어서서 줄을 서고 직원을 만나 여권과 비자(이미 짐바브웨로 들어올 때 유니 비자인 KAZA비자를 받아두었다)를 내밀었더니 무심한 직원이 별 얘기도 없이 여권에 도장을 쾅 찍고 통과시켜 주었다. 생각보다 별것도 아닌 일이었다. 사실 국경을 넘는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으로 봤을 때 공항이나 항구를 통해 엄격한 출입국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진짜 허무할 정도로 별 일이 아니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느꼈던 가벼운 긴장이 허망해질 지경이었다. 개인적으로 처음 경험하는 육로 국경 통과였는데 원래 이런 건가 싶기도 했다. 우리는 정말 섬나라 아닌 섬나라에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언제쯤이면 우리도 대륙에 붙어있음을 실감할 수 있게 육로로 국경을 넘으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국경검문소의 입구(왼쪽), 검문소 내부(오른쪽) 잠비아 입국 심사를 다 마치고 나왔더니 그 사이 우리가 타고 왔던 택시 말고 Taxi 표시가 없는 차량 두 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리빙스톤 공항까지 우리를 태워다 줄 택시(?)였다. 역시 승용차와 승합차 각 한 때씩으로 이루어진 구성이었다. 당연히 운전기사도 바뀌어 있었다. 우리는 짐을 모두 옮겨 싣고 짐바브웨 택시와는 작별 인사를 하고 잠비아 택시를 탔다. 잠깐이지만 새로이 만나는 나라의 모습을 앵글에 담느라 분주한 우리를 보며 택시 기사는 "너희들의 카메라가 무척 좋아보인다.", "휴대폰 영상도 훌륭한데~?"라며 유쾌하게 우리와 대화를 이어갔다. 생각해보니 지금껏 아프리카에서 만난 그 어느 택시기사도 조용히 묵묵히 운전만 하는 기사는 없었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유쾌하고 흥이 넘치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국경검문소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잠비아 쪽의 택시
간이역 느낌의 작은 공항, 리빙스톤 공항. 그리고 반전~!!
기사는 공항까지 가면서 가끔씩은 리빙스톤의 주요 건물들을 소개해주기도 하면서 즐겁고 소소한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렇게 한 20여분을 달려 리빙스톤 공항에 도착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이드 역할을 충실히 해준 기사가 고마워 공항에 도착한 후에 그와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이래 놓고 이름이 기억 안나는 건...ㅠㅠ) 그가 내려준 리빙스톤 공항 터미널은 그야말로 아담했다. 잠비아의 수도도 아니고 빅토리아 폭포 때문에 번성한 곳이므로 그 정도의 관광객만 실어 나를 수 있으면 되기 때문에 그리 클 필요도 없었다. 그래도 공항치고는 너무 작은 느낌이 들긴 했다. 마치 기차가 듬성듬성 서는 간이역과 같은 느낌의 공항이랄까.
리빙스톤 공항 터미널 입구(왼쪽), 유쾌한 택시 기사와의 한 컷(오른쪽) 짐을 모두 챙기고 기사와는 굿바이 인사를 나눈 후에 공항 내부로 들어갔다. 내부 역시 아담하고 소탈했다. 외부도 그랬지만 건물 내부도 지어진 지 꽤 된 듯한 느낌이었다. 우선 탑승수속을 하기로 했다. 리빙스톤에서 잠비아의 수도인 루사카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였다. 데스크로 다가가 e-티켓을 보여주면서 탑승수속을 해달라고 했더니 무언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리의 여권과 e-티켓을 대조하고 또 전산과 대조를 한참 하더니 탑승권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찌직찌직하는 도트 프린터도 아니고 직원이 볼펜을 들고 정겹게 한 글자 한 글자 적기 시작했다. 참 오랜만에 만나는 풍경이었다. 전산 시스템의 문제가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하여튼 항공권 양식에다가 손글씨로 적는 비행기 탑승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탑승수속을 진행하는 우리 일행들. 참 소박한 공항이다.
손글씨로 적어준 탑승권!! 참 오랜만에 만난 정겨운 풍경이다. 그렇게 수하물도 맡기고 탑승수속을 모두 마치고 나서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빅토리아폴스 지역 숙소에서 이곳 리빙스톤 공항까지 교통편도 마땅치 않고 국경도 통과하고 해야 해서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해서 일찍 움직였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것이다. 몇몇 일행들과 함께 정겨운 공항 청사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 반전이었다. 우리가 들어갔던 공항 청사에서 100m 남짓 떨어진 곳에 번드르르한 건물이 하나 더 있었다. 그리고 이 건물이 무엇인지 안내하는 표지판. 거기에는 "INTERNATIONAL TERMINAL 2"라고 선명히 적혀 있었다. 간이역스러운 공항청사와는 전혀 딴판으로 생긴 초현대식 건물이었다. 옛날 역 옆에 새로 지은 KTX역 같은 느낌!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지어진 리빙스톤 공항의 국제선 터미널 나와 선비님은 홀린 듯 그 건물을 향해 걸어갔고 서슴없이 내부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우리를 반긴 것은 로비 중앙에 있는 아기 코끼리 동상이었다. 조각상에 대한 아무런 안내나 설명도 없어서 마치 진짜 아기 코끼리 한 마리가 공항 로비를 가로질러 걸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제 실물 코끼리도 봤던 터라 우리는 공항 안의 그 코끼리와 교감하며 사진을 찍었다.
새 국제선 청사 내부에 있는 아기 코끼리와 교감 중인 선비님 안내 데스크 뒤쪽으로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고 우리는 자연스레 그곳으로 올라갔다. 거기서 내려다보는 공항청사 내부는 정겨움보다는 깔끔하고 모던함 그 자체였다. 반짝반짝 빛나는 바닥과 탁 트인 유리창으로 쏟아지는 밝은 햇빛이 아직은 새것 티를 맘껏 내고 있는 스테인리스 난간에 반사되며 빛나고 있었다. 2층에는 식당도 있었다. 이거다 싶어 나머지 일행들을 모두 국제선 청사로 불러 모았다.
아무래도 이곳 리빙스톤 공항으로 오면서 기사와 대화하던 중 우리의 목적지가 어디냐고 물었을 때 루사카라고 대답했더니 그 친절하고 유쾌한 기사가 '그렇다면 국내선이겠군.'이라고 생각해서 우리를 국내선 청사에 내려 준 것 같았다. 배려심과 친절함이 넘쳐나는 기사님~^^
국제선 청사 2층에서 바라본 청사 로비의 모습 신청사 2층에 모인 우리는 이곳 식당에서 피자 등을 시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음료와 음식을 주문해두고 창밖으로 보이는 활주로와 그곳을 가끔 오가는 비행기들을 보며, 우리가 탈 비행기가 어떤 것일까 궁금해하며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다 누군가 오늘 아침에 산 목각인형 동물들을 꺼내놓았다. 테이블 위에 갑자기 사파리가 펼쳐졌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직진님이 쿠바 여행 때 가져왔던 빨간 별이 박힌 군모를 쓰고 셀카를 찍기도 했다. 이제 식당에서 주문 후에는 꽤 기다려야 한다는 걸 우리는 익히 알고 있었고 그 기다림의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식당 테이블 위에 나타난 코뿔소와 물소들 조금은 이른 점심까지 알차게 챙겨 먹고 신청사를 떠나 정겨운 국내선 청사로 되돌아왔다. 11시 50분 탑승 시간이 되자 우리는 수기로 작성된 티켓을 들고 게이트를 통과했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청사 바로 앞 계류장에 얌전하게 서 있었다. 비가 흩뿌리는 날씨에 직원들이 펼쳐주는 우산을 받쳐 쓰고 비행기를 향해 걸어갔다. 잠비아 수도인 루사카까지 우리를 태우고 갈 비행기는 PO705편 프로펠러 비행기였다. 이 또한 우리 일행들에게는 생소한 경험이었다. 당연히 총무님은 또 "이거 제대로 뜨기는 하는 거야?"라며 불안해하며 투덜거렸다. 우리나라에 저가 항공이 처음 등장할 때 이런 프로펠러 비행기가 있었다. 제주가 고향인 나는 몇 번 탔었다. 하지만 그 진동과 소음에 그 이후로는 제트엔진을 단 비행기를 골라 타긴 했었다. 하여튼 비행기는 그만큼 작았다. 중앙 통로 좌우로 2개씩 한 줄에 4명씩 앉은 매우 작은 비행기였다.
루사카를 거쳐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로~
비행기는 작아도 프로펠러를 달고 나는 비행기라 엔진이 멈춰도 활강이 가능해서 오히려 안전하다고 총무님을 안심시키는 동안 비행기는 활주로를 이륙했다. 먹구름이 낮게 깔려 비까지 흩뿌리는 리빙스톤을 하늘을 향해 비행기는 힘차게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이내 고도를 높여 그 먹구름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섰다. 하이얀 구름들이 나타났고 하늘 색도 원래의 푸른색을 되찾았다. 까만 프로펠러가 힘차게 돌아가고 그 너머로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또 다른 매력이었다.
높이 날아올라 하늘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매력이 있었다.(타임랩스 영상)
한 시간여를 날아 우리의 쁘띠 비행기는 루사카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이제부터는 '직접 환승'을 해야 할 순간이었다. 보통의 환승은 비행기 연결편을 따라 항공사에서(혹은 공항에서) 알아서 우리의 짐을 옮겨 주고 비행기표도 최초 출발할 때 받아 두어서 갈아 탈 비행기가 있는 곳으로 가서 그냥 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직접 환승은 기존 비행기에서 내려 우리가 직접 수하물 벨트에서 짐을 다 찾고 그걸 들고 다시 갈아 탈 비행기의 항공사 카운터를 찾아가 새로이 탑승 수속을 하고 짐도 부쳐야 하는 시스템이다. 사전에 계획할 때 이 부분 때문에 직접 환승을 어찌할꼬 하며 고민했었으나 일반 환승이 되는 항공편이 없어 부득이하게 이렇게 하기로 했다. 모두들 긴장하고 자신들의 짐을 다 찾아 에티오피아 항공사 카운터로 잘 찾아갔다.
루사카에서 아디스아바바로 가는 에티오피아 항공 ET873편의 항공권 생각보다 직접 환승은 어렵지 않았다. 계획할 때부터 환승 시간을 넉넉하게 해 둔 터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환승 절차를 진행했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아무래도 아프리카 최대의 항공사인 만큼 일처리도 깔끔했다. 그리고 항공권도 모두 인쇄되어 나왔다.(손글씨가 아니었다. 뭔가 아쉽기도 했다) 1시 30분에 루사카 공항에 도착해 환승 준비를 모두 다 마치고 나니 시간이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비행기 탑승까지 약 한 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일부는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루사카 공항의 면세점을 둘러봤고 일부는 공항 청사 이곳저곳을 구경하러 돌아다녔다.
루사카 공항의 내부 대합실 풍경. 면세점도 대합실도 그리 넓지는 않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디선가 익숙한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종종 들었던 리듬이었다. 경쾌한 북소리, 빠른 템포에 반복되는 멜로디의 떼창이 공항 건물 밖 어디선가 들려왔다. 어디인지 찾아보았더니 공항 청사 바로 앞 도로의 건너편에 있는 주차장 한 옆 잔디밭이었다. 절반 정도는 축구 유니폼 상의를 입은 20여 명의 청년들이 북소리에 맞춰 리듬을 타고 있는 것이었다. 언제든 어디서든 흥이 오르면 그렇게 흥을 발산하는 것이 아프리카의 국룰일까 싶었다. 그들의 음악이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해주었다.
그러던 차에 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탑승 안내 방송이 나왔다. 내릴 때 그랬던 것처럼 에티오피아로 가는 큰 비행기를 탈 때에도 걸어서 비행기까지 이동했다. 세 시부터 느긋하게 시작된 탑승이 마무리되자 비행기는 3시 45분 정시에 활주로로 이동했고 5시간이 조금 넘는 비행을 시작했다. 우리는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했다. 여행지를 돌아다니며 하루 종일 걸었을 때 느껴지는 피로와는 다른 것이었다. 여행은 역시 보고 듣고 즐겨야 하는 것인데 그런 것이 빠진 채 온종일 이동만 하다 보니 생기는 피로였다.
이번에는 제트엔진을 단 큰 비행기였다. 그러나 비행기까지는 탑승교도, 버스도 없이 그냥 걸어서 갔다. 낮시간의 비행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을 먹고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다른 일행들도 대체로 그런 모양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잠을 깨 작은 비행기 창의 커튼을 올려 밖을 내다보았는데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착륙 안내 방송이 나왔고 에티오피아의 야경이 점점 가까워졌다.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의 야경은 여느 대도시의 야경과 다르지 않았다. 큰 도로와 번화가를 중심으로 화려한 불빛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넓게 퍼진 작은 불빛들마다 가족들의 저녁 식사 풍경이 담겨 있겠다 싶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아디스아바바의 저녁 불빛들 9시가 조금 안 된 시간. 비행기는 아디스아바바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아프리카 최대의 거점 공항임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줄지어 서있는 많은 비행기들과 그 비행기들을 비추는 계류장의 불빛들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한국에서 출발 전에 사전에 받아둔 비자 덕분에 입국 심사는 빠르게 통과했다. 나미비아 입국 때의 고생이 트라우마처럼 남아서 입국심사 때마다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넘어갔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공항에서 호텔까지 어떻게 이동할까 고민이 있었는데(사실 호텔 위치는 공항 입구를 빠져나가면 바로였다.)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주요 호텔에서 공항까지 왕복하는 셔틀버스가 있었다. 안내데스크에서 셔틀버스의 위치를 물어 찾아갔다. 공항 주차장 끝부분에 셔틀버스들이 손님을 태우는 곳이 따로 있었다. 그곳에 도착해 직원에서 호텔 이름을 얘기했더니 직원이 호텔 쪽으로 전화를 하는 것 같았고 10여 분 만에 미니버스가 도착했다.
아디스아바바 공항의 야경. 규모가 상당히 큰 공항이다. 셔틀버스에 짐을 모두 싣고 출발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호텔에 바로 도착했다. 이번 숙소는 여행을 준비하며 마지막 여행지이니만큼 플렉스를 한 번 해보자며 5성급의 최고급 호텔로 예약을 해두었었다. 그에 맞게 호텔은 로비에서부터 고급스러움과 품격을 맘껏 뽐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체크인을 하고 2인 1실로 각각 방배정을 받아 각자의 방으로 짐을 옮겼다. 어느덧 시간은 밤 10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짐바브웨에서 움직이기 시작해 잠비아의 리빙스톤과 루사카를 거쳐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까지 온종일 비행기와 차를 타며 이동을 한 하루였다. 여느 때보다 피곤함이 많이 몰려왔고 내일부터 이어질 이곳 아디스아바바의 일정을 위해 얼른 휴식을 하기로 했다.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은 도시, 아디스아바바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이날의 긴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5성급 호텔다운 면모를 보이는 Ethiopian Skylight Hotel의 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