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중 Sep 14. 2021

늙은 개

덕수궁 앞 시청 광장,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멀찌감치 무엇인가를 쳐다보며 수군거리고 있다. 그 시선을 따라가 보니 빨간 옷의 몰티즈 한 마리에 닿았다.

 

불안한 듯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자세히 보니 에구~ 두 눈동자가 뿌옇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데도 제 주인을 찾으려는 듯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겨보지만 차마 멀리 가지  못하고 한 곳에서 주위를 맴돌 뿐이다. 


그제야 이 상황이 의미하는 것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도심 한복판에... 


혹시나 많은 사람들에 눈에 띄어 보호받게 하려는 마지막 배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기에는 늙은 개는 바쁜 행인들에게는 잠시 동안의 동정과 관심거리에 불과할 따름이다.

  

설마 아니겠지?  저렇게 예쁜 옷까지 입혀준 사람이라면 아닐 거야. 저렇게 하늘이 푸르고, 이렇게 세상이 밝은데


빌딩 사이로 가던 길을 걸으며 모든 정황에도 불구하고 해피한 엔딩을 그려본다. 잠시 길 잃은 보호자가 이름 부르며 헐레벌떡 되돌아오기를, 그리하여 그 개도 어렸을 때처럼 주인품으로 펄쩍펄쩍 뛰어오를 수 있기를...


작가의 이전글 여행 대신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