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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옥 Mar 20. 2020

산파와 미드와이프

코로나 19 시국에 호주에서 해산간 하기 2.

나의 첫애는 4.2kg 우량아였다. 그즈음 오 산부인과에서 낳은 아이중 두 번째 우량아라고 했다. 게다가 나는 평골반이었다. 자궁크기에 비해 골반이 평평해 아이가 나오기 힘들었고 설상가상 아이는 4.2kg이었으니 아무리 용을 서도 자궁은 2cm 이상 열리지 않았다. 9시간 이상 진통하다 결국  제왕절개 수술로 아이를 낳았다. 아플 것 다 아프고 다시 수술 자국이 아물 때까지 다시 아파야 했다. 

sister는  4.5kg의 딸 동주_안젤리를 자연분만으로 8시간 만에 낳았다. 

아이를 낳기 일주일간 sister의 식욕은 왕성했다. 낮잠과 밤잠도 잘 잤다. 예정일이 다가오면 숨이 차서 밤잠을 설치기 일쑤인데 뒤척이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잘 잤다. 

"낮잠 한 번에 1kg 큰다"며 친정엄마는 내 잠을 쫓느라 애썼다.  계단을 걷게 하고 먹는 것도 줄이게 했다. 30년 전의 기억을 되살려 sisiter의 낮잠과 식욕을 막아보려 했지만 내가 먼저 낮잠에 곯아떨어지기 일쑤였고 오랜만에 차려진 한식에 대한 식탐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미 머리가 아래로 향한 아이가 아래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눈에 띌 정도로 배가 내려오고 터질 듯 빵빵해져 산전 통이 오는 듯했지만 아이는 그런 상태로 일주일을 버티며 뱃속에서 폭풍성장을 했나 보다. 

인도 시댁에서 보낸 양말

아이 낳고 하룻만에 돌아온 sister를 격하게 안아주고 아이를 안아보았다. 아리안족과 몽골족의 조합이 낳은 결과를 실물로 영접하는 순간이다. 

눈코 입이 또렷하고 머리숱은 숲을 이뤘다. 눈썹 선도 또렷하고 쌍꺼풀까지 완벽한 비주얼이다. 게다가 키는 벌써 5등신은 된듯하고 손가락과 발가락이 길쭉길쭉하다. 

아이 낳느라 눈이 쑥 들어간 sisiter는 첫날밤 혼자서 아이 케어하느라 기진맥진해져 있었다. 규정상 보호자가 함께 잘 수 없어 sisiter남편은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왔고 아기와 덜렁 혼자 남은 sister는 아이 젖 물리고 기저귀 갈고, 울면 안아주며 밤새 바빴다고 한다. 아이 낳느라 온몸이 벌어진 산모 혼자 핏덩이 같은 아이를 케어하느라 진땀 꽤나 흘린 sister는 우리나라 산후조리원이 너무나 부럽단다. 

하룻만에 퇴원한 산모는 걸음걸이가 불편하고 출산 때 힘을 쓴 엉덩이 부분이 너무 아프다며 앉았다 일어날 때 고통을 호소한다. 

우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니 초유가 몇 방울 나올 뿐 아이의 허기가 채워질까 싶다. 젖이 뽀얗고 양이 많아 아이가 꿀떡꿀떡 젖을 넘기던 내 경험에 비하면 빈 젖을 빠는 것 같았다. 미드와이프_midwife는 "처음 며칠은 젖이 잘 안 나온다. 그러나 초유는 아이에게 매우 중요하니 꾸준히 먹여라. 며칠 후면 자연스럽게 젖의 양이 많아지고 색도 변한다" 고 설명했다고 한다. 

나에게 병원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던 미드와이프는 우리나라로 치면 임신부터 출산까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돕는 의료전문인으로 우리말로 번역하니 산파, 조산사로 나온다.  

이들은 대학에서 전문과정을 밟고 임신부터 출산까지 전 과정을 돕는다. sisiter도 수시로 문자와 전화로 미드와이프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때마다 미드와이프는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었다. 출산할 때에도 닥터는 한 번만 들여다보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미드와이프들이 출산을 돕는다고 한다. 

퇴원 후 이틀 동안 2명의 미드와이프가 집으로 온다고 한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미드와이프를 만나게 된다. 집에서 맞는 첫날밤 아이는 엄마, 아빠를 한숨도 재우지 않아 올나이트를 한 부부와 덩달아 선잠을 잔 나까지  늦잠을 잤다. 

미드와이프가 방문한다는 오전 11시쯤에야 서둘러 일어났고  벨소리에 문을 열었다. 당연히 중년 여성을 그렸던 나는 이십 대 후반이나 삼십 대 초반의 캐주얼한 복장의 백인 여성이 "Hello" 라며 구두를 신은채 뚜벅뚜벅 들어온다. 

미드와이프는 한 시간여 임산부의 건강을 체크하고 아이 상태를 보더니 황달기가 조금 보인다며, 아이 피를 다량으로 채취해간다. 병원에서 검사해보고 필요하면 황달 치료용 블랭킷을 보낸단다. 

sister에게 미드와이프가 왜 저렇게 젊냐고 했더니 다들 젊은 여성들로 전문직에 고소득자라고 한다. 오후에 sisiter 남편이 병원에 들러 치료기계를 가져오고 아이는 24시간 동안 블랭킷 위에서 푸른빛으로 황달을 없애는 치료를 해야 했다. 다음날 아침 sisiter 담당 미드와이프 릴리가 왔다. 베트남계 호주인인 릴리는 30대 초반의 친절한 여성이었다. 아이 상태를 점검하고 산모와 한동안 상담을 하며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주었다. 아이 황달은 예방을 위한 것이므로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닌 것 같고 초유의 상태나 산모의 건강 모두 적절한다고 '엄지척'을 해주었다. 내일 다시 방문해 아이 목욕방법을 알려준다는 말을 남기고 아이 피를  또다시 다량 채취해 가더니 황달은 많이 좋아졌으니 오후 6시에 블랭킷을 빼도 된다는 전화가 왔다. 우리는 박수를 치며 6시 '땡'하자마자 치료기를 끄고 블랭킷을 벗겼다. 그동안 불편을 잘 참아준 동주_안젤리는 훨씬 더 편안한 잠을 잤다. 

온도계까지 장작된 목욕통

해산간 작업 중 '신생아 목욕시키기'가 제일 자신 있는 종목이었는데 동주_안젤리는 아직 한 번도 목욕을 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아이의 면역력을 위해 며칠간 출산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고 4일 만에 목욕을 시킨다. 매일 목욕을 시켜댔던 우리와는 달랐지만 왠지 그 말에 더욱 신뢰가 간다. 다음날 아침에 방문한 미드와이프는 아이 몸무게를 재고 다시 피를 뽑으며 신참 부모와 이것저것 상담을 이어간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목욕이었는데 팔꿈치로 물 온도 재는 법과 아이를 물속에 넣고 물로만 잠깐 씻기고 만다. 준비해 둔 샴푸와 베이비 바스, 바디로션은  쓸모가 없게 되었다. 한 깔끔하는 sisiter도 호주 스타일이니 오늘은 이대로 하자고 속삭인다. 

기대 잔뜩 했던 신생아 목욕이 싱겁게 끝났지만 과하게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아이의 면역력에 맡기는 호주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목욕도 이틀에 한번 정도 하라고 한다. 산모는 안심했고 목욕 필살기를 매일 보여줄 수 없는 나는 다소 실망(?)했다. 

오늘로 미드와이프의 방문 케어는 끝이다. 정해진 날짜에 병원에 가서 지속적인 케어로 연결된다. 

그나저나 의료 전문직 여성들의 호칭이 왜  '미드와이프_midwife'일까? 중간 와이프 이상하지 않은가?

sister에게 물어도 시원한 답이 없다. 

텅빈 파스타 매대

미역국에 지친 sisite에게 된장국을 시전 하기 위해 colse에 혼자 장을 보러 갔다. 여전히 화장지와 라이스, 파스타 매대는 비었다. 평일 낮인데도 장 보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빵은 빈 곳이 많았지만 고기와 그 외 식료품들은 채워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16일은 호주에 온 지 14일로 자가격리 기간을 넘겼다. 혹시나, 행여나 졸였던 마음을 살포시 놓아본다. 

호주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수백 명이 넘어가고 있었나 보다. 요 며칠 텔레비전을 볼 틈이 없어서 그런지 코로나가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제 호주도 확산 세이다. 코로나보다 마스크 대란 보도가 많았던 것처럼 호주에서는 휴지 대란이 뉴스탑을 차지한다. 전염병은 소위 선진국이라 우쭐됐던 자본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그나저나 돌아갈 날이 일주일 정도밖에 안 남았다. 슬슬 비행기표도 알아봐야겠다. 

힝! 직항 타고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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