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인지명>
<이가인지명>의 세 남매는 조금 특별하다. 이복남매도 아니고, 재혼가정도 아니다. 심지어 이들의 아빠는 둘. 셋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채 함께 살아가는 요상한 가족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런 세 남매를 연민하는 척 귀찮게 굴고, 도대체 그래서 너희 엄마는 너희를 언제쯤 데리러 온다니, 하는 번거로운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그런 시선들보다도 링샤오와 쯔추를 고통받게 하는 건 다름 아닌 부모로부터 ‘버려졌다’는 감각이다. 꽤나 괜찮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쯔추는 만성적으로 ‘버려짐’을 두려워한다. 그 두려움은 새벽마다 매일같이 손빨래를 하고, 집안일을 도맡아 돕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링샤오는 자신의 존재가 잘못됐다는 감각 때문에 고통받는다. 어릴 적 사고로 여동생을 잃은 링샤오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 천팅이 어릴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했던 ‘너 때문에 동생이 죽었다’는 말로부터 아주 오랫동안 고통받아 왔다. 엄마가 잘못된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엄마라는 이유로 그를 완전히 외면할 수도 없고 따라서 엄마의 말로부터 영영 자유로워질 수 없는 그는 오랜 우울을 앓고 있다.
각자의 아픔을 갖고 있는 형제들이 그럼에도 꽤나 괜찮은 어른으로 자라게 된 것은 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정확히 알고 있던 양육자인 양아빠 덕분이었다.
아빠는 쯔추에게 빨래를 하지 않아도, 그냥 있는 그대로 있어도 너는 우리와 계속 같이 살 수 있어, 라고 말해준다. 버려짐을 두려워했던 쯔추가 듣고 싶어했던 말이었다.
매순간 존재를 증명해야만 하는 링샤오는 ‘바른 어른’으로 큰다. 한번도 잘못된 길로 빠져들지 않고 모범생으로 커 의사가 된다. 그러나 겉만 어른이었지 정서적 지지대가 부재했던 링샤오에게 젠젠은 안정적인 지지대가 되어 준다.
태생적으로 완벽한 가족, 부모를 타고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만약 그런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꽤나 커다란 행운을 타고난 이들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부, 재능, 외모 같은 것들보다 훨씬 커다란 행운이 바로 좋은 부모를 타고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부모가 되는 자격증이란 없기에, 우리는 제각기 다른 이유로 각자의 아픔을 갖고 커 불완전한 어른이 된다.
아픔은 모두에게 동등하지 않고 그래서 불평등하지만, 이가인지명의 쯔추와 링샤오처럼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괜찮으니, 불완전한 어른이 된 우리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또다른 누군가가 지지가 찾아온다면 그 아픔을 스스로 좀 더 토닥여줄 수 있지 않을까.
링샤오와 쯔추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도 불운을 덮을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