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히 꼬여버린 아디스아바바 일정
호텔에서 마냥 기다리던 일행들도 하나둘씩 티켓 오피스로 와서 상황을 살펴보고 했지만 결국 아무런 대안도 얻지 못하고 사무실 밖으로 나와 '어떡하지...' 하며 허탈해했다. 총무님이 아침부터 아예 공항을 가보자고 했지만 항공사 사무실에서도 해결이 될 거라며 이곳으로 왔는데 아무런 답도 얻지 못했다. 도로 옆에 심어져 있는 꽃만 그저 활짝 피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있어봐야 아무 것도 되는 것이 없으니 일단 내일 밤 11시 55분에 예정되어 있던 원래 비행기 출발 시간에 맞춰 공항에 가서 다시 부딪쳐 보자'고 마음을 다잡고 오후 일정이라도 소화하기로 일행들과 새롭게 마음을 먹었다.
우선 호텔로 돌아와 일행 전체에게 소식을 전하고 내일 밤 공항에서 다시 부딪쳐보자고 얘기를 했다. 하다하다 안되면 인천으로 가는 직항편도 있으니 그 비행기를 새롭게 예약해서 가면 된다며 남은 시간동안 에티오피아를 즐겨보자고 했다. 마음 한 편으로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남은 하루 반의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행들도 비슷한 마음이었는지 으쌰으쌰 힘을 내보자고 했다.
이럴 때는 맛있는 걸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는 얘기가 툭 튀어 나왔다. 그리곤 검색을 통해 한국 식당을 찾아냈다. "그래, 한식 먹으면서 기분 풀자~!" 순식간에 일행들의 동의가 이어졌고 한국 식당을 찾아 나섰다. 숙소에서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여서 걷기로 했다.
점심을 다 마치고 나오는데 사장님은 마당까지 나와 우리를 숙소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 너무 고마운 일이지만 올 때도 아무 문제 없이 걸어왔으니 괜찮다며 사양했다. 그리고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동네를 구경하기로 했다. 걷다 보니 공항대로(?) 주변으로는 꽤 큰 건물들이 많다는 사실이 뒤늦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식당으로 갈 때는 마음도 불안하고 초행길이고 해서 그랬는지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 중 꽤 크고 멋드러진 건물 저층부에 여러 상가들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대형 슈퍼마켓이 눈에 들어 왔다. 커피의 나라 에티오피아의 커피, 그중에서도 사전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모예 커피(Moyee Coffee)가 혹시 있나 살펴 보고, 이런저런 먹을거리 장도 볼 겸 들어가 보기로 했다.
일행들은 너나 없이 대도로 옆으로 난 내리막의 작은 길로 들어섰다. 슈퍼마켓의 입구는 그곳에 있었다. 대도로에서 보면 지하층이고 입구에서 보면 1층인 구조이다. 그런데 슈퍼 맞은 편에 있던 꽤 젊은 청년들이 우리를 보며 이런저런 말을 계속 걸어왔다. 오토바이에 기대 서서 담배를 피며 저희들끼리 낄낄 대며 웃던 녀석들이 우리를 보자 괜히 친한 척 말을 걸어 오는 것이었다. 언제 봤다고 친한 척은~! 그냥 무시하고 들어갔다. 소매치기를 조심하면서~
슈퍼마켓의 규모는 우리나라 도시의 주택가에 있는 큰 규모의 슈퍼마켓 정도 했다. 각종 먹을거리는 물론 생활용품 등 웬만한 것들을 갖추고 있었다.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커피 코너를 찾았다. 역시~!! 커피 코너는 기대에 부응해 주었다. 판매대의 한 쪽 라인이 모두 커피였다. 당연히 모두 원두 커피였고 커피 원두의 종류는 물론 원두 갈기의 정도도 달리 해서 판매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모예 커피를 찾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오히려 그 유명하다는 토모카 커피가 눈에 띄게 전시되어 있고 양도 많았다. 모예 커피는 한 쪽 구석에 양도 조금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있는 것이라도 사야 했다. 우리 일행이 열 명이다 보니 슈퍼마켓이 있는 모예 커피를 모두 싹쓸이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래도 양이 모자랐다. 에티오피아를 다녀왔다고 하면 귀국 후에 현지에서 산 괜찮은 커피 원두 만한 선물이 어디 있을까? 고국(ㅋㅋ)에 있는 이 사람 저 사람 떠올리다 보니 사려고 하는 양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부족한 것은 내일 모예 커피 로스팅 공장을 갈 예정이니까 거기서 더 사면 되겠다 싶어 부족한 대로 만족하기로 했다. 모예 커피 500g 한 봉지는 우리 돈으로 약 5,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같은 커피가 공항 면세점에서는 거의 3만원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면세점에서 정말 많이 놀랐었다!)
커피 말고도 밤에 함께 마실 맥주와 안주, 그리고 주전부리할 것 등을 슈퍼에서 구입했다. 아무래도 대도시다 보니 카드 결제가 되었고 스스럼없이 이것저것 살 수 있었다. 먼저 물건을 사고 입구로 되돌아 나온 우리에게 아까 그 청년들이 다시 뭐라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청년들의 숫자는 들어오기 전보다 약간 늘었고 여전히 오토바이와 난간 등에 기대서 담배를 피우며 상당히 불량한 모습으로 친절한 척 말을 걸었다. 간단히만 응답해주고 쌩하고 뒤돌아섰다. 그리고 일행이 모두 나오자 열 명이 똘똘 뭉쳐(?) 그들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에티오피아 카페의 커피 맛은?
그렇게 걷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꽤 많아 보이는 카페를 하나 발견했다. 밥을 맛나게 먹었으니 에티오피아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하자며 그곳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꼬인 일정은 이제 잘 모르겠고 오늘은 그냥 동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맛난 것 먹으면서 기분을 풀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무엇을 주문해야 하나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본 고장이 아닌가? 무엇을 주문해도 맛이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사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이날 토모카 카페(Tomoca Cafe)를 갈 예정이었다. 커피의 나라 에티오피아를 찾은 관광객들이 꽤나 많이 들러 커피를 마신다는 그곳. 그러나 우리는 이미 코로나19의 여파로 토모카 카페를 포기했다. 대신 이곳에서 그 토모카에서 많이 시켜본다는 메뉴를 주문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카라멜 마키아토와 미니 케익, 아이스크림 등을 주문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생긴 갑작스런 비행편 변경 탓에 원래 계획했던 일정은 모두 취소했고 호텔 근처에서 아디스아바바 동네 구경하며 맛있는 거 먹으며 기분 전환을 한 우리는 오후 5시 반쯤 호텔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낮에 나갈 때와는 다른 호텔의 풍경이 우리를 맞이했다. 출입구에 있는 금속 탐지 시설을 포함한 검문 시설은 어제부터 있기는 했지만(어제 체크인하러 처음 왔을 때부터 짐을 모두 X레이 검색대에 올려 통과시켜야 했다.), 이때부터는 마치 공항처럼 짐은 물론이고 사람까지 한 사람 한 사람 일일이 검색을 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경비가 더 삼엄해진 것이었다. 게다가 오늘 밤에 같이 마시려고 샀던 맥주는 아예 통과도 되지 않았다. 그럼 이걸 어쩌냐고 그랬더니 건물 안으로 반입하면 안되고 밖에서는 먹을 수 있으니 자기네들에게 맡겨놓으란다. 아무리 치안이 불안하다고 호텔을 들어가는데 속이 뻔히 보이는 맥주까지 반입을 금지하는 것은 조금 심하다 싶었다.(알고 보니 이유가 있기는 했다. 이 다음날 그 의문이 풀렸다.)
그렇게 일단 통과를 하고 저녁 식사까지는 각자 방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날이라 몸보다 마음이 더 피곤했던 날이었다. 7시쯤 되어 숙소 근처에 있는 큰 식당을 알아보고 저녁을 해결하러 가기로 했다. Ethiopian Cultural Ambassador라는 이름을 가진 곳으로 에티오피아의 전통 공연을 즐기면서 이곳의 전통 음식까지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마침 호텔에서 거리도 멀지 않아 약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될 곳에 있었다.
시간이 되자 일행들은 간단한 복장으로 식당을 향해 나섰다. 걸어가는 길은 거리의 가로등이 밝은 편이 아니었고 적당한 사람들의 무리가 있어 많이 혼잡하지도 않았다. 다소 어두운 거리라 열 명의 일행들은 두서넛씩 무리를 지어 담소를 나누며 길을 걸었다. 호텔의 담벼락을 따라 걷다가 공항으로 이어지는 대로의 횡단보도를 건너 다시 작은 길로 접어들었다. 대로를 지나다보니 또 몇몇 현지의 청년들이 맨 뒤쪽에서 걷던 우리 일행 몇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여러번 들었던 뻔한 말, "너네 중국인이야?"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친절한 척 대화를 시작했다. "아니다. 우리는 South Korea에서 왔다."며 대충 귀찮은 듯 대답을 하고 지나치려는데 자꾸 녀석들이 치근덕댔다. 녀석들을 뿌리치고 한 1분쯤 더 걸었을 때였다.
"엇, 잠깐만!" 반전님이 멈칫 했다. "왜요?"라는 우리의 질문에 대답은 잊은 채 온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나... 휴대폰이 없어." 순간 불안한 기운이 엄습했다. "휴대폰을 갖고 나온 것 같은데 없네..." 반전님은 옷의 모든 주머니를 탈탈 털어가며 찾았지만 휴대폰은 나오지 않았다. 앞서 걷던 일행들을 붙잡아 세우고 찬찬히 찾아보아도 없었다. "혹시 호텔에 두고 왔을 수도 있어."라는 반전님의 말에 다시 호텔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 그 와중에도 반전님은 나머지 일행들은 먼저 식당에 가 있으라고 하고 맨 마지막으로 걷던 우리 셋만 함께 호텔로 돌아갔다. 반전님은 방으로 들어가 휴대폰을 찾았지만 역시나 없었다. 혹시 식당으로 출발하기 전에 로비에 모여 앉아 있었는데 거기에 떨어졌나 하고 찾아봐도 없었고 호텔 직원에게 물어보아도 습득물로 들어온 휴대폰은 없다고 했다. 반전님은 다시 식당으로 가자고 하셨다. 우리가 갔던 길을 천천히 걸으며 길바닥을 자세히 살폈지만 끝내 휴대폰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우려했던 그 소매치기를 당한 듯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대로를 지나 작은 길로 접어들 때 만났던 청년들이 이번에는 보이지 않았다. 추정컨대 녀석들이 친한 척 다가와 말을 걸며 정신을 빼놓은 상태에서 다른 녀석이 반전님의 휴대폰을 소매치기해 간 것으로 보인다. 반전님은 자신 때문에 여행 분위기를 망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밤이 되었으니 소매치기에 대한 일처리는 내일 아침으로 미루고 일단 오늘 저녁은 원래 계획대로 식당에서 보내자고 고집(?)을 부리셨다. 그래서 일단 하는 수 없이 식당으로 향했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외국에서 이런 일을 당하면 참으로 해결하기가 어려워서 마음들이 많이 무거웠다.
빠른 비트와 무거운 마음
식당에 도착해보니 이미 가게 안은 흥겨운 분위기로 가득했다. 좌석마다 사람이 꽉 차서 직원들이 다니기가 불편할 정도로 빽빽했고 무대에서는 전통 공연이 이미 시작되었다. 백여 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 속에서 먼저 도착한 우리 일행을 찾아야 하는데 직원의 도움으로 쉽게 찾았다. 그도 그럴 것이 동양인은 우리 일행 외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일행들에게 소매치기를 당한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무거운 마음으로 표정들이 굳어졌고 사건 처리를 우선 해야하지 않겠냐고 반전님에게 얘기를 했지만 반전님의 의지는 견고했다. 그러지 말라는 것이었다. 알아서 잘 처리할테니 걱정말고 저녁을 즐기라는 것이었다. 다른 이에게 조금의 불편도 끼치고 싶어하지 않는 고운 마음을 가진 분이라 그 마음도 이해는 되지만 참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엄청나게 빠른 템포의 음악 소리에 거의 소리를 지르는 듯한 대화가 듬성듬성 이어지던 그 타이밍에 먼저 온 일행들이 주문해 둔 음식이 나왔다. 맥주, 음료 등과 함께 인제라(Injera)라는 음식이 나왔다. 이것은 넓은 쟁반에 슈퍼 곡물이라고 불리는 고대 곡물, 테프(Teff)의 가루를 따뜻한 물에 반죽해서 2, 3일 정도 실온에서 발효한 뒤 얇게 부쳐낸 것(우리 것으로 비유하자면 아무 토핑도 없이 메밀로만 부쳐낸 전처럼 생겼다)을 깔고 그 위에 말아놓은 테프 전과 ‘와트(wat)’라 통칭해 부르는 매콤한 에티오피아식 카레 소스, 구운 고기인 ‘팁스(tibs)’가 함께 나오는 음식이다. 손으로 인제라를 뜯어 그것으로 와트를 뜨고 팁쓰를 싸서 쌈처럼 먹는 방식이다.(그래서 맨처음에 직원들이 물 주전자를 들고와서 손을 씻게 해준다) 마지막에는 접시처럼 맨 아래 깔려, 각종 소스에 폭 적셔 있던 테프 전까지 다 먹는다. 그래서 인제라를 먹을 때는 그 어떤 식기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음식이 곧 식기이기 때문이다. 맛은 발효를 한 것이기 때문에 신맛이 꽤 강하게 난다. 그리고 식감은 발효를 통해 부풀어서 푹신한 느낌이다. 와트와 팁스는 괜찮았는데 아무래도 내 개인적인 입맛에는 인제라의 신맛이 좀 강한 느낌이었다. 기분이 살짝 우울해서 그랬는지 맛도 그닥 훌륭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전통 공연은 텐션을 엄청나게 끌어올릴 수 있는 음악과 춤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무척 빠른 리듬에 맞춰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움직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빠른 춤동작이 이어졌다. 전통 타악기와 함께 최신 전자악기가 함께 어우러진 음악에 맞춰 춤과 연기가 스토리 파트별로 이어졌다. 현지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 내용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현지인들이 대부분 알고 있는 전통의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는 것 같았다. 충분히 흥이 오를 만큼 경쾌한 음악과 춤과 연기가 이어졌지만 우리 일행들은 맘껏 즐기지를 못했다. 이유야 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특히 공연의 마지막에는 주변에 있던 관객들을 무대로 초대하여 함께 춤을 추며 분위기를 최고조로 만들어가는 연출을 보여줬다. 그동안 여행을 함께 다니면서 이런 흥겨운 무대가 있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무대로 난입(?)하여 시원하게 함께 춤사위를 보여주며 공연의 분위기를 올렸던 분이 바로 반전님이다. 그런데 이날은 도저히 반전님도 그럴 만한 흥이 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휴대폰 소매치기 사건은 반전님의 흥겨움을 남김없이 모두 가져가 버린 셈이었다. 그 사건만 아니었다면 아마도 반전님은 무대에 올라가 공연팀과 함께 즐기며 관객들의 아낌없는 박수를 받고 내려왔을텐데...
무거운 마음에 빠른 비트가 야속하기만 했다.
다사다난했던 하루를 차분하게 마치며...
다시 돌아온 호텔은 에티오피아 최고의 호텔다운 모습을 여전히 뽐내고 있었다. 호텔 앞 정원은 분수를 시원하게 뿜어내며 형형색색의 조명을 바꿔가며 계속해서 새로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에 반해 경비는 어찌된 일인지 점점 더 심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숙소로 복귀한 우리는 간단한 정비를 마치고 로비에 모이기로 했다. 이 호텔 로비에는 에티오피아 전통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물론 시내의 일반 카페나 가게에서 마시는 것보다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지만 안전하고 깨끗한 분위기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커피를 맛보기 위해 다들 모이기로 한 것이다. 커피의 원조인 에티오피아 전통 커피는 이제 에티오피아 현지에서도 쉽게 만나기 어렵다고 했다. 싱싱한 커피콩을 숯불에 로스팅하고 향을 피워 커피를 내리는 고단한 과정을 3번이나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커피는 번화가에 있는 카페에서는 맛을 볼 수가 없다.
숯불에 로스팅하고 커피를 내리다 보면 연기가 하염없이 피어난다. 10인분의 커피를 만들다보니 호텔 로비가 뿌옇게 될 정도로 연기가 많이 생겼다. 초현대식의 좋은 호텔 로비가 숯불 향과 연기로 가득차다니 무언가 안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에티오피아이기에 가능한 조화가 아닐까 싶었다. 커피가 다 만들어지면 작은 화로에 연기와 향이 피어나는 숯불을 담아 커피와 함게 테이블에 올려 준다. 다른 쪽에는 커피와 같이 먹을 수 있는 팝콘도 함께 나왔다. 전통 커피의 맛은 진하고 텁텁했다. 커피를 직접 끓인 게 아닐까 싶었다. 진한 커피 향과 함께 입 안에는 커피 가루가 남은 듯한 텁텁함이 있었다. 하지만 커피의 맛 만큼은 꽤 괜찮았다. 일행들은 숯불 향과 커피 향이 가득한 로비에서 맛난 커피와 함께 차분히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다음 날도 만만치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